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슬픈 별사탕

이은주20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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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슬픈 별사탕

 

1. 제 이름은 은우입니다.

 

 똑...똑...

 

 이제 비가 그치고 있나봐요. 겨울비가 한 껏 흠뻑 온 세상을 젹셔 놓았거든요. 전 지금 베란다에 앉아 밖에 비오는 걸 감상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다리를 흔들거리며 밖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막 소리를 지르네요.

"추우니까 문 닫으라고!"

전 꼭 이런 말들을 듣게 되면 얼굴이 온갖 심술을 끌어와 잔뜩 부풀리죠. 그리고 사납게 말하게 돼요.

"싫다고~!"

그럼 엄마가 움찔해요. 그걸 바라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엄마는 나에게 함부로 못 한답니다.

아... 이러기 전에 제 소개 부터 해야겠네요.

안녕하세요? 전 은우라고 해요. 강은우... 아주 씩씩한 7살 남자 아이예요. 좋아하는건 돈까스! 그렇지만 엄마는 자주 안해줘요. 제가 돈까스를 좋아하는 걸 모르시는 걸까요? 아님 하기 싫은걸까요? 그냥 늘 풀만 줘요. 전 그런건 싫은데.. 그리고 에... 또.. 좋아하는 건 '꾸'라는 인형을 좋아해요. 집에는 온갖 장난감과 인형들이 있는데요, 전 그 중에서 '꾸'가 젤 좋아요. '꾸'는 헝겊 인형이예요. 남자 인형이죠. 다 낡아서 여러군데가 찢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턱시도가 꽤 괜찮아 보여요. 엄마가 가끔 그 인형을 세탁기에 돌리려고 할 때 마다 그 인형이 '살려줘'하는 것 같아 슬프긴 하지만.. 뭐.. 그래도 그 녀석을 위해 하는 거니까 괜찮을 꺼예요. 저에게 친구란 그 녀석 뿐이랍니다. 전 친구가 없어요. 그리고 동생이나 형도 없고 혼자예요. 그래서 전 '꾸'에게 말을 걸어요. 그러면 '꾸'는 저의 말을 알아 듣는 것 같이, 꼭 웃는 것 같이 변한다니까요.

 전 바깥에도 잘 나가지 못해요. 한번은 나갔다가 쓰러져 들어왔어요. 그 이후엔 엄마, 아빠가 절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걸 꺼려하시는 것 같아요. 남들이 말하길 전 몸이 아프데요. 그래서 인지 몰라도 엄마가 저에게 소리는 질러도 다른 아이들 엄마처럼 때리지 못해요. 이유는 제가 아프기 때문이겠죠? 뭐가 아픈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제가 아프대요. 전 팔, 다리도 있고 뛸 수도 있고, 숫자도 계산 할 줄 아는데... 뭐가 아프다고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가끔 병원에 가면 엄마는 나를 병원 한 구석에 세워 놓고 의사선생님과 이야기 하러 들어가버려요. 왜.. 내가 아픈데 엄마하고만 이야길 하는건지.. 가끔은 제가 아픈게 아니라 엄마가 아파서 제 핑계를 대고 병원에 온다는 생각을 해봐요. 거기에 있다보면 힘든 아이들이 많아요. 잘 걷지도 못하고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몇몇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는데 못 알아 듣는 것 같아 그만 두었어요.

 어느날 엄마는 병원에 갔다오더니 정말 힘들고 지친 얼굴로 무언가를 찾았어요. 제가 한참을 바라보니까 엄마는 갑자기 표정이 무섭게 변하더니 또 소리를 칠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자 제 심술이 또 모아져서는 한 껏 부풀리지 뭐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겁을 먹었는지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얼굴로 마룻 바닦에 앉아 버렸어요. 그리고 찾던게 눈에 보였던지 텔레비전이 놓여있는 그 장식장에서 상자를 꺼내 들었어요. 저도 볼려고 가까이 가니까 엄마가 갑자기 그 상자를 열지는 못하고 저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답니다. 전 엄마의 코 훌쩍거리는 소리가 지겨워 다른데로 갈려고 했는데 제가 그렇게 하면 엄마가 기절을 할 것같다는 문득 그런 생각에 가만히 서 있었어요. 가끔 엄마는 아이같다니까요.

 

2. 전 은우 엄마입니다.

 

 이제 막 7살이 된 아들 은우를 보면 여간 속상한게 아닙니다.

 7살이라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원도 가고 뛰어 놀아야 하는데 어느날 밖에 나갔다가 쓰러져 들어온 은우를 보고 병원에 갔더니 악성빈혈이라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만 나중엔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말했어요. 거기에다가 약간의 정신지체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은우는 가끔 자기 멋대로 할려는 아주 어린 4살 아이가 되어 있어요. 가끔은 그 아이를 감당하기가 힘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병원에 가 상담을 받죠. 그리고 그로 인해 전 정신병을 하나 얻었어요. 제 감정도 조절을 못할 때가 있죠. 그래도 은우에게만은 그러지 않을려고 노력한답니다.

 아마 모르실꺼예요. 그런 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

 사실 은우는 지금 남편과의 아이가 아니예요. 아마 그 이야기는 차차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앞으로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때마다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아까 보니까 은우도 선생님을 꽤 따르는 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아.. 네.. 말 안 하시겠죠? 이건 상담이니까. 이런 상담은 처음이라 무얼 이야기 해야 할지 몰랐는데..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되는거죠? 웃으시는 군요. 그럼 다음에 또 뵐께요.

 

3. 나 닮은데가 없어?

 

 아.. 또 오셨네요? 이제 앞으로 자주 오실껀가요?

오늘은 이상하게요, 엄마가 갑자기 안 하던 요리를 했어요. 큭큭..만든게 피자빵이었는데요, 평소에 요리를 안 하고 풀만 반찬으로 내 놓으니까 엄마는 오늘 요리에 실패를 했다구요. 그래도 뭐.. 처음 한거 치고는 잘 한거죠 뭐. 전에 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적에 말이죠. 엄마가 한 번은 빵집에 데리고 간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프다는 소리도 듣지 않았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으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때 거기에서 본 피자빵은 정말 맛있게 생겼어요. 하나 사달라고 졸랐죠. 저기 구석에서 빵을 고르던 엄마가 나를 보았어요. 엄마는 화가 난 것 처럼 보였지만 이내 사주셨어요. 그리고는 엄마가 담았던 빵 바구니에서 엄마가 골랐던 것들은 마구 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가 사달라고 했던 빵만 사줬죠. 그 때 먹었던 그 피자빵에 비하면 정말 엄마가 만든건 피자빵인지 아님 그냥 빵 위에 풀을 놓았던건지 알 수가 없었다니까요. 그걸 아저씨가 먹어 봤어야 했어요. 큭큭..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엄마가 이상했어요. 전에 제가 말했던 상자 있죠. 그 상자를 다시 여는 거예요. 그리고 그 속에 뭐가 있었는지 한 참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네? 저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웬지 분위기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멀리서 바라보았죠. 엄마가 거기에 있는 걸 보면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뭐.. 무슨.. '우'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뭐.. 확실치 않으니까 됐어요. 아저씨는 알아요? 엄마가 뭐라고 말을 하는건지? 하긴 아저씨가 알턱이 없겠죠. 큭큭.. 물좀 줘봐요. 자꾸 목이 막혀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아.. 아빠요? 아빠는 말이죠. 항상 바빠요. 그래도 가끔 얼굴을 보게 되면 웬지 모를 슬픈 눈을 하고 와서는 웃으면서 말해요.

 "이 애가 나랑 닮았어?"

라고요. 무슨 말일까요? 저야, 뭐.. 아빠 아들이니까 닮지 않았겠어요? 안 그래요? 아저씨.. 왜 그렇게 딴데 봐요.

 암튼.. 그러고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세요. 네? 응석이요? 그게 뭐예요? 아... 그런거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아빠는 그럴 분이 아니시거든요. 항상 저만 보면 그러고 들어가시는 걸요? 아저씨 전 아빠 안 닮았어요? 아빠 아들이니까 닮지 않았을까요?

 

4. 남편의 아들이 아니예요.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에 짦게 이야기만 하고 가서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오늘은 선생님 말씀대로 요리를 좀 해봤어요. 그것도 은우가 좋아할만한 요리로요. 은우는 피자빵을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적에 빵집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그 빵만 한참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거예요. 그리고는 그러더라구요. -사실은 그 애가 말을 했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어른 같았거든요.-"나.. 이 빵이 먹고 싶은데.." 별 이야기 같지는 않지만 그 때는 그랬어요. 그래서 담고 있던 빵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그 빵만 샀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했을 때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그 빵을 만들어 보았죠. 처음 하는 거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망서렸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해요. 은우도 맛있게 먹어주었구요.

 아.. 전에 하다 말은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은우는 지금의 남편과의 아이가 아니예요.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의 아이었죠. 놀라시는 군요. 그래서 이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죠. 부탁좀 할께요. 이건 남편에게 비밀이예요. 선생님이 이 비밀을 발설을 한다면 전 아마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은우랑 같이 말이죠.

 말을 하지 않으신다니까 안심이 되네요. 휴.. 그럼 이야기 하죠. 그 사람을 만났던 것은 제가 20살이 되던 해였어요. 전 그때 막 대학을 입학을 했었죠. 그때의 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하기야 그때의 나이에는 그렇겠죠? 전 학교를 그렇게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어요. 멀리 떨어져 지방으로 가게 되었죠. 그래도 집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답니다. 저의 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공부냐면서 구박을 하셨지만 어머니의 뜻은 틀렸어요. 여자라도 가방 끈이 길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듯 했어요. 그래도 제가 먼 곳 까지 간다는 그 소리에 속상해 하셨죠. 저를 그 먼 대전까지 데리고 학교 탐방을 하러 갔을 때 어머니께서 무언가에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죠. 어머니는 아쉬움을 감출려고 하셨던 거였어요. 그 때 당시만 해도 대전은 시골이었어요. 아니, 제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어요. 전철도 없고 아파트가 드러서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전 신기한 마음에 들떠 있었죠. 하지만 그 반대로 어머니는 한 숨을 푹 쉬면서 "이렇게 먼 곳 까지 너가 어떻게 학교를 다닐려고" 라고만 말씀 하셨죠. 전 상관 안 했어요. 제 인생이니까요. 그 오만한 생각 때문에 이렇게 까지 되었지만...

 암튼,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눈이 와서 길에 아직도 눈이 싸여 있었어요. 어머니랑 저는 버스를 타고서 한참을 달려야 했죠. 버스가 시골 길을 접어 들 때 마다 저는 신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답니다. 저와 반대로 어머니는 한 숨만 내 쉴 뿐이었고요. 그렇게 해서 겨우 도착을 했는데 학교가 온통 흰 눈으로덮여 있는 거예요. 아주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서 거기에 반해 버렸죠. 그리고 운동장에 서서 위에 있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제 인생이 다시 여기서 부터 시작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요.. 여기서 부터 시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