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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을 너무 못해요.

ㅇㅇ |2017.03.18 12:01
조회 79,897 |추천 178
20대 초반, 신입 3개월차입니다.
고졸인데 운졸게 정말 좋은 회사를 들어오게 되었고, 주변에 xx회사 입사했다고 하면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나봐? 하는 소리를 듣는 회사에요.
회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습니다.
복지는 몰랐던 게 찾아볼수록 막 생겨나고, 나이차가 있는 상사분들은 저희 부모님보다 더 잘 챙겨주시고 그래요.

회사에서 저는 참 쉽고, 일을 가장 잘 배울 수 있고 기초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요.
어느 정도냐면 처음에 일을 배우고 나서는 아 초등학생을 앉혀놔도 이 정도는 하겠다 싶었어요.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던 친구는 자기가 그런 일 하려고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던 게 아니라고 퇴사했어요.

그런데 제가 일을 너무 못합니다.
초등학생을 앉혀놔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제가 못하더라구요. 계속 무언가가 잘못되고, 뒤죽박죽 섞이고, 업체에서 왜 일을 이렇게 하냐고 전화가 옵니다. 회계로 치면 0을 하나 더 친다던가 하는 실수를 한달 주기로 두세 건씩 내요.

처음 한두 건은 주변에서도 신입이니까, 어리니까. 그러면서 배우는 거라고 이해해주셨는데 벌써 몇번째네요.
매번 업무시간에는 모르다가 금요일 저녁에 다들 퇴근하고 혼자 남아서 정리할 때, 그때 깨달아요.
제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주말을 내내 불안하게 보내고 월요일에 처리하느라 바쁘고...
그러다보니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구요.

일도 못하는 게 상사보다 빨리 퇴근하면 얼마나 보기싫을까 싶어 다른 일이 없으면 부서에서 늦게 남아서 처리했던 일 다 확인 한번씩 하고 퇴근을 합니다.
하루 8시간동안 한 걸 1~2시간에 다 확인할 수는 없으니 전에 실수가 있었던 파트 위주로, 실수가 날만한 곳 위주로요.
그런데 매번 새로운 곳에서 실수가 납니다. 진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하게 지랄할 수 있다는 걸 저도 처음 알았어요.

그래도 노력한답시고 남들보다 조금씩 늦게가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제가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갑니다. 그랬더니 다른 부서 분께서 그러더라구요. 업무가 과다한거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상사한테 얘기를 해서 조정을 하라고요. 대체 왜 그렇게 늦게 가냐고요.
그 얘기를 듣고 울뻔했어요. 절대로 제 업무가 어렵거나 많은 게 아닌데... 정말 쉽고 간단한 업무고, 다른 동기친구들은 일 잘한다며 칭찬듣고 다니는데 난 사고쳐서 주변분들이나 힘들게 하고있고, 남들한테는 그 주변분들을 신입한테 일 미뤄놓는 나쁜 분으로 보이게 하는구나 싶어서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을 모르는 거라면 공부를 할거고, 느린 거라면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기라도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이건 어떻게 해야할까요.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퇴사가 답일까요.
회사가 나한테 주는 돈보다 3배는 벌어줘야 내값을 하는 거라는데, 회사가 나한테 주는 돈의 반도 못하고 있어요. 물론 시간이 흐르면 괜찮겠지만 지금 제 상태를 보면 최소 1년은 있어야 적응이 될 것 같네요.

주변분들에게라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제발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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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이현섭|2017.03.19 16:00
일단 자기자신이 일을 못한다는 현실을 인정하신다는 것부터 대단한 생각을 하고 계신다는 말을 하고싶습니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더라도 자존심이 상해서 인정을 하지 않기때문입니다.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매일 반성도 하시는 분이리라 생각이 들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드네요. 20대 초반임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진사람이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린분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나이가 어느정도 들어가면서 깨닫게되는 부분인데 일찍 깨달으신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30대 초반입니다만 이런말을 하는 저도 20대 초반 때는 생각이 짧고 어느정도의 허세가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으니까요.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시면서 천천히 자기자신에게 그 흐름을 적응하도록 해야 실수가 적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같은 실수를 계속 하느냐 조금씩 나아지느냐의 차이입니다. 생각을 하지않는 분들이 대부분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렇게되면 자존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좋지 않게 인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하든 지 어느정도의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리시면서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어떤 작은 일을 하나 하더라도 세번정도 씩은 검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작은일을 하다가도 자신있는 일이라면 이정도야 쉽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얕잡아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작은일부터 얕잡아보지 않고 검토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만큼 실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
베플예에|2017.03.19 20:03
저도 글쓴이님 맘이 너무나도 이해돼서 댓글 달아봐요. 저도 쓰니님처럼 자괴감 느끼고 엄청 자책하는 스타일이라서 공감해요.. 저는 세무사사무실에 작년 7월에 취업했어요. 첨에는 그냥 업체에서 월급 적어서 보내주는거 프로그램에 보고 입력하는 건데도 맨달 작성 때마다 틀렸어요.. 이런 자잘한 실수들은 너무나도 많아서 적으려면 끝이 없어요 저도 세무사님께 혹시나 폐가 될까 엄청 스트레스 받았는데 어느 회사를 가든 신입이라면 다들 하는 고민들 같아요 저도 괜히 스트레스 받고 자존감 뚝뚝 떨어지면서 속상해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쓰니님이나 저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런 세무 쪽 일은 처음이라서.. 회사생활 자체가 첨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메모해요. 처음에는 메모하는 습관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그냥 바탕화면에 메모프로그램 깔아서 그때그때 간단하게라도 메모하려고 노력해요., 쓰니님은 생각하는 것 차체가 참 괜찮은 사람 같아요 우리 조급해 하지말고 조금씩 나아가요. 절대 자책할 것 없어요. 자책하지 말고 실수하더라도 노력하면 되니까요. 저는 몇 개월 후에 1년 채우는데 세금신고기간을 처음 겪어봐서 매번 새로운 실수긴 하지만... 아직도 실수를 합니다. 그 때마다 세무사님께 혼이 나긴 하지만, 제가 주눅든 걸 보신 셈사님께서는 앞으로 2년은 더 까여야 한다고 상처받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쓰니님 말대로 저 또한 무궁무진하게 지랄하더라고요 그게 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실수를 새기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상사분들 만났다고 하니 그 속에서 열심히 배우면 되요 실수를 해서 아직 잘 몰라서 신입인 거예요 절대 자책하지마요 저도 글쓴이님 덕에 위로 받고 가요 우리 힘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