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

최준형200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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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힘


 

 

나는 가끔 말한다.

 

시간에는 힘이 있다고,

 

아무리 좋은 느낌도 퇴색해버리고,

 

잊을 수 없이 아프고 끔찍한 기억도, 조금씩

 

지워지고, 사라져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초침의 부지런함이,

 

분침의 꾸준함이,

 

시침을 이끌고, 이끌려 한바퀴 원을 그린

 

작지만 믿음직한 시침은 달력의 한칸을 지워나간다.

 

검은색 6칸 , 빨간색 1칸.

 

늘 의식할지도, 아니면 전혀 의식하지도 못할 수도

 

있는 나의 순간, 순간은.

 

모여서 초가 되고, 분이 되고,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된다. 시간을 이끌어가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던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시간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시간이 하라는대로, 시간이 가자는대로 움직였다.

 

말 그대로, 검은 색의 날은 검은색처럼.

 

빨간 색의 날은 빨간색처럼. 생각없이 질질 끌려다녔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시간이 아니라.

 

시간에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해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맞추어 내가 원하는 것을 조절해나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합리화해왔다.

 

"시간에는 힘이 있어. 난 그 힘을 이길 수 없다고."

 

 

시간의 힘.

 

언젠가 또 그 힘에 밀려 주저앉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시간의 힘의 가장 큰 무서움이겠지만.

 

 

시간이 가기에 내가 살아감이 아닌.

 

내가 살아가기에 시간이 간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지금까지 날 이끌어왔던, 시간에게

 

이번만은 내 힘을 보여주겠어. 시간을 이끌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