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제적'감독 임상수 감독이 이번에도 평범하지 않은 멜로 영화를 한편 가지고 돌아왔다. 등 논란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임상수 감독이 80년대를 회고하는 멜로 은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언론시사회의 무대인사에 선 임상수 감독은 "정치라니 짜증나는 소재인걸 안다"고 운을 뗀 뒤, "나 임상수가 지금까지 영화가 그렇게 짜증나게 영화를 만든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감옥에서 나온 패배자 이야기라 고리타분할 것이란 편견을 깨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무대인사를 오르는 염정아, 홍상수 감독, 지진희]
사랑하는 것조차 죄처럼 느껴졌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픈 시대에서 피어난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소설 황석영의'오래된 정원'은 임상수 감독의 특별한 시선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했다. 임 감독 특유의 냉소와 함께 결국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지키는 힘은 민초들이라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두 주연배우]
시대가 아파 사랑조차 아팠던 소설의 주요 흐름과 달리 영화는 한윤희라는 평범한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숨가쁘게 보여준다. 빠른 장면 전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군데만 몰입할 수 없게 만들지만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시대를 감지하게 한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임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정원'은 '그때 그 사람들'(1970년대), '바람난 가족'(1990년대)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황석영 원작의 이 영화를 통해 1980년대를 관통하겠다는 뜻이랄까? '바람난 가족'과는 황정민의 배역 이름이었던 영작이라는 인물을 '오래된 정원'에도 등장시키면서 연결고리를 찾는다.
[포토타임 중인 주연배우와 홍상수 감독]
즉, 사랑하는 남자는 무기수가 되고 아끼던 후배는 분신자살한 후 그나마 옆에 있는 후배 영작(윤희석)에게 한윤희(염정아)와의 대화를 보면
윤희曰 "누가 뭐라 하든 네 길을 찾으라" 영작曰 "우리, 현우 형 꺼낼까요?" 윤희曰 "어떻게?" 영작曰 "전두환 죽여버리죠."
이 장면 후 임 감독은 윤희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오래된 정원'과 '바람난 가족'이 동일선상에 놓여있음을 드러낸다. "영작이, 쟤요. 나중에 인권변호사가 됐대요. 어디에도 출마한다나"라면서. 윤희는 그 말을 카메라 정면, 즉 관객을 보고 한다. 이것을 보면 의 황정민의 배역이름이 영작이라는 점과 그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점에서 일맥을 같이 한다.
[간담회 중에 여러 표정을 지어주는 염정아]
참으로 임상수 감독은 이러한 점에서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감독같아 보인다. 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소재로 상영금지소송에도 휘말렸었다. 이번 영화에서 '전대통령을 죽이면 된다' 라는 대사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느냐는 말에 "80년대 이야기를 다루는데 저런 대사는 기본 아니냐?" 라고 하며 임상수 감독 다운 답변을 했다.
영화의 시작은 16년 8개월 만에 교도소 문을 나서는 오현우(지진희)의 출소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한윤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세상은 17년 전과는 매우 달라져 있다. 17년전 현우는 운동권으로 수배를 받아 도피생활을 한다. 이 때 시골 미술교사 한윤희(염정아)의 도움을 받는다. 갈뫼에 숨어든 그들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윤희는 그때 사랑의 시작을 "지루한 시골생활에 뭔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표현한다. 윤희의 도움으로 편안한 도피를 하게 됐지만 현우는 늘 죄스럽다.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학살이 벌어졌던 날인 5월27일의 1년 후를 보낸 현우는 서울로 올라가 동료들을 만나 또 다시 절망한다. 조여오는 수사망에 동료들이 하나둘씩 잡혀가자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현우는 결국 가을이 가기 전 윤희 곁을 떠난다.
[6개월간 사랑하고 그 뒤로 보지 못하는 두사람 한윤희와 오현우]
염정아와 지진희의 연기는 물이 가득차 올랐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둘은 적절한 연기 수위로 관객의 부담감을 덜어주는게 아닐까 싶다.
17년의 세월을 과거와 현재의 쉼없는 교차로 보여주면서 임 감독은 1980년대 그들에겐 미래, 즉 현재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문어체식 표현으로 학습을 하는 운동권의 모습, 5ㆍ18 광주민주항쟁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수혜품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감옥에 갈 이를 정하는 군부 독재치하의 운동권 독재. 1980년대 운동권의 모습에서 2000년대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 사회주의자 아들이 출소하자 300만 원이 넘는 옷을 사는 어머니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이처럼 임상수 감독은 본인의 말처럼 "영혼이 아름다운 두사람"의 멜로 마져도 잔인하리 만큼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의 신파로 그리지 않고 이데올로기에 행복을 저당 잡혔던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쿨한 냉정한 감독이다. 이에 을 보면 그의 쿨함이 또 한번 좋아지게 만드는 영화이다.
[문제적 감독 임상수 감독의 답변에 웃는 염정아]
"고집불통이지만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두 연인의 고상한 러브스토리"라고 영화를 요약한 임상수 감독의 말처럼, 은 80년대 사회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눈물콧물 짜내지 않고,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원작이 '더 이상의 운동권은 없다'는 식으로 80년대 운동권을 파헤쳤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근원적인 슬픔, 높은 차원에서의 슬픔을 다뤘다"는게 감독의 설명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지진희, 윤희석]
["동생이 먼저 답변 하겠다며 본인이 먼저 답하는 지진희때문에 웃음을 자아냈다]
사랑보다 신념을 택한 현우를 연기한 지진희는 "현우는 당시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약한 캐릭터라고 봤다. 시대의 신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와 삶의 열정을 지닌 윤희 역의 염정아는 "윤희는 운동권은 아니지만 그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그 시대를 돌아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속 깊고, 멋있는 여자"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염정아의 다양한 표정과 다정한 두사람의 포즈]
이 영화가 다소 대중적으로 성공을 못한다면 이유는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아닐까 한다. 영화 내에 이데올로기적 신념과 남녀문제의 신파를 모두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두개의 시선은 영화속에서 자주 부딪히기만 할 뿐, 매끄럽게 이어져 관객에게 눈물이면 눈물, 시대의 아픔이면 아픔이든 그 어느것도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한다. 두 가지 모두 미지근하게 다가 오는 점이 대중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줄 것인지 중요한 요소가 될듯 싶다.
[오래된 정원]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임상수식 멜로
대한민국 '문제적'감독 임상수 감독이 이번에도 평범하지 않은 멜로 영화를 한편 가지고 돌아왔다. 등 논란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임상수 감독이 80년대를 회고하는 멜로 은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언론시사회의 무대인사에 선 임상수 감독은 "정치라니 짜증나는 소재인걸 안다"고 운을 뗀 뒤, "나 임상수가 지금까지 영화가 그렇게 짜증나게 영화를 만든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감옥에서 나온 패배자 이야기라 고리타분할 것이란 편견을 깨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무대인사를 오르는 염정아, 홍상수 감독, 지진희]
사랑하는 것조차 죄처럼 느껴졌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픈 시대에서 피어난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소설 황석영의'오래된 정원'은 임상수 감독의 특별한 시선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했다. 임 감독 특유의 냉소와 함께 결국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지키는 힘은 민초들이라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두 주연배우]
시대가 아파 사랑조차 아팠던 소설의 주요 흐름과 달리 영화는 한윤희라는 평범한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숨가쁘게 보여준다. 빠른 장면 전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군데만 몰입할 수 없게 만들지만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시대를 감지하게 한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임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정원'은 '그때 그 사람들'(1970년대), '바람난 가족'(1990년대)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황석영 원작의 이 영화를 통해 1980년대를 관통하겠다는 뜻이랄까? '바람난 가족'과는 황정민의 배역 이름이었던 영작이라는 인물을 '오래된 정원'에도 등장시키면서 연결고리를 찾는다.
[포토타임 중인 주연배우와 홍상수 감독]
즉, 사랑하는 남자는 무기수가 되고 아끼던 후배는 분신자살한 후 그나마 옆에 있는 후배 영작(윤희석)에게 한윤희(염정아)와의 대화를 보면
윤희曰 "누가 뭐라 하든 네 길을 찾으라"
영작曰 "우리, 현우 형 꺼낼까요?"
윤희曰 "어떻게?"
영작曰 "전두환 죽여버리죠."
이 장면 후 임 감독은 윤희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오래된 정원'과 '바람난 가족'이 동일선상에 놓여있음을 드러낸다. "영작이, 쟤요. 나중에 인권변호사가 됐대요. 어디에도 출마한다나"라면서. 윤희는 그 말을 카메라 정면, 즉 관객을 보고 한다. 이것을 보면 의 황정민의 배역이름이 영작이라는 점과 그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점에서 일맥을 같이 한다.
[간담회 중에 여러 표정을 지어주는 염정아]
참으로 임상수 감독은 이러한 점에서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감독같아 보인다. 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소재로 상영금지소송에도 휘말렸었다. 이번 영화에서 '전대통령을 죽이면 된다' 라는 대사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느냐는 말에 "80년대 이야기를 다루는데 저런 대사는 기본 아니냐?" 라고 하며 임상수 감독 다운 답변을 했다.
영화의 시작은 16년 8개월 만에 교도소 문을 나서는 오현우(지진희)의 출소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한윤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세상은 17년 전과는 매우 달라져 있다. 17년전 현우는 운동권으로 수배를 받아 도피생활을 한다. 이 때 시골 미술교사 한윤희(염정아)의 도움을 받는다. 갈뫼에 숨어든 그들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윤희는 그때 사랑의 시작을 "지루한 시골생활에 뭔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표현한다. 윤희의 도움으로 편안한 도피를 하게 됐지만 현우는 늘 죄스럽다.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학살이 벌어졌던 날인 5월27일의 1년 후를 보낸 현우는 서울로 올라가 동료들을 만나 또 다시 절망한다. 조여오는 수사망에 동료들이 하나둘씩 잡혀가자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현우는 결국 가을이 가기 전 윤희 곁을 떠난다.
[6개월간 사랑하고 그 뒤로 보지 못하는 두사람 한윤희와 오현우]
염정아와 지진희의 연기는 물이 가득차 올랐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둘은 적절한 연기 수위로 관객의 부담감을 덜어주는게 아닐까 싶다.
17년의 세월을 과거와 현재의 쉼없는 교차로 보여주면서 임 감독은 1980년대 그들에겐 미래, 즉 현재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문어체식 표현으로 학습을 하는 운동권의 모습, 5ㆍ18 광주민주항쟁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수혜품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감옥에 갈 이를 정하는 군부 독재치하의 운동권 독재. 1980년대 운동권의 모습에서 2000년대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 사회주의자 아들이 출소하자 300만 원이 넘는 옷을 사는 어머니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이처럼 임상수 감독은 본인의 말처럼 "영혼이 아름다운 두사람"의 멜로 마져도 잔인하리 만큼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의 신파로 그리지 않고 이데올로기에 행복을 저당 잡혔던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쿨한 냉정한 감독이다. 이에 을 보면 그의 쿨함이 또 한번 좋아지게 만드는 영화이다.
[문제적 감독 임상수 감독의 답변에 웃는 염정아]
"고집불통이지만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두 연인의 고상한 러브스토리"라고 영화를 요약한 임상수 감독의 말처럼, 은 80년대 사회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눈물콧물 짜내지 않고,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원작이 '더 이상의 운동권은 없다'는 식으로 80년대 운동권을 파헤쳤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근원적인 슬픔, 높은 차원에서의 슬픔을 다뤘다"는게 감독의 설명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지진희, 윤희석]
["동생이 먼저 답변 하겠다며 본인이 먼저 답하는 지진희때문에 웃음을 자아냈다]
사랑보다 신념을 택한 현우를 연기한 지진희는 "현우는 당시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약한 캐릭터라고 봤다. 시대의 신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와 삶의 열정을 지닌 윤희 역의 염정아는 "윤희는 운동권은 아니지만 그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그 시대를 돌아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속 깊고, 멋있는 여자"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염정아의 다양한 표정과 다정한 두사람의 포즈]
이 영화가 다소 대중적으로 성공을 못한다면 이유는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아닐까 한다. 영화 내에 이데올로기적 신념과 남녀문제의 신파를 모두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두개의 시선은 영화속에서 자주 부딪히기만 할 뿐, 매끄럽게 이어져 관객에게 눈물이면 눈물, 시대의 아픔이면 아픔이든 그 어느것도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한다. 두 가지 모두 미지근하게 다가 오는 점이 대중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줄 것인지 중요한 요소가 될듯 싶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Copyright ⓒ parkchulw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