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학가산 사랑방이다. 저 멀리 병풍처럼 바라 보이는 안동 학가산을 배경으로 귀여리 마을에 위치한 우리 집은 대문도 담장도 없다. 물론 다른 집도 담장과 대문이 따로 있지 않다. 오직 있는 것은 한적함과 고요함 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 때는 내노라 하는 양반집 별채 사랑방과 딸린 대청마루에 서서 동네 풍경을 감상하던 조상님들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안채만 남아 흔적 조차 없어지고 있다. 42~3년 전 바로 뒤에 집을 짓고 세간 나온 부모님께서 그 곳을 지키고 계신다. 귀여리는 안동 학가산 남쪽 아래에 위치하며 서후면에 속해 있고 西後面(서후면)은 삼한(三韓)의 辰韓(진한), 삼국시대의 新羅(신라), 고려시대 안동 옛 이름 吉州(길주)에 속했고 원래 安東府(안동부)의 서쪽에 있어 1896년 府西面(부서면)이라 하였다가 肅宗(숙종) 때 서후면이 되어 1914년 부 군 면 폐합 서선면(풍산읍)과 北後面(북후면)의 일부가 병합되었다. 면의 서쪽은 낙동강의 支流(지류)인 豊山川(풍산천)이 풍산읍을 거쳐 흐르고 동쪽은 松夜川(송야천)이 북에서 흐르고 있다. 안동 시내 쪽을 가든 학가산을 가든 면사무소를 가든 모두 내려 가야 하는 특이한 지형의 아늑한 분지 산골 마을 귀여리는 봄날 아지랑이 피는 논두렁과 밤이면 도시의 번화함을 능가하는 개구리 소리의 천국이며 소박한 인심과 여유가 질퍽하게 녹아 있는 산골이다. 학가산 아래 상산 앞 우물에서 용마가 태어나 이 곳을 지나며 귀가 열렸다고 귀여리 즉 귀 이(耳), 열 개(開) 이개동이 되었고, 아랫마을에서 울었다고 울 명(鳴) 명동이다. 안동권씨와 의성 김씨가 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 와서 특별한 것을 원한다면 재대로 마을의 진가를 체험하지 못한다. 사실 이 곳 마을에서 팜스테이니 홈스테이 또는 민박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냥 좌우 논과 밭, 얕은 야산과 시골집을 한가로이 눈 여겨 보며 지나가면 좋을 듯한 마을이다. 젊고 활기에 넘쳐 도시민을 위한 휴가 시설과 관광을 위해 발벗고 나서 경제적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세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막무가내 개발이 되지 않아 옛 것 그대로 변하지 않은 산천이 유지 되었고 결과 만을 본다면 미 개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 것 같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고 때묻지 않은 곳이 이젠 더 좋다는 자연주의 노인들 만이 남아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신작로(새로 만든 길)가 생기면서 첨방(방죽)공사를 하여 냇가에 늙은 고목 버드나무, 넓고 큰 바위 빨래터, 길 위를 덮고 있어 자주 올라 갔던 커다란 밤나무가 없어 질 때는 너무 아쉬웠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안동 한우라면 자품동과 이개동이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자랐다는 바이오 청정의 상징으로 한 몫을 한다. 혹시 학가산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학가산 광흥사에서 마을 버스를 타지 않고 해질 무렵 쯤 걸어서 이 곳 마을을 지나가는 정도면 이 곳 최고 바이오 청정 로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곧 오픈하는 아래 마을 명동의 학가산 온천에서 목욕으로 최고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퇴직을 한다면 반드시 귀여리에 작은 집을 지어서 노년을 보내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준비를 위해서 농촌을 공부한다. 요즘은 한 두 번 아스팔트 위를 지나 가는 택시나 오토바이 마을버스 정도가 이 마을을 울리는 도시의 경적 소리다. 그것마저 없으면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살 수가 있을까? 나는 가끔씩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했던 뒷동산 진달래, 제비꽃, 할미꽃, 무덤 가에 늙은 적송 숲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잡초와 모든 것들에게.... 끝이 없는 유혹을 느낀다. 또 그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한낮 쓸모 없을 것 같은 돌멩이 하나도 애정을 느낀다. 서울에서 한 번씩 내려갈 때는 20년이 넘은 타향 살이 시간을 잊어 버리고 금방 동화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이 항상 좋은 곳이며 사랑방이 있어 더 좋은 마음의 터가 된다. 아직도 부모님이 사시는 귀여리 집 사랑방에는 온돌이 남아 있다. 한 번씩 그 방을 이용할 땐 옛날엔 몰랐던 운치도 느끼고 옛 기억도 되살려 본다. 존칭 의문형 니껴가 구수하게 들리는 산골 시절 경험했던 공감될 만한 생각을 올려 보았는데 생각만으로 즐겁고 엔돌핀이 나오는 행복한 기억들이다.
봄의 기억에서- 신선이 사는 듯 무릉도원 같은 자욱한 안개, 처마 끝 전기 줄에 앉아 지지배배 제비,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름 더미에 피는 아지랑이, 양지 바른 들녘에서 냉이 캐는 아낙네의 멋진 포즈, 따스한 양지 녘 미리 피는 할미꽃, 제비꽃, 양지꽃, 문둥이(나병 환자)가 간을 빼 먹으려고 미끼로 쓴 두려운 존재 참꽃 진달래, 언제 펴려고 그러나 구부린 손 고사리, 학가산 까지 뜯으러 갔던 맛있는 온갖 산나물, 나풀나풀 가볍게 나는 하얀 배추흰나비, 아침 농사일을 나가는 경운기 엔진 소리와 들녘 나들이, 양철 지붕과 참새가 생각 나는 어릴 적 문명 방앗간 엔진 소리 밭 이랑을 가는 농부의 구술 땀, 앞산 뒷산 꺾 꺽 대는 꿩들의 외침, 고목 나무 둥지를 오가는 후투티의 왕관머리와 멋진 날개 짓, 나른함 속에 울어 대는 뻐꾸기의 박자 맞춤, 밭 둑 머리 뽕나무에 검게 익어 가는 오디, 밤마다 울어 대는 개구리들의 개굴개굴 합창, 개구리와 같이 가끔씩 울던 맹꽁이, 노랗게 폈다가 솜사탕이 되어 날아 가는 하얀 낙하산 민들레 홀씨, 보라색 작은 꽃이 난을 모아 다발을 한 듯 붓꽃, 물가에 노랗게 피는 서양 난을 닮은 꽃창포, 옛날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먹기도 하고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든 감 꽃, 고추장에 찍어 먹어 본 찔래 꽃이 피는 찔래 나무 순, 꽃 향기 좋고 가끔 맛보던 일제시대 때 많이 심었다는 아카시아꽃, 새순은 나물로 잎과 대롱은 풀피리 불에 구워 손으로 비비면 좋은 간식 보리, 섬유질을 껌 씹어 먹던 밀, 쑥 모양 그대로 살려 쌀가루 입혀 만드는 쑥떡, 잎이 맛있는 보라 꽃 관상용 컴프리, 책바침 위에서 벌레 처럼 움직이는 나도개피, 참새피, 밸밸 꼬여 작고 예쁜 꽃대 타래난초, 꽃송이 끝이 뾰족하고 까칠한 약초로 쓰는 삽주, 몰래 따먹던 빨간 앵두, 앵두 보다 맛이 떨어진 산기슭에 보리수와 사과 맛 팥배나무, 잘려진 잎에서 하얀 물이 나오고 피기전 열매 속을 먹었던 박주가리와 하수오, 빼기라고 뽑아 먹던 억새풀 새순, 어리고 부드러울 때 먹을 수 있었던 목화 솜, 행운의 잎 네잎크로버와 자운영 모두 비슷한 토끼풀, 조밥(좁쌀 밥)과 된장이 어울리는 논에서 나는 야생 쌈 재료 벼룻나물, 나팔꽃이라 부르던 메꽃, 맛 없고 못 먹는 뱀딸기, 채송화와 닮은 노란 꽃 쇠비름, 노란 애기똥물이 나오는 애기똥풀, 못된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에게 권했던 며느리밑씻개와 닮은 며느리배꼽, 밭에서 가끔 따먹던 까만 열매 까마중, 봉숭아 물 들일 때 쓰던 시큼한 맛의 괭이밥, 수염을 만들고 놀던 강아지풀, 산길에 묶어 두고 친구들 넘어지게 하던 풀 그령, 냉이처럼 국 끓여 먹던 꽃다지, 꿀풀 닮은 조개나물, 부추 정구지, 우산이 되어 줄까 향이 좋은 줄기 머위, 구우면 발개지는 가제, 된장 넣은 보쌈그릇으로 잡던 버들뭉치, 닭개비의 이름은 닭의장풀, 금줄까지 치게 된 사연 된장, 고추장 항아리, 간장 장물, 배가 고파 요즘은 별식이 된 보릿고개 음식들, 서로 도와 일하는 두레, 동네 일꾼들의 잔치 풋구, 고무신으로 잡던 민물 새우, 소지품 1호 검정 고무신, 호랑이도 무서워 하는 할머니의 곶감 이야기, 집 근처에 사는 구렁이 집 지킴이, 안마루 벽 대들보에 한지를 접어 묶어 둔 집을 지키고 보호하는 신령. 상량신. 성주, 우리 집 보물1호 첫 햇 쌀 담는 성주독 용단지, 땅 신을 밟는 지신밟기,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팔러 다니는 복조리, 나물과 함께 삶아 건진 안동 국시, 콩가루를 함께 넣은 안동 손 칼국수, 물 올랐나 꺾어 보고 만들었던 버들 피리, 매미가 좋아하는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 가짜 싸리 비수리, 빗 자루로 변한 도깨비, 오줌싸개가 쓰던 얼개 키, 짚으로 만든 삼태기와 멍석, 소 꼴 넣는 꼴망태와 싸리나무로 만든 광주리 다래끼, 안동 호주머니 갯주매이, 달구지 구루마, 얼개의 구멍을 새다 날이 샌 신도둑 야광귀,
여름의 기억에서- 밭두렁 그늘에서 먹는 새참, 나무 그늘 아래 식사 후 한가하고 여유있는 낮잠, 죄를 지은 자가 두려워 한다는 번쩍번쩍 쿵 쿵 쿵 천둥번개, 세상을 삼킬 듯 어둠과 함께 시커먼 구름을 몰고 오는 소낙비, 떨어지는 물 소리가 아름다운 낙수 물, 비가 오면 동네 어른들이 우리 아이 비에 젖을까 풀을 가끔씩 베어 냈던 거의 사라지고 숲이 되어 버린 좁고 작은 지름길 노루실 공동지 오솔길, 여름에 더위를 이기려고 동네 아이들 목욕하던 통박골 시냇물과 여수박골 물 웅덩이, 산길 옆 참나무 소나무 밑에 자라는 갓버치, 꾀꼬리버치, 싸리버치 버섯 사투리 버치, 단 것이 귀할 때 씹었던 옥수수대, 산에서 간식으로 캐어 먹던 뿌리 잔대 모시대, 향기가 골짜기를 따라 십리 간다는 더덕, 터트리는 재미가 있는 흰색, 보라색 산 도라지꽃,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는 노란 꽃도 예쁜 원추리, 한국전쟁 때 많이 갉아 먹었다는 어린 소나무 대 송구, 옛날에는 녹말을 만들어 떡도 했다는데 요즘은 갈증 해소용 칡뿌리, 논에서 뽑은 풀뿌리 작고 하얀 간식 올미와 올방개 상수리 나무에 둥지를 트고 울어 대는 꾀꼬리 특유의 아름다운 리듬, 평화롭게 풀 뜯는 누런 소의 풍경 소리와 파리 쫓는 꼬리 놀림, 날개 짓이 크고 빼어난 호랑이같은 호랑나비, 시냇가에 앉았다가 어느새 팽 팽하는 소리와 함께 쏘는 듯 사라지는 파란 물총새, 오빠를 기다릴 때 논에서 울던 뜸부기, 노하리에 앉은 하얀 털 긴 다리를 뽐내는 백로 두루미, 밤마다 울어 대는 소쩍새의 독주곡, 비올 징조인 잠자리가 낮게 날고 그 위에 제비 군단의 비행, 비올 징조 열었다. 닫혔다. 바래지 문, 다음날 맑을 징조 달무리, 비가 온 뒤 칼라판 일곱 색깔 무지개, 보라색 꽃의 향기가 짙은 라일락, 주렁주렁 꽃도 피고 그늘이 좋은 정원수 등나무, 물가에 흔하게 핀 봉숭아를 닮은 물봉선, 꿀이 달아 시골 아이라면 한 번은 맛 본 꿀풀, 원두막 옆 노랗게 익어가는 서리의 대상 참외, 가끔씩 밤의 정적을 깨우는 고라니의 괴성, 불빛 아래로 모여드는 나방들의 성가심, 초 저녘 날아 다니는 흡혈 새 박쥐, 가끔씩 우리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 모기, 눈에 자주 들어가는 거름 주변에 모인 하루살이, 일 급수에 사는 끈적 하고 미끈한 용새끼 도룡용 마당 끝에 항상 연기 피우던 모기불, 숲에서 들려 오는 풀벌레의 합창, 쏟아질 듯 알알이 박힌 별과 은하수의 신비, 습기 많은 땅 속에 사는 땅강아지, 참나무 수액을 빨아 먹다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 사슴벌레와 풍뎅이, 쏘이면 한방에 황천 간다는 말벌, 비가 오기 전 울던 청개구리와 슬그머니 마당에 올라온 파리 잡는 두꺼비, 때 놈처럼 숫자로 덤비며 땅속에 사는 독종 땅벌, 닿기만 하여도 피부가 부글부글 풀쐬기, 짧고 세모 난 머리 독사, 냄새가 독한 노린재와 무당벌레, 터지는 폭탄벌레, 한때 잠실이 모자라 우리들의 잠자리 방까지 점령했던 번데기로 먹고 실 뽑는 누에,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더듬이가 길고 바위 위에서 자주 봤던 장수 하늘소,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시끄러운 매미, 오래된 기와 지붕에 바위솔, 카네이션 닮은 패랭이꽃, 바위 위에 나는 손 닮은 부처손, 뱀 머리 모양에서 철사 같이 가는 잎으로 변하는 쇠뜨기, 은색을 띠고 떤다는 은사시나무, 과꽃 보다 좀 작은 자주색꽃 개미취, 국화 잎 닮은 흰색 구절초, 길가에 흔한 흰색 꽃 쑥부쟁이, 길가에 흔하며 작고 흰털송이 같은 꽃 망초와 개망초 향이 좋아 칠석에 귀 뒤에 꽂아 두던 궁궁이와 천궁, 잎사귀에 은색 가루가 묻어 있는 길가에 흔한 명아주, 철뚝싸리로 알고 있는 족제비싸리, 돌나물 닮은 기린초, 노란 코스모스 닮은 오동통 기생초, 꽃 속에 개미를 넣어 두면 보라색 꽃이 짙게 변한 용머리, 향나무 닮은 노간주나무, 오이와 수박 향이 나는 오이풀, 약으로 달여 먹던 익모초, 꽃이 공작 날개 닮은 자귀나무와 자귀나무 잎 닮은 자귀풀, 초롱 닮은 초롱꽃, 개구리가 못 먹는 물위에 뜬 개구리밥, 소금 뿌려 길가에서 구워 먹던 개구리 뒷다리, 민족혼이 깃든 우리 나라 꽃 무궁화, 집 앞 화단에 곱게 핀 상사화, 겨드랑이 마다 검은 씨앗을 끼고 있는 참나리, 수출까지 한다는 하얀 꽃송이 조팝꽃, 새순을 나물로 먹는 가지에 화살 날개가 달린 화살나무, 마당 그늘에 풀어 놓은 봇짐장수,
가을의 기억에서- 들국화라 부르지만 진짜이름 산국화, 양지 바른 언덕에 잘자라는 산국화를 닮은 금불초, 떨어진 쌀알을 먹으려 마당에 내려 앉은 참새들의 분주함,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의 스산한 연주,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풍년의 들녘, 고개를 늘어뜨린 수수, 조와 기장이 닮았고 팥과 콩이 닮았네, 대롱대롱 조롱박, 빨갛게 익은 홍시,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저녁 연기, 밤이면 저 멀리 들리는 휘파람새의 피리소리, 길게 늘어진 어둠의 그림자 땅거미, 해 질 무렵 무리 지어 날아 가는 철새들의 군무, 모든 열매를 먹어 치우는 성질 고약한 청설모, 사람 목도 물고 늘어진다는 살쾡이, 꼬리로 만든다는 세필 붓이 생각나는 닭 도둑 족제비, 들녘을 하얗게 만드는 세모 난 열매 메밀꽃, 세모 난 줄기 방동사니, 붉게 물들은 황혼의 저녘 노을, 산비탈 펼쳐진 빨갛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멍석딸기, 뿌리로 만든 차 맛이 누룽지 맛 둥글레, 하회 탈을 만든다는 재료 오리나무, 예쁘고 꽃 향기가 좋아 꿀도 빨던 약초 인동꽃, 어둠 속에서 들려 오는 귀뚜라미들의 가을 노래, 늦 가을 내려 앉은 서릿발, 추수하는 들 녘 탈곡기 호롱기 소리, 너도 나도?돌려 보고 싶었던 풍구와 풍구대, 초가 집처럼 높게 쌓아 둔 볏 짚단, 기름 종이로 만든 긴 삿갓 우산, 비 옷 도롱이, 마당에 깔아 둔 콩 타작 도리깨의 난타, 고추야 빨리 말라라 건조기 환기 통에서 나는 퉁명스런 기계음, 봄과 가을에 자주 날아 와 기분도 색깔도 더러운 황사, 소리만 들으면 엄살 꾼 고집 센 염소와 그 놈이 싼 검은 똥, 겨울 비자루 만든다고 베어 왔던 싸리나무, 작은 해바라기 꽃을 피운 돼지감자 뚱딴지, 밤에 피는 노란 달맞이꽃, 단풍나무로만 아는 고로쇠, 옷에 달라 붙는 진득찰, 도깨비바늘, 까치발, 우수리 쇠무릎, 수류탄 닮은 도꼬마리, 꽃은 예뻐도 잎이 가시인 엉겅퀴, 꽃이 엉겅퀴와 닮았구나 조뱅이, 들기름에 짓이겨 상처에 붙이던 지칭개, 들깨를 닮았으나 향이 진하고 검붉은 색 차즈기 요즘 마트에 등장한 흔한 나물 비름, 아이들은 싫어 한 맛있는 씀바귀, 은행 알 닮은 껍데기 속에 고소한 땅콩 맛 나는 개암나무 열매 깨금, 보리수나무 열매 뽈똥, 보리똥, 소시지 같은 부들, 밟아도 질긴 생명력 질경이, 밭에서는 잡초 소가 좋아 하는 기호식 바랭이, 살아 있는 신경초 미모사, 눈에 좋다는 결명자, 씀바귀와 고들빼기, 잎이 맛 좋은 틀 기름 피마자 아주까리, 삼 잎과 닮은 돼지풀, 도장나무 회양목, 뽑아서 불면 소리 나는 논바닥에 가득 피던 뚝새풀,
겨울의 기억에서- 얼면 더 맛 나는 고추가루 들어간 안동 전통 식혜, 동태 살에 무 생채, 고추가루, 생강, 마늘, 버무린 난젓, 양반집 간식이 된 헛제사밥, 달고 맵고 잡채가 들어가 유명해진 안동 찜 닭, 떡 매 소리 난다 하였더니 맛있는 인절미, 누룽지가 더 맛있는 뻥튀기 튀밥, 찰떡에 팥고물을 묻혀 만든 버버리찰떡, 된장이 들어간 된장 떡, 늙은 호박으로 만든 범벅과 새알 들어간 동지 팥죽, 불 낼까! 깡통에 불담아 돌리는 쥐불놀이, 추위야 물러가라 모닥불, 소나무 중에 등불로 썼다는 화력 좋은 광솔, 잘라낸 나무 썩어 마른 뿌리 뚱거리, 속이 노란 구운 고구마의 깊은 맛, 먹을 수가 있을까 개구리 몸통 튀김, 아궁이에 붙는 장작불의 따스함, 눈 내린 앞산 소나무 숲의 포근한 경치, 지붕 끝에 매 달린 고드름 기둥, 마을 앞 개울가에 썰매 타는 아이들의 소란스런 놀이, 마당 앞 고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깍깍 거리는 갈가마귀 식사시간, 동네 사람들이 비닐 하우스 속에 모여 다정한 막걸리 내기 윷놀이, 밝아 오는 시각에 딱 맞춰 아침을 깨우는 닭 울음, 달빛 보고 미리 울다 그 다음날 죽은 닭 , 끓인 소 여물에서 무럭무럭 피어 나오는 김, 춥고 외롭고 눈이 부었다고 부엉부엉 덩치 큰 부엉이, 호호 할머니를 자주 찾는 호호 올빼미, 동화 속에서 토끼가 절구를 찧는다는 앞산 나무에 걸린 선명한 자연 스포트라이트 보름달, 한때 유행한 곤로, 석유 넣는 호롱, 더 옛날 쓰던 등잔, 화로, 깊은 밤 가끔씩 아득히 들리는 개소리, 누가 먼저 밟았나 하얀 눈 위의 첫 발자국, 춥고 배고파서 밤중 뒷 뜰에 내려와 말린 나물 먹어 치운 고라니, 몰이의 대상 산토끼와 그놈이 싼 토끼 똥, 나무 위의 별난 나무 겨우살이, 아버지 대신 끌려 갔다 혼자 살아 왔다는 동네 어른들의 일본 징용과 한국전쟁 경험담, 방안 구석 주렁주렁 메 달린 메주 덩어리와 쌓아 둔 늙은 호박, 의성 김씨 조상 무덤 이름 학운소, 추원소, 우리 동네 최고봉 푯대산, 응봉산 매산재, 학가산 가는 길 마당재, 재미 있는 이름 갑골, 화상골, 감나무골, 밤나무골, 예수박골, 새마을골, 웃마, 와우실, 다리목, 방골, 뱀골, 망두골, 석애골, 농곡, 징걸, 가장골, 진등, 보현, 관두들, 하구못, 독점, 용지, 청임, 약실, 진적골, 노루실, 통박골, 두루봉 개마고원, 도랫골, 솔무데기, 말우리, 목곤대, 매봉산, 한두실, 오동지, 소빰, 금계, 춘파, 능골, 가라골, 한두실 마당재 뜰에 백로가 내렸다는 노하리,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였다는 구름장골, 서랍과 문이 달려 키로 잠궈 뒀던 금성사 테레비, 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것 빼때기와 삶아 말린 쫄때기, 창 하나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 타는 외발 얼음 썰매, 서로 껴 보려고 했던 가시나무 잡을 때 쓰는 두꺼운 가죽 장갑, 동짓달 찬바람에 살짝 언 듯 씨앗은 많지만 달콤하고 존득한 고염, 소나무 순과 솔방울을 설탕과 소주에 재운 솔술, 서로 먹으려고 했던 가마솥 누른 누룽지, 한 두 마리 애완용처럼 길렀던 토종 흑 돼지, 쥐날 콩 복아 먹고 바느질 하지 않고 방아 찧기, 콩 복아 먹고 쇠붙이 안 쓰는 날 소날, 여자들 외출하지 않는 날 호랑이날, 여자가 남의 집에 출입 안 하는 토끼날, 긴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용알뜨기(우물 물 먼저 길러 오기) 하는 날 용날 빨래, 바느질, 땔감을 옮기지 않고 머리를 빗거나 깍지 않는 날 뱀날, 장 담그는 말날, 부엌에 남자가 먼저 들어 가고 원숭이란 단어를 안 쓰고 다르게 부르는 잔나비 원숭이날 부녀자가 모이면 싸운다 해서 쉬는 날 닭날, 개가 텃밭에 가서 해를 준다고 일손을 놓고 쉬는 날 개날,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살결이 희고 고와진다는 돼지날, 메주를 쑤는 날 소날 말날, 시골 구멍가게 점빵, 구부러진 개 다리 밥상,
한동안 오르지 못했던 뒷산에 올라 보았다. 학가산에 올라 내려다 보는 장대함은 없지만 안동시내 쪽 산들과 비쭉 솟은 현대식 건물들이 내려다 보이고 이제는 훌쩍 커버린 소나무가 중년이 되어버린 나에게 긴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듯 앞길을 가렸다. 어릴 적 올랐던 예전의 산과는 다르지만 형들과 같이 연을 날리던 곳 지금은 나무 숲으로 되어버린 뒷산 옆 민둥산 개마고원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나에게는 이런 것이 대형 무대의 일등석과도 바꿀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의 기억이다. 내가 귀여리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지냈던 운치와 기억들이다.
우리 집은 안동 학가산 사랑방
우리 집은 안동 학가산 사랑방
우리 집은 학가산 사랑방이다.
저 멀리 병풍처럼 바라 보이는 안동 학가산을 배경으로
귀여리 마을에 위치한 우리 집은
대문도 담장도 없다.
물론 다른 집도 담장과 대문이 따로 있지 않다.
오직 있는 것은 한적함과 고요함 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 때는 내노라 하는 양반집 별채 사랑방과 딸린 대청마루에 서서 동네 풍경을 감상하던
조상님들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안채만 남아 흔적 조차 없어지고 있다.
42~3년 전 바로 뒤에 집을 짓고 세간 나온 부모님께서 그 곳을 지키고 계신다.
귀여리는 안동 학가산 남쪽 아래에 위치하며 서후면에 속해 있고
西後面(서후면)은 삼한(三韓)의 辰韓(진한), 삼국시대의 新羅(신라), 고려시대 안동 옛 이름 吉州(길주)에 속했고
원래 安東府(안동부)의 서쪽에 있어 1896년 府西面(부서면)이라 하였다가 肅宗(숙종) 때 서후면이 되어
1914년 부 군 면 폐합 서선면(풍산읍)과 北後面(북후면)의 일부가 병합되었다.
면의 서쪽은 낙동강의 支流(지류)인 豊山川(풍산천)이 풍산읍을 거쳐 흐르고
동쪽은 松夜川(송야천)이 북에서 흐르고 있다.
안동 시내 쪽을 가든 학가산을 가든 면사무소를 가든 모두 내려 가야 하는
특이한 지형의 아늑한 분지 산골 마을 귀여리는
봄날 아지랑이 피는 논두렁과 밤이면 도시의 번화함을 능가하는 개구리 소리의 천국이며
소박한 인심과 여유가 질퍽하게 녹아 있는 산골이다.
학가산 아래 상산 앞 우물에서 용마가 태어나 이 곳을 지나며 귀가 열렸다고
귀여리 즉 귀 이(耳), 열 개(開) 이개동이 되었고, 아랫마을에서 울었다고 울 명(鳴) 명동이다.
안동권씨와 의성 김씨가 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 와서 특별한 것을 원한다면 재대로 마을의 진가를 체험하지 못한다.
사실 이 곳 마을에서 팜스테이니 홈스테이 또는 민박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냥 좌우 논과 밭, 얕은 야산과 시골집을 한가로이 눈 여겨 보며 지나가면 좋을 듯한 마을이다.
젊고 활기에 넘쳐 도시민을 위한 휴가 시설과 관광을 위해
발벗고 나서 경제적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세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막무가내 개발이 되지 않아 옛 것 그대로 변하지 않은 산천이 유지 되었고
결과 만을 본다면 미 개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 것 같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고 때묻지 않은 곳이 이젠 더 좋다는 자연주의 노인들 만이 남아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신작로(새로 만든 길)가 생기면서 첨방(방죽)공사를 하여
냇가에 늙은 고목 버드나무, 넓고 큰 바위 빨래터, 길 위를 덮고 있어 자주 올라 갔던
커다란 밤나무가 없어 질 때는 너무 아쉬웠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안동 한우라면 자품동과 이개동이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자랐다는 바이오 청정의 상징으로 한 몫을 한다.
혹시 학가산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학가산 광흥사에서 마을 버스를 타지 않고
해질 무렵 쯤 걸어서 이 곳 마을을 지나가는 정도면 이 곳 최고 바이오 청정 로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곧 오픈하는 아래 마을 명동의 학가산 온천에서 목욕으로 최고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퇴직을 한다면 반드시 귀여리에 작은 집을 지어서
노년을 보내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준비를 위해서 농촌을 공부한다.
요즘은 한 두 번 아스팔트 위를 지나 가는 택시나 오토바이 마을버스 정도가 이 마을을 울리는 도시의 경적 소리다.
그것마저 없으면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살 수가 있을까?
나는 가끔씩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했던 뒷동산 진달래, 제비꽃, 할미꽃, 무덤 가에 늙은 적송 숲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잡초와 모든 것들에게....
끝이 없는 유혹을 느낀다. 또 그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한낮 쓸모 없을 것 같은 돌멩이 하나도 애정을 느낀다.
서울에서 한 번씩 내려갈 때는 20년이 넘은 타향 살이 시간을 잊어 버리고
금방 동화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이 항상 좋은 곳이며 사랑방이 있어 더 좋은 마음의 터가 된다.
아직도 부모님이 사시는 귀여리 집 사랑방에는 온돌이 남아 있다. 한 번씩 그 방을 이용할 땐
옛날엔 몰랐던 운치도 느끼고 옛 기억도 되살려 본다.
존칭 의문형 니껴가 구수하게 들리는 산골 시절 경험했던 공감될 만한 생각을 올려 보았는데
생각만으로 즐겁고 엔돌핀이 나오는 행복한 기억들이다.
봄의 기억에서-
신선이 사는 듯 무릉도원 같은 자욱한 안개,
처마 끝 전기 줄에 앉아 지지배배 제비,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름 더미에 피는 아지랑이,
양지 바른 들녘에서 냉이 캐는 아낙네의 멋진 포즈,
따스한 양지 녘 미리 피는 할미꽃, 제비꽃, 양지꽃,
문둥이(나병 환자)가 간을 빼 먹으려고 미끼로 쓴 두려운 존재 참꽃 진달래,
언제 펴려고 그러나 구부린 손 고사리,
학가산 까지 뜯으러 갔던 맛있는 온갖 산나물,
나풀나풀 가볍게 나는 하얀 배추흰나비,
아침 농사일을 나가는 경운기 엔진 소리와 들녘 나들이,
양철 지붕과 참새가 생각 나는 어릴 적 문명 방앗간 엔진 소리
밭 이랑을 가는 농부의 구술 땀,
앞산 뒷산 꺾 꺽 대는 꿩들의 외침,
고목 나무 둥지를 오가는 후투티의 왕관머리와 멋진 날개 짓,
나른함 속에 울어 대는 뻐꾸기의 박자 맞춤,
밭 둑 머리 뽕나무에 검게 익어 가는 오디,
밤마다 울어 대는 개구리들의 개굴개굴 합창,
개구리와 같이 가끔씩 울던 맹꽁이,
노랗게 폈다가 솜사탕이 되어 날아 가는 하얀 낙하산 민들레 홀씨,
보라색 작은 꽃이 난을 모아 다발을 한 듯 붓꽃,
물가에 노랗게 피는 서양 난을 닮은 꽃창포,
옛날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먹기도 하고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든 감 꽃,
고추장에 찍어 먹어 본 찔래 꽃이 피는 찔래 나무 순,
꽃 향기 좋고 가끔 맛보던 일제시대 때 많이 심었다는 아카시아꽃,
새순은 나물로 잎과 대롱은 풀피리 불에 구워 손으로 비비면 좋은 간식 보리,
섬유질을 껌 씹어 먹던 밀,
쑥 모양 그대로 살려 쌀가루 입혀 만드는 쑥떡,
잎이 맛있는 보라 꽃 관상용 컴프리,
책바침 위에서 벌레 처럼 움직이는 나도개피, 참새피,
밸밸 꼬여 작고 예쁜 꽃대 타래난초,
꽃송이 끝이 뾰족하고 까칠한 약초로 쓰는 삽주,
몰래 따먹던 빨간 앵두,
앵두 보다 맛이 떨어진 산기슭에 보리수와 사과 맛 팥배나무,
잘려진 잎에서 하얀 물이 나오고 피기전 열매 속을 먹었던 박주가리와 하수오,
빼기라고 뽑아 먹던 억새풀 새순,
어리고 부드러울 때 먹을 수 있었던 목화 솜,
행운의 잎 네잎크로버와 자운영 모두 비슷한 토끼풀,
조밥(좁쌀 밥)과 된장이 어울리는 논에서 나는 야생 쌈 재료 벼룻나물,
나팔꽃이라 부르던 메꽃,
맛 없고 못 먹는 뱀딸기,
채송화와 닮은 노란 꽃 쇠비름,
노란 애기똥물이 나오는 애기똥풀,
못된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에게 권했던 며느리밑씻개와 닮은 며느리배꼽,
밭에서 가끔 따먹던 까만 열매 까마중,
봉숭아 물 들일 때 쓰던 시큼한 맛의 괭이밥,
수염을 만들고 놀던 강아지풀,
산길에 묶어 두고 친구들 넘어지게 하던 풀 그령,
냉이처럼 국 끓여 먹던 꽃다지,
꿀풀 닮은 조개나물,
부추 정구지,
우산이 되어 줄까 향이 좋은 줄기 머위,
구우면 발개지는 가제,
된장 넣은 보쌈그릇으로 잡던 버들뭉치,
닭개비의 이름은 닭의장풀,
금줄까지 치게 된 사연 된장, 고추장 항아리, 간장 장물,
배가 고파 요즘은 별식이 된 보릿고개 음식들,
서로 도와 일하는 두레,
동네 일꾼들의 잔치 풋구,
고무신으로 잡던 민물 새우,
소지품 1호 검정 고무신,
호랑이도 무서워 하는 할머니의 곶감 이야기,
집 근처에 사는 구렁이 집 지킴이,
안마루 벽 대들보에 한지를 접어 묶어 둔 집을 지키고 보호하는 신령. 상량신. 성주,
우리 집 보물1호 첫 햇 쌀 담는 성주독 용단지,
땅 신을 밟는 지신밟기,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팔러 다니는 복조리,
나물과 함께 삶아 건진 안동 국시,
콩가루를 함께 넣은 안동 손 칼국수,
물 올랐나 꺾어 보고 만들었던 버들 피리,
매미가 좋아하는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
가짜 싸리 비수리,
빗 자루로 변한 도깨비,
오줌싸개가 쓰던 얼개 키,
짚으로 만든 삼태기와 멍석,
소 꼴 넣는 꼴망태와 싸리나무로 만든 광주리 다래끼,
안동 호주머니 갯주매이,
달구지 구루마,
얼개의 구멍을 새다 날이 샌 신도둑 야광귀,
여름의 기억에서-
밭두렁 그늘에서 먹는 새참,
나무 그늘 아래 식사 후 한가하고 여유있는 낮잠,
죄를 지은 자가 두려워 한다는 번쩍번쩍 쿵 쿵 쿵 천둥번개,
세상을 삼킬 듯 어둠과 함께 시커먼 구름을 몰고 오는 소낙비,
떨어지는 물 소리가 아름다운 낙수 물,
비가 오면 동네 어른들이 우리 아이 비에 젖을까 풀을 가끔씩 베어 냈던
거의 사라지고 숲이 되어 버린 좁고 작은 지름길 노루실 공동지 오솔길,
여름에 더위를 이기려고 동네 아이들 목욕하던 통박골 시냇물과 여수박골 물 웅덩이,
산길 옆 참나무 소나무 밑에 자라는 갓버치, 꾀꼬리버치, 싸리버치 버섯 사투리 버치,
단 것이 귀할 때 씹었던 옥수수대,
산에서 간식으로 캐어 먹던 뿌리 잔대 모시대,
향기가 골짜기를 따라 십리 간다는 더덕,
터트리는 재미가 있는 흰색, 보라색 산 도라지꽃,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는 노란 꽃도 예쁜 원추리,
한국전쟁 때 많이 갉아 먹었다는 어린 소나무 대 송구,
옛날에는 녹말을 만들어 떡도 했다는데 요즘은 갈증 해소용 칡뿌리,
논에서 뽑은 풀뿌리 작고 하얀 간식 올미와 올방개
상수리 나무에 둥지를 트고 울어 대는 꾀꼬리 특유의 아름다운 리듬,
평화롭게 풀 뜯는 누런 소의 풍경 소리와 파리 쫓는 꼬리 놀림,
날개 짓이 크고 빼어난 호랑이같은 호랑나비,
시냇가에 앉았다가 어느새 팽 팽하는 소리와 함께 쏘는 듯 사라지는 파란 물총새,
오빠를 기다릴 때 논에서 울던 뜸부기,
노하리에 앉은 하얀 털 긴 다리를 뽐내는 백로 두루미,
밤마다 울어 대는 소쩍새의 독주곡,
비올 징조인 잠자리가 낮게 날고 그 위에 제비 군단의 비행,
비올 징조 열었다. 닫혔다. 바래지 문,
다음날 맑을 징조 달무리,
비가 온 뒤 칼라판 일곱 색깔 무지개,
보라색 꽃의 향기가 짙은 라일락,
주렁주렁 꽃도 피고 그늘이 좋은 정원수 등나무,
물가에 흔하게 핀 봉숭아를 닮은 물봉선,
꿀이 달아 시골 아이라면 한 번은 맛 본 꿀풀,
원두막 옆 노랗게 익어가는 서리의 대상 참외,
가끔씩 밤의 정적을 깨우는 고라니의 괴성,
불빛 아래로 모여드는 나방들의 성가심,
초 저녘 날아 다니는 흡혈 새 박쥐,
가끔씩 우리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 모기,
눈에 자주 들어가는 거름 주변에 모인 하루살이,
일 급수에 사는 끈적 하고 미끈한 용새끼 도룡용
마당 끝에 항상 연기 피우던 모기불,
숲에서 들려 오는 풀벌레의 합창,
쏟아질 듯 알알이 박힌 별과 은하수의 신비,
습기 많은 땅 속에 사는 땅강아지,
참나무 수액을 빨아 먹다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 사슴벌레와 풍뎅이,
쏘이면 한방에 황천 간다는 말벌,
비가 오기 전 울던 청개구리와 슬그머니 마당에 올라온 파리 잡는 두꺼비,
때 놈처럼 숫자로 덤비며 땅속에 사는 독종 땅벌,
닿기만 하여도 피부가 부글부글 풀쐬기,
짧고 세모 난 머리 독사,
냄새가 독한 노린재와 무당벌레, 터지는 폭탄벌레,
한때 잠실이 모자라 우리들의 잠자리 방까지 점령했던 번데기로 먹고 실 뽑는 누에,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더듬이가 길고 바위 위에서 자주 봤던 장수 하늘소,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시끄러운 매미,
오래된 기와 지붕에 바위솔,
카네이션 닮은 패랭이꽃,
바위 위에 나는 손 닮은 부처손,
뱀 머리 모양에서 철사 같이 가는 잎으로 변하는 쇠뜨기,
은색을 띠고 떤다는 은사시나무,
과꽃 보다 좀 작은 자주색꽃 개미취,
국화 잎 닮은 흰색 구절초,
길가에 흔한 흰색 꽃 쑥부쟁이,
길가에 흔하며 작고 흰털송이 같은 꽃 망초와 개망초
향이 좋아 칠석에 귀 뒤에 꽂아 두던 궁궁이와 천궁,
잎사귀에 은색 가루가 묻어 있는 길가에 흔한 명아주,
철뚝싸리로 알고 있는 족제비싸리,
돌나물 닮은 기린초,
노란 코스모스 닮은 오동통 기생초,
꽃 속에 개미를 넣어 두면 보라색 꽃이 짙게 변한 용머리,
향나무 닮은 노간주나무,
오이와 수박 향이 나는 오이풀,
약으로 달여 먹던 익모초,
꽃이 공작 날개 닮은 자귀나무와 자귀나무 잎 닮은 자귀풀,
초롱 닮은 초롱꽃,
개구리가 못 먹는 물위에 뜬 개구리밥,
소금 뿌려 길가에서 구워 먹던 개구리 뒷다리,
민족혼이 깃든 우리 나라 꽃 무궁화,
집 앞 화단에 곱게 핀 상사화,
겨드랑이 마다 검은 씨앗을 끼고 있는 참나리,
수출까지 한다는 하얀 꽃송이 조팝꽃,
새순을 나물로 먹는 가지에 화살 날개가 달린 화살나무,
마당 그늘에 풀어 놓은 봇짐장수,
가을의 기억에서-
들국화라 부르지만 진짜이름 산국화,
양지 바른 언덕에 잘자라는 산국화를 닮은 금불초,
떨어진 쌀알을 먹으려 마당에 내려 앉은 참새들의 분주함,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의 스산한 연주,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풍년의 들녘,
고개를 늘어뜨린 수수,
조와 기장이 닮았고 팥과 콩이 닮았네,
대롱대롱 조롱박,
빨갛게 익은 홍시,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저녁 연기,
밤이면 저 멀리 들리는 휘파람새의 피리소리,
길게 늘어진 어둠의 그림자 땅거미,
해 질 무렵 무리 지어 날아 가는 철새들의 군무,
모든 열매를 먹어 치우는 성질 고약한 청설모,
사람 목도 물고 늘어진다는 살쾡이,
꼬리로 만든다는 세필 붓이 생각나는 닭 도둑 족제비,
들녘을 하얗게 만드는 세모 난 열매 메밀꽃,
세모 난 줄기 방동사니,
붉게 물들은 황혼의 저녘 노을,
산비탈 펼쳐진 빨갛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멍석딸기,
뿌리로 만든 차 맛이 누룽지 맛 둥글레,
하회 탈을 만든다는 재료 오리나무,
예쁘고 꽃 향기가 좋아 꿀도 빨던 약초 인동꽃,
어둠 속에서 들려 오는 귀뚜라미들의 가을 노래,
늦 가을 내려 앉은 서릿발,
추수하는 들 녘 탈곡기 호롱기 소리,
너도 나도?돌려 보고 싶었던 풍구와 풍구대,
초가 집처럼 높게 쌓아 둔 볏 짚단,
기름 종이로 만든 긴 삿갓 우산, 비 옷 도롱이,
마당에 깔아 둔 콩 타작 도리깨의 난타,
고추야 빨리 말라라 건조기 환기 통에서 나는 퉁명스런 기계음,
봄과 가을에 자주 날아 와 기분도 색깔도 더러운 황사,
소리만 들으면 엄살 꾼 고집 센 염소와 그 놈이 싼 검은 똥,
겨울 비자루 만든다고 베어 왔던 싸리나무,
작은 해바라기 꽃을 피운 돼지감자 뚱딴지,
밤에 피는 노란 달맞이꽃,
단풍나무로만 아는 고로쇠,
옷에 달라 붙는 진득찰, 도깨비바늘, 까치발, 우수리 쇠무릎,
수류탄 닮은 도꼬마리,
꽃은 예뻐도 잎이 가시인 엉겅퀴,
꽃이 엉겅퀴와 닮았구나 조뱅이,
들기름에 짓이겨 상처에 붙이던 지칭개,
들깨를 닮았으나 향이 진하고 검붉은 색 차즈기
요즘 마트에 등장한 흔한 나물 비름,
아이들은 싫어 한 맛있는 씀바귀,
은행 알 닮은 껍데기 속에 고소한 땅콩 맛 나는 개암나무 열매 깨금,
보리수나무 열매 뽈똥, 보리똥,
소시지 같은 부들,
밟아도 질긴 생명력 질경이,
밭에서는 잡초 소가 좋아 하는 기호식 바랭이,
살아 있는 신경초 미모사,
눈에 좋다는 결명자,
씀바귀와 고들빼기,
잎이 맛 좋은 틀 기름 피마자 아주까리,
삼 잎과 닮은 돼지풀,
도장나무 회양목,
뽑아서 불면 소리 나는 논바닥에 가득 피던 뚝새풀,
겨울의 기억에서-
얼면 더 맛 나는 고추가루 들어간 안동 전통 식혜,
동태 살에 무 생채, 고추가루, 생강, 마늘, 버무린 난젓,
양반집 간식이 된 헛제사밥,
달고 맵고 잡채가 들어가 유명해진 안동 찜 닭,
떡 매 소리 난다 하였더니 맛있는 인절미,
누룽지가 더 맛있는 뻥튀기 튀밥,
찰떡에 팥고물을 묻혀 만든 버버리찰떡,
된장이 들어간 된장 떡,
늙은 호박으로 만든 범벅과 새알 들어간 동지 팥죽,
불 낼까! 깡통에 불담아 돌리는 쥐불놀이,
추위야 물러가라 모닥불,
소나무 중에 등불로 썼다는 화력 좋은 광솔,
잘라낸 나무 썩어 마른 뿌리 뚱거리,
속이 노란 구운 고구마의 깊은 맛,
먹을 수가 있을까 개구리 몸통 튀김,
아궁이에 붙는 장작불의 따스함,
눈 내린 앞산 소나무 숲의 포근한 경치,
지붕 끝에 매 달린 고드름 기둥,
마을 앞 개울가에 썰매 타는 아이들의 소란스런 놀이,
마당 앞 고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깍깍 거리는 갈가마귀 식사시간,
동네 사람들이 비닐 하우스 속에 모여 다정한 막걸리 내기 윷놀이,
밝아 오는 시각에 딱 맞춰 아침을 깨우는 닭 울음,
달빛 보고 미리 울다 그 다음날 죽은 닭 ,
끓인 소 여물에서 무럭무럭 피어 나오는 김,
춥고 외롭고 눈이 부었다고 부엉부엉 덩치 큰 부엉이,
호호 할머니를 자주 찾는 호호 올빼미,
동화 속에서 토끼가 절구를 찧는다는 앞산 나무에 걸린 선명한 자연 스포트라이트 보름달,
한때 유행한 곤로, 석유 넣는 호롱, 더 옛날 쓰던 등잔, 화로,
깊은 밤 가끔씩 아득히 들리는 개소리,
누가 먼저 밟았나 하얀 눈 위의 첫 발자국,
춥고 배고파서 밤중 뒷 뜰에 내려와 말린 나물 먹어 치운 고라니,
몰이의 대상 산토끼와 그놈이 싼 토끼 똥,
나무 위의 별난 나무 겨우살이,
아버지 대신 끌려 갔다 혼자 살아 왔다는 동네 어른들의 일본 징용과 한국전쟁 경험담,
방안 구석 주렁주렁 메 달린 메주 덩어리와 쌓아 둔 늙은 호박,
의성 김씨 조상 무덤 이름 학운소, 추원소,
우리 동네 최고봉 푯대산, 응봉산 매산재,
학가산 가는 길 마당재,
재미 있는 이름 갑골, 화상골, 감나무골, 밤나무골, 예수박골, 새마을골, 웃마, 와우실, 다리목, 방골, 뱀골, 망두골,
석애골, 농곡, 징걸, 가장골, 진등, 보현, 관두들, 하구못, 독점, 용지, 청임, 약실, 진적골, 노루실, 통박골, 두루봉
개마고원, 도랫골, 솔무데기, 말우리, 목곤대, 매봉산, 한두실, 오동지, 소빰, 금계, 춘파, 능골, 가라골, 한두실
마당재 뜰에 백로가 내렸다는 노하리,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였다는 구름장골,
서랍과 문이 달려 키로 잠궈 뒀던 금성사 테레비,
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것 빼때기와 삶아 말린 쫄때기,
창 하나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 타는 외발 얼음 썰매,
서로 껴 보려고 했던 가시나무 잡을 때 쓰는 두꺼운 가죽 장갑,
동짓달 찬바람에 살짝 언 듯 씨앗은 많지만 달콤하고 존득한 고염,
소나무 순과 솔방울을 설탕과 소주에 재운 솔술,
서로 먹으려고 했던 가마솥 누른 누룽지,
한 두 마리 애완용처럼 길렀던 토종 흑 돼지,
쥐날 콩 복아 먹고 바느질 하지 않고 방아 찧기,
콩 복아 먹고 쇠붙이 안 쓰는 날 소날,
여자들 외출하지 않는 날 호랑이날,
여자가 남의 집에 출입 안 하는 토끼날,
긴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용알뜨기(우물 물 먼저 길러 오기) 하는 날 용날
빨래, 바느질, 땔감을 옮기지 않고 머리를 빗거나 깍지 않는 날 뱀날,
장 담그는 말날,
부엌에 남자가 먼저 들어 가고 원숭이란 단어를 안 쓰고 다르게 부르는 잔나비 원숭이날
부녀자가 모이면 싸운다 해서 쉬는 날 닭날,
개가 텃밭에 가서 해를 준다고 일손을 놓고 쉬는 날 개날,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살결이 희고 고와진다는 돼지날,
메주를 쑤는 날 소날 말날,
시골 구멍가게 점빵,
구부러진 개 다리 밥상,
한동안 오르지 못했던 뒷산에 올라 보았다.
학가산에 올라 내려다 보는 장대함은 없지만
안동시내 쪽 산들과 비쭉 솟은 현대식 건물들이 내려다 보이고
이제는 훌쩍 커버린 소나무가 중년이 되어버린 나에게 긴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듯 앞길을 가렸다.
어릴 적 올랐던 예전의 산과는 다르지만 형들과 같이 연을 날리던 곳
지금은 나무 숲으로 되어버린 뒷산 옆 민둥산 개마고원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나에게는 이런 것이 대형 무대의 일등석과도 바꿀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의 기억이다.
내가 귀여리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지냈던 운치와 기억들이다.
200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