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파크라이프-요시다슈이치2

조효정200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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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말이야.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잖아. 그러면 뭐랄까? 내가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늘상 서로 붙어 있으면 집사람이 숨막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난 침실로 들어와서 책을 읽는다고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너무 밝아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다시 거실로 나가고,

함께 있고 싶지 않은게 아니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방에서 저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거지."
P. 41

 

"우타가와 부부의 집 거실에서 30분 정도 사운드를 꺼놓은 채 ‘뉴스 스테이션’을 본 다음 라거펠트를 목욕시켰다...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이자 빈 라덴도, 부시도, 파월도, 샤론도, 아라파트도, 뉴스해설자까지도 모두 심각한 말들을 쏟아내어, 마치 그 말들이 사고(思考)를 낳고 거기서 태어난 사고로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운드를 죽여 보면 인간의 사고 따위는 온데간데없고 다만 걷고 앉고 누워 있는 인간들의 몸뚱이만 보인다. 빈 라덴의 야윈 몸이 어떤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건강한 부시의 몸이 어떤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소리 없는 뉴스 영상에서는 신기하게도 몸뚱이들만이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듯 보였다."

P. 48

 


"그래도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에요. 특별히 나쁜 어떤 뜻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꽤 세련돼 보였으니까."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건 없다니까. 어쩌면, 자신에게는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