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선물을 사달라는 남친.

슬픔2006.05.25
조회310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사귄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죠.

대학 때 얼굴만 알던 사이였는데, 우연히 같이 입사하게 되어 자연스레 동기로 친해져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다가 가까워졌습니다.

 

직장에서 남자친구는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어린 나이지만(스물 여섯) 예의바르고 사려 깊고 무게감이 있어보입니다. 유머 감각도 있으나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죠. 저도 그런 모습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사겨보니 좀 다르더군요. 굉장히 웃기구요, ㅡㅡ; 어린애 같습니다. 음식도 피자, 햄버거를 굉장히 좋아하고, 게임과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는 그렇게 갖고 싶다던 플스를 구입해서 굉장히 기뻐하였으며, 요즘은 틈만 나면 던전 앤 파이터를 한다고 저랑 잘 놀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또, 굉장히 무심한 스타일입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 못들어봤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항상 못생겼다고 합니다. 거의 매일... '넌 참 못생겨서 좋겠다. 어찌 그래 웃기게 생겼노. ' 그러면서 웃습니다. ㅡㅡ; 사실 저는 꾸미는 데 취미가 없습니다. 그냥 수수한 스타일이죠. 생긴 건 그냥 명랑하게 생겼습니다. 나이보다 훨 어려보이구요. 모르는 사람은 초등학생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얼굴, 몸매, 스타일이 안받아준다는거죠. 굳이 좋게 말하자면 귀염성 있는 스탈이라고 할까요. 저는 그냥 씩씩한 스탈입니다. ㅡㅡ

 

섭섭한 날이 많았어요. 애정 표현은 안하구, 맨날 외모와 성격을 구박하고, 기념일 챙겨주는 거 한번도 없었고, 아직 선물 한 번 못받았받구요, 저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 같은 직장을 다니고, 퇴근하고도 거의 보기 때문에 항상 같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한 번씩 멀리 간다거나 하면 연락을 거의 안해요. 조금도 저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죠.

 

연애 초기에는 그런 문제 때문에 많이 싸웠습니다. 혼자 많이 울기도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다툼없이 잘 지내온 건,,, 사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ㅎㅎ

 

이제는 뭐 앞에 말한 그런 문제들에는 익숙해져서 예전만큼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취직을 다른 지역으로 하게 되어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된 나에게 남자친구는 사실 가족과도 같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요.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합니다. 남자친구는 무심하지만... 그래도 속정은 깊은 것 같구요. 올해 초에 제가 월세가 아까워서 조금 무리를 해서 집을 옮겼습니다. 전세로요.

 

형편이 좋지 않아서 전세금 2500만원을 다 대출하지는 못했어요. 1800만원 대출하고 나머지는 남자친구가 도와주었죠. 그 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끝까지 남자친구에게 부탁하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마지막에는 부탁하게 되더라구요. 남자친구, 기꺼이 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간사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그 일을 계기로 남자친구가 그래도 나를 참 많이 좋아해주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700만원 빌려주는 거, 그것도 자기 돈도 아니고 대출을 해서 빌려주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표현은 안해도 그 사람의 애정의 깊이를 이제는 알 것 같아서 그 뒤로는 앞에서 말한 사소한 문제들로는 섭섭하지 않게 됐어요.

 

그런데요, 오늘..

저는 먼저 퇴근을 하고, 남자친구는 다른 동료들과 약속이 있었드랬어요.

남자친구 부서 동료 중에 임시직인 사람이 있어요. 내일이 마지막 출근일인데, 여자분이거든요.

자기는 오늘 시간이 없으니 대신 선물을 사달라는 거에요. 그 여자분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 선물도요. 제 남자친구가 오늘 8월에 뒤늦은 입대를 하거든요. 어차피 입대할 때 부서 동료들한테 선물을 할 생각이었는데, 내일 임시직 동료가 그만두기도 하니 겸사겸사 같이 선물을 하겠다는 거에요.

2만원 선에서 대충 고르라고 하대요. 저는 그냥 괜히 시무룩해져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너무너무너무 섭섭한 거에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100일, 200일, 300일 선물,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장미꽃 한 송이, 편지 한 장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저는 그 사람 생일선물, 기념일까지 고심고심해서 고른 선물과 편지를 잊지 않고 선물했거든요.

 

물론 다른 데이트 비용들은 남친이 거의 다 내는 편이에요. 대출을 받기 전까지는 저도 6:4 정도로 부담을 했는데, 대출을 받고 나서는 여유가 너무 없어서 남친한테 대부분 의지하는 편이죠. 올해 들어서 지난 봄에 5000원짜리 티 하나 산 게 전부일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데... 한 달 전에는 집에 도둑까지 들어서 지갑이랑 홀라당 날리고, 아직까지 지갑 살 돈이 없어서 대충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거 뻔히 알면서.. 인터넷에 봐둔 지갑이 있는데, 25800원짜리.. 그거 하나도 쉽사리 사지 못하고 고민고민하는 거 뻔히 알면서... 사실 속으로 바랬어요. 남자친구가 사줬음 하구요. 아직 선물같은 거 한번도 받아본 적 없으니까..

 

지갑같은 건.. 의미가 있잖아요. 중요한 물건이고, 항상 소지하는 거니까.. 다른 여자분들은 애교있게 이거 갖고 싶다고 잘 조르기도 한다는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돈을 빌리고 난 뒤에는 미안해서 더 안되구요..

 

그런 무뚝뚝하고 무심한 남자가, 기껏 3달 같이 일한 동료가, 그것도 임시직 동료가 기간이 다 되어 그만두는 건데도 송별 선물을 사준다니요.. 다른 동료들까지도 같이 선물을..

 

그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 자꾸만 너무너무 섭섭해집니다. 아까 백화점 가서 이것저것 본다고 보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는 돈이 없어서 백화점 근처에도 안가거든요. 가지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은 없으니까,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다른 동료들한테 줄 선물을 고르려니, 그것도 동료들이 모두 여자라서.. 내가 갖고 싶은 귀걸이, 내가 갖고 싶은 목걸이, 내가 갖고 싶은 발찌 그렇게 골랐답니다.

 

참 서글프더군요.

 

남친을 정말정말 사랑하지만, 이렇게 비참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그이가 오늘같은 날은 참 밉게 느껴지네요.

 

제가 속이 좁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