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수배! 여 약사 납치 용의자

이현종2006.11.24
조회193
공개 수배! 여 약사 납치 용의자

전북 익산의 여약사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어제서야 공개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약사는 오늘로 실종된지 57일째가 됩니다.

경찰은 그동안 뭘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공개 수사에 나선걸까요?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거의 두달이 다 돼서야 경찰이 공개 수배를 했군요?



네. 경찰은 지금까지 목격자나 결정적 단서가 나타나지 않아 단순가출인지 납치인지 조차 가닥을 잡지 못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실종 당일, 약사의 신용카드로 누군가 현금을 인출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겁니다.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도 수사가 신속히 진행됐을 텐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보시죠.

전북 익산의 한 은행.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들어와 신용카드로 현금 280만원을 인출한 후 유유히 사라집니다. 키 180cm 정도에 스포츠머리의 남성, 어제 공개 수배된 여약사 납치 용의자입니다.

이 신용카드의 주인인 약사 황 윤정씨가 실종된 건 지난 9월 28일 낮 12시쯤, 약국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황 씨는 잠시 외출을 하겠다며 자신의 외제 승용차를 타고 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데요.

00약국 직원 :“미용실을 두 시에 예약하는 것만 제가 들었어요. 두 달에 한 번인가 코팅하러 가시는데 그날도 그래서 갔어요.”

평소 시간 관리가 철저했던 황 씨. 실제로 오후 2시쯤, 미용실에 예약이 돼 있었지만, 황 씨는 취소전화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단골 미용실 직원 :“예약만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아예 오시지도 않았어요.”

매일 오후 다섯 시, 아들을 데리러 가던 유치원에도황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에선 황 씨 개인 휴대전화와 약국에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00 유치원 교사 :“항상 아이를 20분, 30분 전이면 데리러 올 준비하시는 어머님이셨는데, 10분이 지나도 안 오셨어요. 절대로 그러실 어머님이 아니세요.”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는데요, 황 씨는 평소처럼 가사도우미에게 집안일을 부탁하는 쪽지를 남겼지만, 귀가가 늦는다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가사 도우미 :“잘 못 보거든요 저하고... 대화할 시간도 없고 그래서 항상 메모를 써놓죠. 서로... 그런 식으로 메모를 써놓죠. 자상했어요. 화끈하고 경우 바르고...”

약국과 예약이 된 미용실까지는 차로 불과 5분 거리...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의사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황 씨. 그녀가 사라진 뒤, 가족들은 곳곳에 전단을 돌리고 현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황 씨의 아버지 :“전단을 경찰이 2만 장인가 찍었어요. 나는 나대로 만 오천 장을 찍었다가 또 이제 교회나 이런데서 복사해서 쓴 것이 만여 장 또 복사했어요. 그러니까 전단이나 이런 거 뿌리고 돌아다닐 데 다 돌아다니고...”

하지만 경찰의 수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요, 그런데, 실종 56일째가 된 어제야, 경찰은 납치 용의자가 포착됐다며 CCTV 화면을 공개했습니다. 화면이 찍힌 건, 실종 당일인 9월 28일 저녁 8시 30분 쯤, 그것도 황 씨의 약국과 미용실이 있는 바로 그 동네 은행이었는데요,

김종길 (전북 지방 경찰청 수사과장)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났고, 피해자 가족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던 터라 범인의 얼굴을 공개수사해서 검거하는데, 주민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그동안은 황 씨의 돈 인출내역이 없다고 해왔던 경찰, 왜 실종 56일이나 지나서야 CCTV 화면을 공개한 것일까요? 사실, 이런 화면이 찍힌 걸 경찰이 안 것이, 불과 열흘 남짓 밖에 안됐습니다.

최종호 (전북 익산 경찰서 형사과장) :“11월 8일 영장 신청하고, 11월 9일 오후 17시 50분 정도에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영등동 지점에서 인출한 것이고 해서 다음날, 그 날(9일)은 문을 닫았고 10일 날 저희가 현장에 가서 CCTV를 확인한 것입니다.”



경찰이 사건 40일이 지나서야 영장을 발부받아 사용내역을 추적한 이유, 그동안은 가족들이 황 씨의 것으로 알려준 신용카드 다섯 장에 대해서만 내역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두 장이 더 있었던 건데요.

황인택 (전북 익산 경찰서) :“그전에는 가족들이 준 카드 5장에 대해서만 카드사용액을 계속 의뢰했다가, 그 후에 계속 피해자 주변에 대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그러면서 상당히 미뤄졌다가 11월 8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서 전체 카드 회사에 그 압수영장을 발부받아서 (조회했더니) 황윤정의 이름으로 된 카드를 확인했습니다.”

중요한 단서는 또 있었습니다. 지난달 초, 전북 완주의 한 아파트에 황 씨의 것으로 보이는 외제 승용차가 있다는 제보 전화가 왔는데요, 경찰은 탐문 수사 끝에 그 차의 사진을 찍은 학생을 찾아냈습니다.

황인택 (전북 익산 경찰서) :“(사진 찍은 학생이) 고급승용차에 관심이 많아요. 그 사진뿐 아니라 다른 (승용차) 사진도 저장을 많이 해놨더라고요. 그래서 (황 씨의) 차량이 00아파트에 주차돼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죠.”

사진에 찍힌 번호판은 황 씨의 차가 분명했고, 실종된 지 불과 이틀 후에 찍힌 것이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차는 사라진 후였습니다.

동네 어린이 :“언제인지는 몰라요. 그냥 이쪽에서 영어로 (쓰인) 어떤 차가 있었는데요. (여기에?) 이쪽에 있었는데요. 없어졌어요.”

뒤늦게 실종이 아닌 납치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 갑니다. 황 씨의 가족들은 아이에게 엄마가 외국여행을 갔다고 둘러댔는데요. 엄마를 찾는 아이를 볼 때마다 목이 메입니다.

황 씨의 어머니 :“ 비행기가 한 번은 지나가니까 그래요. 할머니, 저 속에 엄마 있지? 자기 엄마 왜 여기에 안 내리느냐고.. 왜 안 내리느냐고...”

아무도 엄마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전보다 부쩍 말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유치원 교사 :“얼마 전에 생일이었어요. 11월 1일이 이 아이 생일이어서 이번에 31일 날 생일 축하식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있었으면, 우리 엄마가 맛있는 간식도 보내준다고 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그동안도 가족들은 감당하기 힘든 마음고생을 겪어왔습니다. 황 씨가 가출했다는 등 괴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인데요, 황 씨의 어머니는 차라리 소문처럼 살아있기만 해도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 :“저는 그런 심정, 그저 우리 딸이 살아오기만... 내 목숨하고 바꿔도 돼요. 알았죠? 내 목숨하고...아무 죄 없는 무고한 백성을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딸을 살려만 준다면, 모든 걸 용서하겠다며 납치 용의자에게 오히려 애원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황 씨의 아버지 :“지금 현재 윤정이가 살아있다면, 윤정이의 생명을 어떤 처지에서든 살려만 주시면 내가 윤정이를 지금까지 감금한 납치범이라 해도, 부모님처럼 내가 섬기겠다.”

가족들의 바람대로 황 씨가 이제라도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요, 시청자 여러분도 용의자가 찍힌 화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작은 단서라도 있다면 꼭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