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 05/01/10 진짜 눈물...

변재욱2006.09.20
조회37
인턴일기 05/01/10 진짜 눈물...

당직실에 누워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또 환자군...'
스키장에서의 무리로....굳을대로 굳은채.. 일어나려는 나의 의지에 반항하며 날 괴롭게하는 그 근육덩어리들을 달래며 응급실로 갔다....

어라....환자가 없네....

과장님이 계셨다....나한테 먼가 부탁할 일이 있단다...
흠....설마 또 이상한 심부름 시킬라는건 아니겠지......

한 환자가있다.....
gastric Ca.(위암)으로 수술받으셨지만 다시 재발...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Conservative Tx(보존적치료)만 하고계시는 분이다....
쉽게 말해.. 이제 가실날만 기다리시는 분.. 병원에서 통증조절하시며 계시는 할아버지시다,...과장님 보시기에 한 1주일도 힘들어보이신단다...

근데 할아부지가... 죽기전에 집에 함 가보시는게 소원이란다....
O2 Sat(산소포화도)이 85정도 나오신단다....정상은 90이상..보통사람은 다들 98 이상이나온다...
당연히 집까지 갔다오는건 무리다..위험하고...
심하진 않지만 dyspnea(호흡곤란)도 있으시단다.....
그래도 mental(의식수준)은 alert(명료)하시단다...신기하게도....

다른 병원으로 후송이라면 일명 '트랜스퍼비'라해서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이건 상황이 달라서 그냥 힘들어도 위험하신 어르신이니까 따라가면서 보살펴드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특별히 환자도 없고... 할 일도 없던차에.... 나이트번인 동료한테 응급실을 맡기고 따라나섰다....
얼마전에 서울에서 여기 여천으로 내려왔을 때 내가 응급실에서 맨 처음 본 환자였다.....




그새 더 많이 헬쓱해지셨네...



엠뷸런스에 가족과 함께 올라타 출발전 할아버지 상태를 꼼꼼이 확인하고 덜컹거리며 출발했다... 얼핏 가족들의 말이...산에 먼저 들른단다...헐... 이상태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산을 오늘다고?? 아무리 마지막 소원이라 하고자하시는대로 다 해드린다지만 이 상태면 업어서 올라가더라도..말도안되는 상황이다... 산길에서 숨이 가실지도모르는데....
고민하는도중 차가 멈춰선다... 앞에서 다른 가족들이 타던 차가 길을 막는다.....
움..........놀랍게도....산비탈을타고 올라가던 도로.. 그 바로 맞은편 산봉우리 한 가운데에 할아버지의 부모님 묘가 보였다....도로 한가운데서 엠뷸런스의 문을 활짝 여니 누워계신 할아버지께서 그 묘를 볼 수 있게됬다.....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순간 모든 가족들도 입을 다물고서 할아버지께서 부모님께...마지막 인사를 드리는걸 지켜봤다....이제 죽을날을 알고서 준비하는 자신의 마지막.....

힘없이 겨우 인제 다시 출발하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이불을 덮어드리고 다시 청진을했다....
HR(심박동수) 좀 빨라진 것 외에 출발할때와 큰 차이는 없었다 다행히.....
이제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전형적인 시골집이지만 내부는 원목으로 나름대로 예쁘게 만들어져있었다....
다들 병간호하느라 비워뒀던 냉기 가득한 집으로 할아버지를 들것에 실어 모셔왔다...
할아버지가 고함을 치신다 갑자기...
어디서 그런 기운이 갑자기 솟아나시는지....
자기를 내려노란다..... 방바닥을 뒹굴고싶다고....
할아버지는 힘겹게 환자복 마저 벗어버리셨다....
서있는 우리도 발가락이 오그라들정도로 냉기가 가득찬 집인데....
할아버지는 거기를 맨몸으로 뒹구신다.....
나와 온 가족들은 수액백과 산소탱크를 들고 할아버지를 따르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난 숨쉬기 힘드신 할아버지가 저러시는게 위험하다는걸 가족에게 알리긴 했지만...
나도 가족도...
그누구도 그걸 말릴 생각은 없다.....

'아버님...이게 아버님이 직접 다 일구시고 만드신 집이에요.....'

'응....그래... 내가 지었어.....내집....'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밀려 넘어오는 담즙과 위액들을 힘없이 바닥과 얼굴에 흘리시면서도 구르는걸 멈추시지 않는다.....온몸으로 당신께서 평생을 일궈온 그 집을 느끼시려는 듯...
먼길 떠나기 전 그 느낌 잊지 않기 위해 온몸에 새겨 넣으시려는 듯...

할아버지는 많이 가난하셨던 모양이다...
평생을 힘들게 농사로 아끼고아끼고 모아 늙으막에 이 아담하지만 멋진 집을 지으셨단다....
근데 거기서 얼마 살지도 못하시고 병고로 집아닌 병원에서만 사셨으니....

이제 다시 병원으로 향하기전 따님이....
'아부지 기르시던 개도 보고 가셔야죠.....'

'됐어!! 그놈을 머하러 봐....'

마니 아쉬운가보다....
가시는길에 정을 두시지 않으시려는 듯 갈길을 재촉하신다....



병원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할아버지 얼굴을 봤다....
힐끔힐끔....
연민에찬 내 눈빛이 되려 할아버지 기분에 누가 될까봐....
들키지 않도록.....

정말 야위어 뼈에 들러붙은 피부.... 그리고 그 피부들을 가득 매운 힘없는 주름....
바싹 말라있는 입술....
윤기 없는 할아버지 얼굴에 유일하게 촉촉한건....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아두시려는 듯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시는 그 두눈뿐이었다.......



난 병원에서 일한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살고 있다....
사람의 죽음과 관련해 눈물을 흘려본적은 없다....

근데 코 끝이 찡했다....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이용해 상술을 얹어 시청률이나 높이려는 그런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는 그럼 슬픔과 눈물이 아니다....
연예인들의 거짓 눈물을 과장해서 사람을 울리는 그런 슬픔과 눈물이 아니다...

여긴 감성을 자극하는 슬픈 배경음악도 없다.....
불쌍한 환자의 치열하고 사실적인 고통을 감추기위한 영상 기술도 없다....

구형 엠뷸런스의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오래 씻지 못한 할아버지의 몸과 입에서 나오는 심한 악취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흐르는 눈물은 진짜다....
가족을 잃어가는 가족들의 진자 슬픔.....

진짜 어루만져주어야할 슬픔이다....


할아버지.....
편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