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그 부자가 어느날 어느 목장으로 여행을 갔어.
그런데 거기서 너무 너무 예쁘게 생긴 강아지를 봤다.
그 강아지는 양떼를 모는 일을 하고 있었어.
그래, 양치기 개..
그런데 부자가 보기엔 그 양치기 개가 너무 힘들어 보이더래.
맨날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이나 먹고,
컹컹 짖느라고 목도 쉬어있고..
그래서 부자는 목장 주인한테 막 사정을 했데.
내가 이 강아지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곤 도시로 데리고 온거지.
집에 와서는 정말 잘해줬어.
깨끗하게 씻어주고, 맛있는 것도 주고,
침대에서 재워주고..
그렇게 살았는데..그랬는데..
이 양치기 개가 가끔씩 하늘을 보면서 하루종일 짖는거야.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그런 날에는 하늘에 양떼 구름이 있더래.
양치기 개는 도시에 와서도
양떼 구름을 보고 그렇게 짖었어.
그래서..그래서 넌.. 어떻게 됐을 것 같아?
부자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양치기 개를 다시 목장으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했대.
女
그러면 그 양치기 개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예전과 똑같아질까?
만약 양치기 개가 목장으로 돌아갔는데
양들이 이미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면?
양떼 모는 법을 잊어버렸으면?
혹은 그 곳에 이미 다른 양치기 개가 있으면?
돌아갔는데 차가운 목장 바닥 대신
부자의 따뜻한 집이 그리우면?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 대신
부자가 주던 기름진 음식이 그리우면?
그러면..나는 어떡해?
한숨 쉬는 거.. 우울한 거.. 자꾸 들켜서 미안해.
그런데 이젠 니가 보내준다고 해도 나는 못 돌아가.
돌아가도 예전 같을 순 없을 거야.
니가 조금만 더 참아줘.
너 나 힘들게 여기까지 데리고 왔잖아.
그러니까 니가 조금만 더 참아줘.
男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
그녀의 생일 네 자리는 남자의 이메일 비밀번호...
남자는 그 날짜를 잊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남자의 마음은 며칠 전부터 내내 달막거렸습니다.
생일이니까... 생일이니까 헤어졌어도...
생일쯤은 기억할 수 있는 거니까...'
용기를 내어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생일 축하한다...
올해는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옆에 있어주면 안될까...?
우리... 다시 만나자.'
그 간절하고 많은 말들을 모두 생략한 채, 그저 "생일 축하한다"
남자는 혹시나 하는 수만가지 생각을 했기에...
'과연 내 메시지를 기다릴까?
벌써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 메세지가 방해가 되었을까?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지워버릴까?
답장이 올까? 뭐라고 올까?'
점점 커지는 남자의 심장소리가 그 귀를 멀게 할 때쯤,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심장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다시 숨가쁘게 뛰는 소리.
남자는 차마 문자 메세지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킵니다.
'아직도 넌...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만드는구나...'
남자는 문득, 원망감에 사로잡힌 채 한숨을 내쉬고...
이제 꼭 감은 눈을 떠서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女
생일인데 저녁때 뭘 하냐는 친구의 말에,
여자는 괜한 신경질을 냅니다.
"매해 있는 건데 촌스럽게 뭘 꼭 해야 돼?"
샐쭉해지는 친구의 얼굴.
무안해진 여자는 화장실로 가서, 타일 벽에 등을 붙이고
잠시 마음을 식힙니다.
'내가 왜 이렇게 예민 해졌을까... 아무 일도 없는데...
기다리는 것도 없는데...'
늘 있어왔던 게 없어진 것에 대한 허전함일 뿐,
다른 건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벽에서 등을 떼어내는 순간,
남자의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앞도, 뒤도... 원망도, 미련도 없는 듯한...
정도, 사랑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딱 여섯 글자...
"생일 축하한다"
이건 지나가는 강아지에게도 건낼 수 있는 인사.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그저 생일이면 건낼 수 있는 말...
"생일 축하한다"
'그랬구나... 너한테는 이미 내가 하나도 없구나...
나만 그동안 바보 같았구나...'
여자는 눈가가 빨개집니다.
입술을 깨물고 문자메세지를 보냅니다.
'나한테도 너는 이미 없어.' 증거라도 보여 줄 참으로,
짧디 짧은 세 글자의 메시지.
"고마워"
오늘은 여자의 생일이었습니다.
둘은 그저 몇 마디를 생략했을 뿐인데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은 오늘 또 한번 헤어집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 - 그 남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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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그 부자가 어느날 어느 목장으로 여행을 갔어. 그런데 거기서 너무 너무 예쁘게 생긴 강아지를 봤다. 그 강아지는 양떼를 모는 일을 하고 있었어. 그래, 양치기 개.. 그런데 부자가 보기엔 그 양치기 개가 너무 힘들어 보이더래. 맨날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이나 먹고, 컹컹 짖느라고 목도 쉬어있고.. 그래서 부자는 목장 주인한테 막 사정을 했데. 내가 이 강아지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곤 도시로 데리고 온거지. 집에 와서는 정말 잘해줬어. 깨끗하게 씻어주고, 맛있는 것도 주고, 침대에서 재워주고.. 그렇게 살았는데..그랬는데.. 이 양치기 개가 가끔씩 하늘을 보면서 하루종일 짖는거야.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그런 날에는 하늘에 양떼 구름이 있더래. 양치기 개는 도시에 와서도 양떼 구름을 보고 그렇게 짖었어. 그래서..그래서 넌.. 어떻게 됐을 것 같아? 부자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양치기 개를 다시 목장으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했대. 女 그러면 그 양치기 개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예전과 똑같아질까? 만약 양치기 개가 목장으로 돌아갔는데 양들이 이미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면? 양떼 모는 법을 잊어버렸으면? 혹은 그 곳에 이미 다른 양치기 개가 있으면? 돌아갔는데 차가운 목장 바닥 대신 부자의 따뜻한 집이 그리우면?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 대신 부자가 주던 기름진 음식이 그리우면? 그러면..나는 어떡해? 한숨 쉬는 거.. 우울한 거.. 자꾸 들켜서 미안해. 그런데 이젠 니가 보내준다고 해도 나는 못 돌아가. 돌아가도 예전 같을 순 없을 거야. 니가 조금만 더 참아줘. 너 나 힘들게 여기까지 데리고 왔잖아. 그러니까 니가 조금만 더 참아줘. 男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 그녀의 생일 네 자리는 남자의 이메일 비밀번호... 남자는 그 날짜를 잊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남자의 마음은 며칠 전부터 내내 달막거렸습니다. 생일이니까... 생일이니까 헤어졌어도... 생일쯤은 기억할 수 있는 거니까...' 용기를 내어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생일 축하한다... 올해는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옆에 있어주면 안될까...? 우리... 다시 만나자.' 그 간절하고 많은 말들을 모두 생략한 채, 그저 "생일 축하한다" 남자는 혹시나 하는 수만가지 생각을 했기에... '과연 내 메시지를 기다릴까? 벌써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 메세지가 방해가 되었을까?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지워버릴까? 답장이 올까? 뭐라고 올까?' 점점 커지는 남자의 심장소리가 그 귀를 멀게 할 때쯤,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심장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다시 숨가쁘게 뛰는 소리. 남자는 차마 문자 메세지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킵니다. '아직도 넌...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만드는구나...' 남자는 문득, 원망감에 사로잡힌 채 한숨을 내쉬고... 이제 꼭 감은 눈을 떠서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女 생일인데 저녁때 뭘 하냐는 친구의 말에, 여자는 괜한 신경질을 냅니다. "매해 있는 건데 촌스럽게 뭘 꼭 해야 돼?" 샐쭉해지는 친구의 얼굴. 무안해진 여자는 화장실로 가서, 타일 벽에 등을 붙이고 잠시 마음을 식힙니다. '내가 왜 이렇게 예민 해졌을까... 아무 일도 없는데... 기다리는 것도 없는데...' 늘 있어왔던 게 없어진 것에 대한 허전함일 뿐, 다른 건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벽에서 등을 떼어내는 순간, 남자의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앞도, 뒤도... 원망도, 미련도 없는 듯한... 정도, 사랑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딱 여섯 글자... "생일 축하한다" 이건 지나가는 강아지에게도 건낼 수 있는 인사.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그저 생일이면 건낼 수 있는 말... "생일 축하한다" '그랬구나... 너한테는 이미 내가 하나도 없구나... 나만 그동안 바보 같았구나...' 여자는 눈가가 빨개집니다. 입술을 깨물고 문자메세지를 보냅니다. '나한테도 너는 이미 없어.' 증거라도 보여 줄 참으로, 짧디 짧은 세 글자의 메시지. "고마워" 오늘은 여자의 생일이었습니다. 둘은 그저 몇 마디를 생략했을 뿐인데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은 오늘 또 한번 헤어집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 - 그 남자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