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사랑을 말하다

김혜숙2006.04.07
조회21

오늘은 어째 발랄하게 잘 논다 싶었습니다.

술을 마시면 몸도 마음도 단속이 안된다며

술을 보신탕 보듯 하던 그녀가

오늘은 친구들 틈에 섞여

홀짝 홀짝

술도 한 잔 하고

눈꺼풀이 감길 듯 말듯한 상태로

노래방까지 따라나섰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약하는 곡들이라는 게

한결같이

'나 슬퍼 죽겠소.'하는 곡들.

 

친구는 '말 달리자'를 부르는데

그 뒤로 이소라의 '블루 스카이'를 잇겠다니

이건 너무한거죠.

 

'저 노래를 끝까지 들어야 하나?

저거 저거..

저러다 또 울고 말지..'

 

이래저래 눈치만 살피던 친구들.

결국

가장 과격한 친구 하나가

노래방 기계를 확 멈춰 버립니다.

 

'야, 야.

그만 좀 해.

너 무슨, 청승이 끝을 모르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꺼야?'

 

'알았어.

그만할게.'

뭐 그렇게 넘어갔다면 좋았을텐데..

그녀는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맙니다.

 

'왜 이래?

내가 노래 부르고 있는 거 안보여?'

 

그녀의 느닷없는 신경질에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고..

그러자 다른 친구 하나가 나서서

그 순간을 넘기려고 애를 쓰죠.

 

'아이, 왜 화를 내고 그래?

야, 얘는 네가 그 노래 부르다가 울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자, 자. 그러지 말고 우리 다른 노래 부르자.'

 

친구의 말이 그렇게 서러운 것도 아니었을텐데

그녀.

갑자기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흐르더니

아예 참으려고 애도 쓰지 않은 채

눈물을 줄.줄.

친구들은 일제히 침묵.

노래방 안은 그녀의 훌쩍거리는 소리와

옆 방에서 왠 남자가 내지르는 괴성같은 노랫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한 오분 쯤 지났을까.

그녀.

울음을 멈추더니

헤헤 웃기까지 하며 말을 꺼냅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나 처음엔 울지도 못했잖아.

울다가 못 멈춰서 죽을까봐.

근데 지금은 막 울잖아.

이젠 진짜 괜찮은거 같아.

sorry.

오늘은 다 울었다.

이제 놀자.'

 

눈에는 눈물이 메달린 채

그녀가 악을 쓰며 노래를 부릅니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의 사랑같은 건 필요치않아.

난 괜찮아.

 

지금 그녀의 마음은 블루 스카이..겠죠?

지금의 '난 괜찮아.'는 그저 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괜찮아지겠죠.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사랑을 말하다.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