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3 中

김진주2006.05.13
조회109

The Guy

: 난 오늘도 여러 번 니 생각이 났다

 

오늘 오후, 2시 15분에 넌 뭐 했어?

길에서 한 여자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꼭 너 같았어.

그래서 방향이 다른데도 한 10분 정도, 그 여자를 따라 걸었지.

근데 어디선가 문득 멈추더니 길거리에 서서 떡볶이를 사먹더라. 혼자서.

 

니가 그랬지.

우리 예전에 같이 만나기로 한 날,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매운 걸 먹고 싶다구.

매운 걸 먹으면, 그래도 뭔가가 좀 참아지는 것 같다구.

 

생전 처음 보는 한 여자의 뒷모습 때문에

문득 니가 보고 싶단 생각.

니가 사준 스웨터를 꺼내 입어야 되겠단 생각.

또, 널 만났을 때처럼 괜히 버스를 타고 종점 여행을 갔다 왔음

좋겠다는 생각들을 했어.

 

그리고 널 애써 잊어보려고, 서점에 갔다가

서점 나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또 니 생각이 나는 거야.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일도 슬프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건 최고로 슬픈 일 같아.

 

오늘 저녁 5시 반, 해 지는 노을 보면서 넌 뭐 했어?

 

 

The Girl

: 난 널 아직도 좋아하는 걸까?

 

서점에서 나오는 너를 보고 난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지만

여전히 가슴은 콩닥콩닥. 나쁜 일을 저지른 아이처럼.

 

이상했어. 그 기분이. 그래서 한참 동안 걸었어.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물걸레로 다 닦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뭐지? 이런 기분은?

 

집에 돌아와 괜히 엄마한테 짜증만 내고 저녁 먹고 나서,

가만히 있는 책상과 침대를 바꾸면서도 도와주는 동생한테 또 짜증.

그래서 방문을 광 소릴 내서 닫고, 문을 잠갔는데도

마음속엔 이상한 파문이 계속됐어.

 

넌 그동안 나한테 없었거든. 내가 없앴으니까, 없는 게 당연했거든.

근데 이건 뭐지? 무슨 기분이 이렇게 텁텁하고, 가렵고, 왜 그러지?

 

나 너 좋아하는 거, 아니지?

너 좋아해서 나, 이러는 거 아니지?

 

어제 시험도 못 본 거 같아. 너때문에.

아무 의욕도 없고, 신나지도 않아. 너 때문에.

그러고 보니 모두가 다, 너 때문이네.

 

'너 덕분'이 아니라 '너 때문'이란 말, 참 밉다.

너만큼이나 참 밉다.

 

동생 잠들기 전에 불러다, 침대랑 책상을 원위치로 해놔야겠어.

이게 뭐니? 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