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산장 1

폭주미니2003.01.05
조회356

조      우

 

1.


"아! 이봐요 이제와서 이런식으로 나오면 우리보고 어쩌란거요!!"

청바지에 갈색 조끼를 입은 동양인이 여행사 사무실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질의 그사내가 손을 빙빙 휘두르며
소리를 질러대자 접수 창구에 앉아있던 여직원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일을 이딴식으로 처리해도 되는거요! 저번달에 예약할 때는 아무말도
 없다가 이제와서 가이드 해줄 수가 없다니 말이 되냐고!! 미리 통보도
 해주지 않고 이게 뭐하자는 짓이야!!"

"저..... 저기 그... 그게요."

 

겁에 질린 듯 접수 창구 여직원은 말을 더듬었다
그도 그럴것이 소리지르는사람 뒤에도 일행인듯한 3명의 사내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다들 비슷한 복장에 근육질의 남자들이었기에 더욱 겁에 질렸다.

 

"찬혁이 형.... 그사람 잘못두 아니잖아요. 말단 여직원한테 화를 내봤자 뭐해요.."

 

여직원이 알아들을수 없는 이상한 말이 3명의 남자들 뒤에서 들려왔다. 다른나라 말인 듯 했다.

 

"뭐 임마!!"
"흥분하지 말구 형, 윗사람 불러오라구 해서 따지자구요. 뭐 지부장이나 그런사람
 있을거 아니에요. 그런 말단 여직원 겁줘봤자 해결될 일이 아니라구요."

 

무척 어려보이는 남자였다. 20대 초반정도의 나이인듯 다른 남자들과 달리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아니라 호리호리한 체격에 안경까지 낀
낀 흔히말하는 범생이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그래요 오빠. 넘 닥달하지 말아요. 그아가씨 넘 불쌍하네 쫄구 있잖아...."

 

긴 대기용 의자에 앉아서 이것저것 여행잡지들을 뒤적거리던 여자까지도
안경낀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
여자의 말한마디에 머쓱한지 소리를 지르던 사내는 이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봐 아가씨 그럼 당신말구 당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불러와. 왜 가이드를
 해줄 수 없는지 그사람에게 직접 들어야겠어."
"네.....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직원은 이제 살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 안쪽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에이 씨팔 좆같네... 뭐야, 겨우겨우 돈모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있는 사내가 투덜거렸다.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아크레이산 암벽타기는 정말 죽여준다는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가이드를 못해주겠다니...."

 

다른 사내들 보다 족히 머리하나는 더 커보이는 큰키의 사내가 옆에 있는 의자를
걷어 차며 성질을 부렸다.
긴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는 그모습이 못마땅한지 한참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좀 참아요. 형 잘되겠지 뭐..."

 

안경낀 남자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달래며 쓰러진 의자를 다시 제자리로
세워놓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마치 산달이 다된 듯한 똥배를 디밀며 살찐 남자가 방안에서 나왔다.

 

"당신이 여기 소장이오?"
"예 그렇습니다. 손님 일단 앉아서 얘기 하지요."

 

그사내는 능글맞게 웃으며 일행에게 의자를 권했다.

 

"아 의자에 앉아있을 시간따윈 없고, 빨리 얘기해봐요. 왜 가이드를 붙혀줄 수 없다는거요?"
"아 저 그게 말입니다..... 저, 이걸보시면 알 수있을겁니다."

 

뚱뚱한 소장이 찬혁에게 들고있던 신문을 내밀었다.

 

"뭐야 이따 신문 쪼가리를 보면 뭘 알수 있다는 거요"
"아하.... 손님 진정하시고 1면 머리기사를 좀 읽어보시죠."

 

찬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신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크레이 산지에 몬스터 출현!!


 라쿤 위크 11,16, 1998

 최근 아크레이 산지에서
 몬스터를 보았다는 제보가 나돌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점으로 보통 들개와 같지만
 외견과는 달리 매우 흉폭하고 탐욕적이며 불사신이라고...
 개의 잠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을 내지 않으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분간 아크레이로 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뭐야? 몬스터? 괴물?"
"뭔소리래?"

 

찬혁의 일행들이 몰려들어 신문을 들여다 보았다.
찬혁은 시덥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신문을 책상위로 휙 던져버렸다.

 

"이봐요. 산에 괴물이 돌아다니니까 가이드를 못해주겠다 뭐 이거요?"
"이기사 정말입니다. 장난이 아니라고요. 무슨 곰이나 맹수에 물어뜯긴 듯한
 시체도 발견되고 조난자도 속출하는 상황이라 모두들 가이드 해주길 꺼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입산금지 조치가 내려질 거라고도 하구요."

 

일행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봐요 소장양반... 이따위 삼류 신문기사에 쫄아서 가이드를 못해주겠다는 거요, 응?"
"하지만 정말입니다 매일 뉴스에서도 떠들어 대는 걸요. 가이드들 중에도 그 괴물을
 봤다는 사람도 몇명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크레이 산으로 들어가는 걸
 꺼리는 실정입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렇지. 예약하시면서 입금하신 돈은 모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만..."
"뭐 이런놈의 여행사가 다있어!!"
"에이 씨팔! 이런 씨팔놈의 새끼들 확 엎어버릴까?"

 

키가 큰 사내가 의자를 집어던질려고 하는것을 나머지 사람들이 말렸다.
찬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젠장 여기 여행사가 여기 하나밖에 없나... 돈이나 돌려주쇼 다른데 가서 알아볼테니."
"아마 다른 여행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모두들 산에 들어가기를 꺼려한다니까요."
"시끄럽소, 돈이나 돌려 주쇼!! 에이 씨발."

 

 

 

"왠만하면 산에 올라가지 마십시오. 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위험하다구요."
"시끄러워요! 올라가든 말든 댁이 무슨 상관이야!!"

찬혁은 소리를 지르며 여행사 사무실을 나왔다.

 

"이 무슨 지랄같은 일이야, 에이 재수 옴 붙었군...."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있던 일행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2.

오전동안 내내 라쿤시티에있는 여행사란 여행사는 모조리 돌아다녔지만
모두들 아크레이 산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진저리를 치며 거절했다.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신문기사나 뉴스를 보여주며 위험하다고 일행을 말렸다.
오전내내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지쳐버린 일행은 길가 벤치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고 있었다.

 

"어떡하지 그냥 돌아갈까....."

 

찬혁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키가 큰사내가 들고있던 음료수 캔을 구기며 말했다.

 

"무슨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올해 우리 써클 최대 이벤트인데 이대로 돌아가자구?
 산에 발자국 하나 못 찍구,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경수형 하지만.... 가이드도 없이 우리끼리 올라가기두 뭐하잖아요. 그리구....
 괴물도 돌아다닌다는데...."

 

안경낀 남자가 돌아가자는 뜻을 내비쳤다.

 

"지랄!! 말도 안돼! 우리끼리라도 가자구 이번기회 아니면 언제 다시 이곳으로 나올수
 있겠어. 겨우겨우 돈 모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어!!"

"하지만 예감이 안좋아 께름칙 하다구. 우린 초행인데 가이드 없이 들어가기두 그렇구..."

 

일행중 유일한 여자가 한숨을 쉬며 반대했다.

 

"웃기지마, 괴물이니 뭐니 다 구라야!! 날이 건조해지구 그러니까
 산불 날지도 모르구 그래서 괜히 사람들 겁줘서 못 들어가게하려는 수작이라구.
 괴물은 무슨 괴물 요즘 세상에...."

 

머리에 두건을 두른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

 

"석현아, 그래두......"
"시끄러워. 왜 그러냐 너까지, 민혁이 저자식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해하지만
 아니 너까지 그런데 쫄면 어떡하냐 한심하다 박경미...."
"뭐가 어째?"

 

경미라고 불린 단발머리의 여자가 석현을 노려보며 으르렁 거렸다.

 

"그만해 경미야.... 석현이 임마 너두 말이 너무 지나쳐...."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한 얼굴의 사내가 둘사이에 끼어들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하고 조용한 이사내를 동료들은 황소라고 불렀다.

 

"에이 민호형.... 알았어요... 알았다구."

 

일행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사소한 싸움이 날때면 의례 황소라는 별명을 지닌
민호가 중재를 하곤했다. 조용하면서도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한마디씩 내뱉는 그의
말투엔 거역할수 없는 힘이 느껴지곤 했다.
의견충돌을 보이는 일행을 뒤로 한 채 찬혁은 한참을 아무말 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그가 일행을 돌아보며 입을 연 것은 십분정도 지난 후 였다.

 

"좋아 다수결로 결정하자! 우리끼리라도 올라갈지. 아니면 돌아갈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먼저 돌아가자는 사람 손 들어봐."

민혁과 경미가 손을 들었다.

 

"민혁이하고 경미.... 둘뿐인가?"
"에이 그럼 결정 된거네, 올라가자구 더 늦기전에 올라가서 야영 준비라도 해야지!!"

 

석현이 콧노래를 부르며 배낭을 챙겨들며 일어났다.
이미 다수결로 등반이 결정되어버렸으니 대놓고 반대를 할 수 없는노릇이라
민혁과 경미도 각자 짐을 들쳐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땅거미가 내려앉고있는 산 중턱에 몇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곤했다.

 

"형! 어디까지 온거야? 벌써 어두워지고 있어 겨울이라 산의 낮은 무지 짧다구."

 

맨 뒤에서 천천히 일행의 뒤를 따르던 경수가 어둠이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게 무섭기라도
한 듯이 맨 앞에서 지도를 보며 걷고 있는 찬혁에게 물었다.

 

"야 이제 절반 정도 왔어, 어두워지는데 야영할만한 곳을 찾아보자."

"오빠, 이근처에 산장 같은 곳 없어?"
"어디...... 이근처에는 없는 걸로 나와있는데?"

 

일행은 주위를 돌아다니며 야영할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어이!! 여기..... 일루 좀 와봐!!"

 

숲을 지나 계곡쪽으로 향했던 민호가 일행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일행들은 민호가 서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찬혁이형 여기 괜찮은거 같지 않아? 물도 저 아래 가까이 있고말야 바닥도 평탄한데다가
 잔디 뿐이고 바람도 심하지 않고 하루 야영하기엔 여기가 괜찮은거 같은데."

 

찬혁은 흙을 한줌 쥐어 냄새를 맡아보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가 좋겠다. 짐 풀고 텐트부터 치자!"
"오케이....!!!"

 

 

 

어느새 산전체에 낮은 물러가고 밤이 점령하는 시간이 왔다.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지만 초겨울의 산날씨는 쌀쌀하기 그지 없었다.
일행들은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거나 가지고온 책이나 잡지들을
읽거나 하고있었다.

 

"누나 뭘그렇게 보고 있어요?"

 

민혁이 경미가 열심히 들여다 보고있는 얇은책자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아 별거 아니야 아까 여행사 들렀을때 거기서 들고왔어. 도시 홍보용 책자...."

 

 

[안녕하십니까, 시민 여러분!
 라쿤시티의 치안의 질, 살기 편함은 다들 알고 계시는 그대로 입니다.
 라쿤시티는 클린한 기업으로 익숙한 엄브렐러의 공장을 유치한 도시입니다. 
 기업으로부터 다량의 원조금은 복지나 공공시설의 건설,치안 유지등에
 아낌없이 투자되고 있습니다.
 제가 시장이 된지 5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던
 1992년은 라쿤시티에 있어서 기념할 만한 해였습니다.
 엄브렐러의 원조금에 의해 노후화 되고 있었던 시 청사가 수리되고,
 근대적인 종합병원도 시내에 건설되었던 것입니다.
 도시를 위하여 전력을 다했던 공적이 인정되어 시 청사에
 저의 동상이 세워진 것도 이 해의 일입니다.
 35년도 훨씬 전에 기술자로서 저는 이 도시를 방문하여,
 도시의 전기화를 이루어 노면 철도를 개통시켰습니다.
 선인들의 지식이 라쿤 시티의 발전을 이룩하여 희망이 넘치는
 오늘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전통을 지켜, 시의 발전에 더욱 이 몸을 던질 것을 맹세합니다.


   라쿤시의 시장-마이켈 워렌 ]

 

"자화자찬의 극치네 이양반...."

 

첫페이지에 쓰여있는 시장의 인사말을 보며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도시의 모든 혜택과 편리함이 모두 시장 자신이 이룩한 공이라고 구구절절히
늘어놓은 인사말에 민혁은 배알이 뒤틀렸다. 게다가 동상까지 세우다니.....
무슨 왕이라두 되는줄 아나보지?
솔직히 민혁은 이도시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별다른 기술이나 자원도 없이 산지 가까이에
있는 이 조그만 도시가 단지 엄브렐러라는 거대기업의 공장을 유치했다는 것 만으로
이렇게 부유하게 살수 있다니....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뭐하나 부족한거 없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뭔가 커다란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별반 노력도 없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민혁은 아니꼽다라는 생각을 갖고있었다.

 

"뭐 상관없잖아? 이 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건 무슨상관이니?"
"그래두 맘에 안들어요 분위기두 칙칙해 보이는 것 같구......"
"하긴 나두 조금 기분이 좋질않아 꼭 무슨일이 일어날것 만 같다구...."

 

경미가 불안한듯 좌우를 둘러보며 속삭였다.
모닥불의 땔나무가 부족한지 불씨가 조금씩 사그라 들고 있었다.

 

"경수야 이번엔 네차례야 가서 땔나무 좀 주워와....."
"알았어...... 에잉....."

 

땔나무를 주워오라는 민호의 말에 경수는 귀찮은지 연신 투덜거리며 숲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다시 모두들 둘러앉아 칼로리 비스켓을 꺼내먹거나 책을 보거나 하며 시간이 흘렀갔다.

 

"근데.... 이자식은 불 다꺼져가는구만 왜 아직 안와...."

 

찬혁이 추운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나무를 심어가지구 기다리나.... 왜이리 오래 걸려?"

 

석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내가 한번 찾아보구 올게요 형!"

 

석현이 찬혁을 돌아보며 말하고선 경수가 사라진 숲을 향해 걸어갔다.

 

"조심하고 그자식 만나면 엉덩이 걷어채일 각오 하라구래..."

 

민호가 키득키득거리며 말했다. 석현은 일행에게 알았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으아아아악!!!]

석현이 숲으로 들어간지 30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숲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깜짝 놀라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뭐.... 뭐야 누구 목소리야?"
"석현이 목소리 인것 같은데?"

 

찬혁이 아직 타다 남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앞장서서 달렸다.

 

"뭘하고 있어 빨리 석현이 찾아!!"

 

찬혁의 말에 정신이 번쩍든 일행들은 찬혁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앞서 달리던 찬혁의 눈에 멍하니 서있는 석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이자식아! 무슨일이야, 왜그러고 섰어?"

 

찬혁이 다가가 석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석혁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굳어있었다.

 

"왜그래, 임마?"

 

그제야 석현은 찬혁을 돌아보았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덜 떨고 있었고 얼굴은
공포에 일그러져 울고있었다.

 

"왜그래? 뭘 봤길래 그렇게 울상이야 자식아!!"

 

찬혁이 다시 석현의 몸을 흔들었다. 석현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앞을 가리켰다.
찬혁이 횃불을 들고 석현이 가리킨 곳을 비추자 그곳엔... 팔과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있었다. 그 한참 뒤에는 누군지 알아볼수 도 없을 만큼 망가지고 부서진
몸뚱이가 하나 뒹굴고 있었다. 찬혁이 다가가 불을 비춰 보았지만 누군지 알아볼수도
없을 만큼 얼굴이 엉망이었다.

눈알은 튀어나와있고 한쪽 눈은 아예 빠져버린듯 했다. 얼굴은 피투성이에 코와 입부분은
무엇인가에 물어뜯겨 버렸는지 아예 없어져 버렸고 목은 갈기갈기 찟겨져 주위는 온통
피바다였다.

 

"누구야...... 이거 누구냐고....."

 

찬혁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그때서야 찬혁을 겨우 쫓아온 일행들이 석현의 뒤에서 숨을 고르며 서있었다.
민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찬혁과 석현을 바라보았다.

 

"형 무슨일이에요?"

 

석현앞을 지나쳐 찬혁에게로 다가가던 민혁은 발길을 멈추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무언가를 밟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던 민혁은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근육질의 팔 위에 선명한 하트문신..... 그 문신의 주인은 경수였다.
자기애인과 같이했다며 싱글러리며 자랑하던 그였기에 확실히 알수 있었다
그 팔의 주인은 저만치 널부러져 있었다... 온몸이 갈기갈지 찢겨진채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동물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인가? 아니 앞뿐만 아니라 좌우에서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찬혁은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며 횃불을 비추었다.

 

"으아아악!!"

 

찬혁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거의 기다시피하며 민혁이 서있는 곳까지 돌아왔다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것은 도베르만 종으로 보이는 개였다.

 

"뭐야? 들개인가?"
"설..... 설마?"

 

경미는 아침에 들렀던 여행사 사무소에서 소장이 보여주던 그기사를 떠올렸다.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점으로 보통 들개와 같지만
 외견과는 달리 매우 흉폭하고 탐욕적이며 불사신이라고..]

 

"그 괴물얘기 진짜였어...."

 

경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개 뒤에도 여러마리가 무리 지어 있는 듯 했다. 그개들은 좌우에서도 한마리씩 한마리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진 그개의 모습은 살아있는 개의 모습이라곤
볼수 없었다.
놈들은 얼굴이며 몸 여기저기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며 피를 흘리고있었다. 눈알이 빠져나와
늘어진 놈도 있고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간 녀석도 있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경수를 잡아먹고서도 아직도
배가 고파 미치겠다는 듯이.....

개들은 앞과 좌우에서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천천히 걸어오고있었다 마치 거리를 재는 듯이
어슬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낸채로 일행들을 위협했다.

 

"빌어먹을... 포위당했나?"

 

찬혁은 이를 갈며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일행들은 개들을 섯불리 자극하지 않기위해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개들은 한번에 뛰어올라 공격할 거리를 재는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채로 천천히 접근해왔다.

 

"에이 씨발 뛰어!!"

 

맨 앞에서 개들과 마주보고있던 석현이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신호로 그 개들도

일제히 뛰어올랐다.
일행들은 정신이 없이 뒤를 향해 뛰었다. 아무생각도 나지않았다.
오로지 뛰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뛰어야 살수 있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으아악!!"

 

맨처음 뛰기 시작했던 석현의 비명소리였다. 그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는지
앞으로 확 꼬꾸라지고 말았다. 일행은 뒤를 돌아 데리러 가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넘어진 그의 등뒤로 그 들개들이 덥쳐왔다.

 

"으아아아악!!"
"석...... 석현아!!"

 

민호가 석현을 구하려 달려가려 했지만 찬혁이 그를 붙잡았다.

 

"이미 늦었어...... 봐!"

 

[으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석현의 머리가 360도로 꺽여졌다 엄청난 힘이다.....
목을 물어뜯은 개가 순식간에 그의 머리를 꺽어버린 것이다. 그 들개무리들은 게걸스럽게
석현의 몸을 뜯어먹고 있었다.

 

[와드득.... 질겅질겅..... 와득... 컥컥...]

 

사람의 생살을 뜯어먹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일행들은 망연자실 멍하게 서있었다.
맨 먼저 정신을 차린 민혁이 앞으로 먼저 뛰어 나갔다.

 

"지금이 기회에요 어서 달려요!!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정신을 차린 나머지 셋도 민혁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4.

 

나무등걸에 걸리고 수풀에 여기저기 베이며 미친듯이 달린 일행은 마침내 지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더이상 그 들개들의 으르렁거림은 들리지 않았다. 그 괴물들에게서 벗어난 것일까?

 

"이런 빌어먹을 그얘기가 모두 사실이었어....."
"씨팔 어떻게 이런일이 어떻게......"

 

어느정도 숨을 고른 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한순간에 두명의 동료가
그들의 눈 앞에서 참혹한 시체로 변해버렸다.... 그걸 두 눈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수 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눈물을 흘리며 저주했다
찬혁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잘못이다. 이번엔 그냥 돌아갔어야 했다.
자신이 이번 등반을 강행했기 때문에 이런일이 일어난 것이다.
경수와 석현을 잃고 돌아가서 어떻게 그들의 가족들을 만날수 있을 것인가....
찬혁은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형 어쩔수 없는 일이었어요....."
"시팔!! 빌어먹을 오지 말았어야했어.... 니기미 이런일이 생기다니...... 크흐흑.."
"녀석들이 억지로 올라가자고 한거잖아요.... 그리고 이런일이 생길줄....
 이런일이 생길줄 누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민호가 찬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찬혁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민혁과 경미는 한숨을 쉬며 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같은 시대에 괴물이라니... 믿을수가 없었다. 꿈이었으면 차라리 꿈이었으면
깨어나 한번 웃고 말텐데....

 

"근데 여기가 어디죠?"

 

민혁이 흘러내린 안경을 추스리며 입을 열었다.

 

"이런 낭패다... 지도며 비상식량이 든 배낭들 도구들을 모두 두고와버렸어...."
"이젠 어쩌지 어떻게 이산에서 내려가나? 지도도 없이....."

 

경미가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민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아보려 애를 썼지만
처음와보는 산에 지도도 없이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됐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어... 예감이 안좋았다구....
 내가 이번은 포기하자구 했을때 말을 들었어야지....."
"그만해둬요 누나, 이미 일은 벌어졌구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어떻게
 이산을 내려가는 지가 중요해요 다 잊구 길을 찾아 보자구요...."

 

민혁이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경미를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민호형, 찬혁이형! 어서 움직이자구요 언제 그 똥개들이 냄새로 우릴
 찾아낼지 모르니까.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자구요."
"그래요 형 일어나요.... 이미 일은 벌어졌구 녀석들은 두번다시 돌아올수 없어요
 산사람이라두 살아야죠... 빨리 길을 찾아 내려가요 놈들이 우릴 찾기전에..."

 

민호가 주저앉아있는 찬혁을 일으켜 세웠다. 찬혁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마지 못해
민호가 이끄는 대로 일어섰다.

 

"그래 니들말이 맞다. 어서빨리 길을 찾아내려가자. 더이상 희생자가 생겨선 안돼..."

 

정신을 추스린 찬혁이 앞장서서 일행들을 이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별을 쳐다보며 방향을 잡고 앞장서서 걷던 찬혁이 길을 멈춘것 걷기 시작한지
1시간 정도 흐른 뒤였다.

 

"저아래 불빛이 보인다!!"
"어... 정말이네 엄청 밝구 큰데!"
"어디... 어디...."

 

내려가던 길 아래쪽으로 불빛이 보였다. 일행은 불빛이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가 산장인가봐 엄청 큰거보니까 꽤나 부자가 지어논거 같은데..."
"야 저긴 대낮처럼 밝네.... 저렇게 큰 곳이면 사람들도 꽤 있겠지?"
"얼른 가봐요!!! 저기서 하루 쉬구 지도랑 얻어서 낼 아침내려가자구요!!"

 

민혁인 제일 먼저 달려내려가기 시작했구 경미도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모두들 사람사는 곳의 불빛이 보이자 힘이 나는지 숨이 차오르는 것도 잊고
산장을 향해 달려내려갔다.

산장앞에 선 일행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곳은 산장이라기보다 거대한 저택이었다.
 
"야 진짜 이런 산골짜기 이렇게 근사한 저택을 지어놓다니 돈이 썩어나나부지... 빌어먹을"

 

민혁은 특유의 말투로 빈정거렸다. 그는 항상 돈많은 부자들을 미워하고 싫어했다.
그래서 별로 하는일도 없으면서 단지 편하게 돈을 벌며 살고있는 라쿤시티의 사람들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런 산속에 이정도 저택을 지을 수있는 부자가 있다니....
민혁의 부자들의 대한 적개심이 불을 뿜을 만도 했다.

 

[쾅쾅쾅]

 

"이봐요 문좀 열어주세요!! 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찬혁은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안에서는 아무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
"뭐야 아무도 없나?"

 

민호도 찬혁을 거들어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소리도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불이 이렇게 켜져있는데 아무도 없을리가 있겠어요?"

 

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밀어보았다.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저택의 문이 열렸다.

 

"어라... 뭐야? 잠궈놓지도 않았네?"
"아니 이렇게 큰저택문을 허술하게 잠궈놓지도 않고 어떻게 된거지?"

 

경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들여다 보았다.

 

"와...... 장난아니다... 멋진데...."

 

일행들은 경미의 뒤를 따라 저택안으로 들어섰다. 저택의 규모와 인테리어에
일행들은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바닥과 벽은 하얀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중앙에 걸려있는 거대한 샹들리에며
놓여져 있는 고급 가구들..... 원목으로된 계단과 오묘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
카펫트하며 겉뿐만 아니라 안도 그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다행이야 이런데 산장이 있다니....."

 

이 저택에 들어서면서 그들은 악몽같은 밤은 이제 끝난거라고 생각했다. 편히 하룻밤을
쉬고 나면 이 빌어먹을 산을 내려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막 밤은 이제막 시작 됐을 뿐 아직도 아침이 오려면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