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들의 절규 다섯번째

허호2007.03.16
조회108
*이젠 저도 만화계 사람이라 "니가 돈 벌려고 하는 소리지?"하고

빈정거릴 사람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같은 3류

스토리 작가에겐 대여점 있는 편이 돈 벌기가 더 쉽습니다.

이건 다음에 설명하지요.



1. 책이 비싼 이유



한국에선 만화책이 비싸다는 불만이 많이 나옵니다.

뭐, 사람 욕심에 싸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만은.

한국인이 싸다고 해줄 수 있는 건 맥도날드의 300원짜리 아이스크림

빼곤 아마 없을 거같습니다. 특히 문화상품 중에서는 없을 걸요.

아무튼 어느 정도 비싸다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도록 하지요.

2500원하던 만화책이 3500원하는데에 그다지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비싸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혹자는 말합니다.

"대량생산을 통해 책값을 싸게 하란 말이다!"

그야말로 지당한 의견이지요. 하지만 이유와 결과를 혼동하고 있죠.



[팔리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못하는 겁니다]



많이 찍어서 많이 팔면 되는 걸 출판사가 바보라서

비싸게 조금만 찍어서 그것밖에 못파는 걸까요?

동인지를 만들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소량생산을 하면

단가는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동인지가 불과 수십페이지에

불과하면서도 만화책보다 비싼 건 그런 이유에서지요.

4천부 팔리고 끝나는 대여점 중심의 시장하에서 어떤 출판사가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을 감히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출판사가 악의적으로 담합해서 계속해서 가격을 올려왔다"

"책값을 내리려는 노력을 안하고 있다"



만화책은 농산물이 아닙니다. 김장철이 되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하는 배추가 아닙니다. 가격을 올린다고 이익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은 바보가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기업인걸요.

많이 팔 수 있다면 싸게, 조금밖에 안팔린다면 비싸게 만들어서

이익을 낼 수 밖에 없지요. 당연한 기본 경제원리지요? 그리고 팔리지

않는 상품의 가격을 내릴 재간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의 하나, 가격을 올리는 악의적인 담합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건 대여점입니다.



[상품의 질과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수요]



이것이 바로 상품의 가격을 마음놓고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지요.







2. 만화잡지가 비싼(?) 이유



요 근래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메이져 잡지 2개가 무너졌습니다.

전 사실 우리나라 잡지가 너무 싼 거같아서 걱정인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우리나라 만화잡지는 1000~4000원입니다.

격주간지는 2500~3500원.

월간지는 3500~4000원.



일본의 잡지는 260~780엔 정도입니다.

격주간지는 260엔정도.



월간지는 650엔정도



일본잡지의 종이질이 훨씬 나쁘고 가격에서 대단한 차이는 안나지만

국민소득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잡지들이 훨씬 비싸죠. 하지만

이건 국민소득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단연 싸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가 일주일에 400만부를 팔 때,

우리의 영챔프는 2주일에 2만 4천부를 팝니다.

우리나라 만화잡지 중 현재 월 5만 부를 넘기는 잡지는 없.습.니.다.

네, 정말로 없습니다. 발행 부수 2만부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찍은 걸 80%이상 팔 수 있는 잡지도 드물지요.

국내 만화잡지 월간 총 판매량을 더해도 일본의 만화잡지 하나가

일주일에 파는 양의 25%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싸니까 가격을 내리라구요? 만약 우리나라 만화잡지들이 100만부씩

팔린다면, 출판사는 종이값으로 700원만 받을 용의도 있을 겁니다.



만화잡지는 원래 이익을 내려고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일종의 광고지입니다. 보고 그냥 버리면 되는 게 잡지입니다.

(아,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는 게 아닙니다! 광고 별로 없잖아요)



단행본을 찍어 팔기 위해, 그리고 단행본을 선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만화잡지입니다.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싸게 만들죠.



우리나라 만화잡지는 단행본보다 질이 더 좋고 판형도 물론

더 크고 컬러 페이지도 많고 기사도 충실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한달에 5천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만들지만

독자들은........잡지조차 빌려 봅니다. 슬프죠.





3. 앞으로 영원히 살 수 없다



단행본 가격은 이미 4000원을 돌파했습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단행본 가격은 더 오를 것입니다.

점점 더 적게 팔려서 평균 2000권 정도인 현재 한국 만화 시장......

슬슬 만화책을 충무로의 소규모 인쇄소에서 찍어야 할 지도 모르지요.

동인지랑 나란히 찍어서 박스에 담아서 나르는 거죠.

(몇몇 동인작가들보단 오히려 양이 더 적을지도 모르는 --;)





당연히 대여료도 오릅니다. 책값의 30%는 문제도 아닙니다.

판매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면, 대여점 주인들은 안심하고

대여료를 인상할 것입니다. 뭐, 이미 판매 시스템은 거의

다 무너졌지만요. 몇몇 도에서는 아예 총판이 철수했으니까.



이제 점점 더 책을 가지기 힘들어 집니다.

앞으론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죠.

이게 이익일까요? 여러분이 이익으로 생각하던 '싸게 본다'도

점점 퇴색합니다. 어쩌다 한권 사려고 해도 책은 5000원이 넘고,

1권 빌려보는 것도 800~1000원이 깨지고. 이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던

만화의 유토피아입니까?





4. 정리



자, 자기 이익만 생각해봅시다. 전 여러분에게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남 생각도 좀 해보라고 충고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사서 보면 바뀐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서 보면 이익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1500원짜리 만화책, 700원짜리 만화잡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컬러로 가득한 요즘 신문이 왜 동전 몇개면

살 수 있는지 물론 알고 계시겠죠? 책이 비싸진 건 다름이 아니라

대여점때문입니다. 대여점이 생기기 전에, 분명히 100만부 돌파가

몇 작품 있었고 만화책은 2000원이하였습니다. 판매로 돌아가면,

적어도 2000원짜리 만화책은 다시 사볼 수 있습니다.



-3류 만화가 줄어듭니다.



현재, 만화책이 범람하는 것같지 않습니까? 왜 김X모같은 3류

만화가가 돈을 버는 걸까요? 바로 대여를 하기 때문이지요. 그저

많은 만화를 확보하는 길이 돈을 버는 길이니까 아무 만화나

일본에서 계약해서 들여오고 아무 만화나 출판을 하는 겁니다.

[3류 저질만화가 있기때문에 빌려본다]는 분들,

[빌려보기 때문에 3류 저질만화가 판을 칠 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보면 아무 거나 사지 않습니다.

당연히 명작은 팍팍 팔리고 졸작은 팔리지 않아 사라집니다.

출판하는 쪽도 수준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결국 만화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집니다.





-한국만화가 살아납니다.



여러분이 계속해서 대여점을 이용하시면 한국만화는 확실하게

맥이 끊깁니다. 김X모같은 사람 100명쯤 더 만들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일본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작가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이익이 나야 투자가 되고 인재가 몰리고 뛰어난 작품이 나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문화와 분위기, 정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만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우리나라 작가들 뿐입니다. 제대로 된

한국만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손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