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금년이 1975번째 한가위인가?

하중호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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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는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믿었다. 어려웠던 시절 방아 찧는 상상만으로도 풍요로웠으리라. 인도와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우리처럼 달에서 토끼를 보았으며, 유럽에서는 보석 목걸이를 한 여인의 옆얼굴ㆍ책 또는 거울을 들고 있은 여인을 상상했고, 두꺼비ㆍ당나귀ㆍ사자의 모습을 생각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과 한가위 등이 풍요로운 명절이지만, 서양에서의 달은 주로 마귀할멈이나 늑대인간 등 무서운 악령과 연관되어 할로윈데이(Halloween day) 등 귀신의 날이기도 하니 세시풍속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음력 팔월 보름날인 한가위는 평소 약력 9월 중이었으나 올해는 4년 만에 드는 윤년으로 10월 6일에 맞게 된다. 한가위가 신라 이래의 국가적 명절임은 중국에서 나온 수서(隋書)나 구당서(舊唐書)에 신라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활쏘기 대회 등을 하였다고 쓰였고, 일본인 승려 원인(圓仁)도 신라인들이 한가위 명절을 즐겼음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한가위는 오랜 우리의 고유 명절이며, 정월 대보름과 서로 의미가 통하여 수확을 경축하는 의례로 다채로운 민속들이 전해져 온다.

한가위는 가배ㆍ가위ㆍ추석ㆍ중추절 등으로 불린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인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말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삼국사기에 의하면,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한 달 동안 삼배 길쌈짜기를 하고, 8월 보름에 짠 베를 심사해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케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강강술래 등 노래와 춤을 추며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올해 1975회인 한가위는 세계민속 문헌에도 그 사실기록이 희귀한 우리의 전통 민속이다.

한가위 풍속은 벌초와 성묘 그리고 차례이다. 한가위 전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고 보살피며, 한가위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것이 순서이다. 시절음식에는 송편ㆍ시루떡ㆍ인절미ㆍ토란국ㆍ송이국 등이나, 송편이 대표적 절식이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며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으로 반월형 송편에 꿀ㆍ밤ㆍ깨ㆍ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쪄냈고, 이때 솔잎을 깔아 맛뿐만이 아닌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차례엔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을 모신다.

민속놀이는 강강술래ㆍ소싸움ㆍ닭싸움ㆍ가마싸움ㆍ씨름 등 풍년을 자축하는 것들이 많았으며, 해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이러한 풍습은 중국과 일본도 비슷한 점이 있었으나, 동양 3국 중 우리만이 한가위가 민족적 대명절이 된 것은 고유한 전통적 역사성이 엿보인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한가위를 맞아 단순히 송편만 먹을 일이 아니라 그 유래와 뜻을 음미하고 아름다운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 소위 동북공정과 한가위까지 넘보는 중국이 아니더라도 우리 것을 스스로 지키고 가꾸지 못하면 고유문화도 남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