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SㅇㄴE SㅇUㄴ2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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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조제라는 여주인공의 저 머리를 보는 순간 올드보이 오대수의 빠마머리를 봤을 때처럼 이 영화를 현실이 아닌 비현실의 픽션으로 보게 했다. 낮외출을 꺼리는 그녀가 1년동안 언제 머리를 저렇게 길러 빠마와 염색을 했을까,, 그 순간 보지도 못한 오아시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시작부터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딛힌 힘겨운 사랑이야기일까? 라는 추축을 해보며 이 영화는 비현실의 슬픈 로멘스라고 생각했다. 극적인 요소가 그다지 등장하지도 않은 멜로(?)영화 치고는 꽤 긴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영화내내 그들의 감정상태와 갈등은 극에 달한 적도 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들의 만남엔 할머니의 "잘가쇼. 건강하고," 요런 대사 말고는 큰 위기도 없었으며 크게 헤어져야할 이유도 만나야할 큰 이유도 없었다. 정말 꾸밈 없는 영화다. 설마 무서운 할머니가 더이상 계시지 않아서 그가 그녀를 다시 찾진 않았겠지. 자기가 없어도 할머니가 잘 알아서 키울거라 생각해서 그녀와 쉽게 헤어진 것은 아니었을테니. 영화가 처량하지도 어둡지도 않고 따듯한 느낌이 살짝살짝씩 느껴지던 이유는 조제의 할머니만이 그녀를 현실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그녀를 비현실의 입장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을 포함해 세명의 여자와 자는 착하지 않은 남주인공에겐 그녀는 사랑의 대상이었고 남주인공의 애인에겐 자신의 남자를 앗아간 조제를 때려줬을 만큼 동등한 여성으로서의 질투 대상이었으며 심지어 어린시절 시설에서 함께한 친구(?)에게도 단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게 싫은 친구일 뿐이다. 허심탄회하게 "선배의 애인이 날 계속 쳐다봐요"란 대학 후배의 대사조차 그녀를 일본 사회의 평범한 애인중 하나로 만들어주는데 한 몫 한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인물설정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결국 현실적인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조차 시치미떼고 현실을 철저히 거부할 수 만은 없는 것일까? 왜? 어째서? 말도 안되게 시작한 영화가 결국 말되게 그들을 갈라 놓았을까? 만약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면 갈등과 위기의 반복 없이 처음부터 무난무난한 지루한 사랑이야기가 되었겠지. 결국 끝엔 착하지 않은 청년이 이제야 현실을 깨닫게 되고 현실을 인정해버린 자신에 대한 원망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떠나게 되는데.. 슬픈가? 사실 이장면은 그다지 슬프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녀석은 이 여자 저 여자랑 자더니 역시나 끝까지 멋진 놈은 아니다. 만약 이 영화가 처음부터 현실적인 시선이 득실거리는 영화였다면 남주인공은 1분내에 현실을 인정하는 눈물 쏟으며 영화를 끝내게 할 인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철저히 논리를 거스르지 않았다. 그렇다. 남주인공을 배려하고 비현실의 설정에서 출발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끔. 그리고 비현실적인 출발의 사랑에서 현실적 결론의 이별에 걸친 과정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의 이별은 감독의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남주인공의 눈물은 현실에 대한 감독 본인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진실로 슬픈 것은 뻔한 멜로 영화의 라스트씬 조차 현실적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