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8시?!!!!!!!

오호라.2006.05.23
조회824

어제 늦은 알바를 마치고 2마트에 갔습니다. 갖가지 할인 품목들이 저를 유혹합니다... 이것저것 마구 집었죠. 그렇게 한아름 안고 집에 오니 아차 싶더라구요. 주차장때문에...

 

저희 아파트가 1단지, 2단지 입구를 같이 쓰는데,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오죽하면 중앙 대로도 1단지와 2단지를 구분해놓죠. 1단지쪽에 대면 2단지 차인 저희차는 왕뚜껑만한 스티커를 앞유리에 쾅!!!!!

 

늦은 시각이라 2단지쪽 대로는 이미 이중주차까지 되어있으니, 어쩔 수 없이 1단지에 차를 댈 수 밖에 없었죠. 공교롭게도 1xx동 뒷 통로와 연결되어 장애인 입구로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인도가 좀 낮춰져 있지요. 1단지가 영세민 아파트다보니 휠체어나 자전거를 타시는 노인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진짜 죽을 힘을 다해서, 피똥을 싸대며, 그 입구를 최대한 피했습니다. 과속 방지턱에 앞바퀴가 걸리며 헤롱헤롱~ 차를 대고 나와서 지켜보니 입구를 완전히는 못피했고, 입구가 시작되려는 즈음해서 차가 끝나있더군요.

 

물건 들러 나온 신랑도 주차실력을 칭찬해줍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가끔 거기다 차 세우시는 분들도 있고... 아침 일찍 나와서 차빼기 싫은 나름의 꼼수도 부렸겠다... 으하하하.

 

.....

 

인터폰이 울리더라구요. 아, 올것이 왔구나...

 

"경비실인데요, 차좀 빼주세요... 거가 장애인 통로라 휠체어가 지나다녀야 해요~ 어쩌구 저쩌구.. "

 

자는 신랑에게 차빼래~ 했지만, 들은체도 않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갔습니다.

 

저 멀리 경비아저씨가 어떤 아저씨에게 혼나고 계시더군요. 한눈에도 한마디 못하고 당하고 계시는 티가 역력한...

 

그리고 제가 밤에 피똥싸 비켜놓은 자리에 마티즈 한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가가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차문을 열려는데...

 

" 이 신발, 차를 왜 이따위로 대?!!!! "

 

억!!! 이 뒷목이 땡겨오는 느낌은 무언지... 그래도 일단은 제가 잘못했으니, 죄송하다고 하고 차 문을 여는데...

 

" 이 개신발, 주차를 왜 이따위로 하는거야?!! 통로를 막으면 어떻게?! 댁의 집 대문 막았으면 참 기분 좋겠다?!!! 어?!! 어?!!! 이 신발..."

 

이러는 겁니다....

 

저도 나름의 변명을 해보려고, "저기... 저는 여기 비워뒀었는데....." 라며 개미 목소리로 나름의 의견을 내고 있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신발, 빨리 차나 빼!!!! 아, 아침부터... 어쩔시구리..."

 

경비아저씨 둘이 당하고 있는게 뻔하니, 차를 빨리 뺐습니다.

 

빼면서, 저 인간은 뭐하는 인간이기에 아침부터 저렇게 막말일까... 아파트 회장인가... 휠체어를 못뺐나..? 자전거가 막혔나...? 별 생각을 다하며 빼던 그 순간...!!!

 

그 인간이 그 안쪽에 세워져 있던 차를 빼는게 아니겠습니까?!!! 간밤에 차 댈때에는 분명 없던 그 차, 제가 피똥싸며 간신히 피해놓은 그 입구로 들어간 차, 막상 입구 막은 마티즈 주인은 나오지도 않고, 저만 아침부터 갖은 욕을 들은겁니다!!!!!!!

 

한술더떠, 그차 뒷유리에는 대문짝만하게 'OO지구대 방범순찰' 이라 씌여있고, 옆면에는 또 대문만하게 'OO 청소년 선도위원회'라고 씌여있습디다... (방범?! 청소년 선도?!! 신발...)

 

와... 차를 이리저리 빼서 지하주차장에 갖다 놓고는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밀려 올라왔습니다... 차라리 애초에 차를 못빼서 욕한걸 알았다면 나도 입 있으니 한마디 해줄걸... 경비아저씨가 옆에서 거들어만 줬어도 욕이라도 해줄걸...

 

그래, 신랑이 나왔다면, 내가 이렇게 욕먹지 않았겠지!!! 가뜩이나 독수리 눈하고 요래조래 째려보는 우리 신랑이었다면, 아저씨 깨갱해서 차 빼주세요... 했겠지!!!!!

 

이 모든 문제의 근본이 신랑같아서 씩씩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와 엉엉 울었습니다.

 

자다 일어난 신랑, 거실로 나와서 하는 말이.... "차는 뺐어?" 입니다...

 

마누라가 아침부터 왠 인간한테 욕먹고 들어와서 서럽게 울고 있는데.... TV를 켜며, "경비아저씨가 뭐라해?" 라고 합니다....

 

마누라는 아버지한테도 안들은 신발 소리를 듣고 들어왔는데... 이유를 물어봐야 하지 않냐고, 아침부터 왜 울었는지 들어야하지 않냐며 끅끅 울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 들은 신랑... "거, 미친놈이네..." 한마디 합니다.... 간간히 추임새도 곁들여줍니다. 저런, 못난 놈, 왠일이니.. 등등... 앞으로는 자기가 차를 빼겠답니다.

 

그래도 분이 안풀려 "밥 안해!!!" 소리 지르고는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8시입니다... 9시도 아니고, 10시도 아니고, 나는 7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욕부터 먹었다니... 이런 등신같은...

 

저는 왜 등신같이 말도 못할까요?! 저는 왜 애같이 생겨서 무시당할까요?! 저는 왜 싸납게 생기지 못했을까요...ㅜ_ㅜ

 

아~ 얼마전에 본 공익광고가 생각납니다. 회사 여직원한테 난리쳤는데, 집에 가보니 딸도 욕먹고 왔더라... 저 그 공익광고 보고 감동을 받아서 울었는데, 그것좀 공중파에서 매일 틀어주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에 글을 쓰니 이제 마음이 진정되네요. 역시... 시친결이 속 시원하니, 좋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밥하기는 싫고, 라면이나 끓여먹죠, 뭘. ㅋ

 

혹여나 이 글 읽으실지 모를 남자분들!!! 당신이 여자에게 신발소리를 하는 그 순간, 당신 엄마와 부인과 딸이 같이 욕먹는다는거... 잊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럼, 라면 끓이러 갑니다~!!!

 

p.s. 저기, 마티즈가 차를 빼 놨군요... 흑.. 나도 나중에 차뺄 일 있으면 늦게 나갈테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