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추, 가을로 들어섰습니다. 덥지만 너무 덥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어코, 기필코, 마침내 가을 속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가을이면서 가을이 아닌, 이 때 쯤에서는 강가에 서 있어 볼 일입니다. 강물에 노을이 빠져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철길이 있어 기차 울음이 강물에 빠지면 더욱 좋겠지요. 제 고향에는 그런 곳이 있습니다. 넓고 긴 둑길이 있고, 노을이 있고, 철길이 있었습니다. 그 둑길에 서 있으면 세상은 참 평화로웠습니다.
강물은 흐르고
노을은 눕고
기차는 달리고
마을은 앉아 있었습니다.
저만 홀로 서 있었습니다.
더럽거나 속이 상한 것들은 강물에 버려서 씻기고
그럭저럭 쓸만한 것들은 노을 자락으로 덮고
아련한 것들은 기차에 실어 보내고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황홀하게 몇 번의 해를 어둠에 묻다보면 들녘에 하나 둘 허수아비가 나타났습니다. 허수아비는 새떼를 풀어 가을을 물어오게 했습니다. 가을은 우리가 불러야 비로소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슬슬 가을에 익힐 것들, 노을자락으로 덮을만한 것들을 골라보시지요.
입추, 철길이 있는 강가에서
입추, 철길이 있는 강가에서
오늘은 입추, 가을로 들어섰습니다. 덥지만 너무 덥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어코, 기필코, 마침내 가을 속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가을이면서 가을이 아닌, 이 때 쯤에서는 강가에 서 있어 볼 일입니다. 강물에 노을이 빠져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철길이 있어 기차 울음이 강물에 빠지면 더욱 좋겠지요. 제 고향에는 그런 곳이 있습니다. 넓고 긴 둑길이 있고, 노을이 있고, 철길이 있었습니다. 그 둑길에 서 있으면 세상은 참 평화로웠습니다.
강물은 흐르고
노을은 눕고
기차는 달리고
마을은 앉아 있었습니다.
저만 홀로 서 있었습니다.
더럽거나 속이 상한 것들은 강물에 버려서 씻기고
그럭저럭 쓸만한 것들은 노을 자락으로 덮고
아련한 것들은 기차에 실어 보내고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황홀하게 몇 번의 해를 어둠에 묻다보면 들녘에 하나 둘 허수아비가 나타났습니다. 허수아비는 새떼를 풀어 가을을 물어오게 했습니다. 가을은 우리가 불러야 비로소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슬슬 가을에 익힐 것들, 노을자락으로 덮을만한 것들을 골라보시지요.
〈김택근/시인〉 경향신문 아침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