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추교준20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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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1.

 

'사랑한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신뢰' 라고 어느 형이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당시 그 형은 연애를 하지 않았기에, 나는 형의 말이 관념적으로 맴도는 죽어있는 문장이라고 되받아쳤다. 어찌 그런 딱딱한 표현으로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려 하냐며 놀려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일을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쉬워서일까? 요즘 들어서는 그 말이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2.

 

'사랑하는 것' 과 '좋아하는 것' 은 절대로 똑같을 수 없다.

 

'좋아한다'는 표현은 단지 내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좋아한다고 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을 사물을 좋아하는 방식과 같이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내가 사물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물을 좋아한다는 것은 사물의 어떤 부분이 나에게 필요한 부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  나에게 유용한 부분이라고 판단 될 때, 동시에 그 사물이 나에게 끼치는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이 더 클때 일반적으로 그 사물을 좋다고 평가내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알지 못하면서 단지 겉모습(자신이 보고싶은 모습)만을 보며 호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을 사물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사랑'과 '좋음'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는 것에 있다. 사랑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럽다. 그것은 서로 다르게 살아온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상대방에게 맞추려는, 온몸을 쥐어짜는 노력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스스로 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렇게 되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짝사랑도 당사자에게는 힘들지 않은가!" 그러나 사랑할 때의 고통은 짝사랑을 하면서 그리워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괴로움이다. 짝사랑은 단지 자신이 보는 부분을 소유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바로 여기서 '사랑한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신뢰'라는 문장이 명확한 표현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그 존재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능력를 가졌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믿음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조건으로 믿음을 정한다는 것은  그 존재를 사물로써 좋아하는 것뿐이다.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내 앞에 '마주하고 있음' 그 자체를 그저 믿는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떤 특정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마주함 그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상대방의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표현과 맞닿아있다.

 

 쉽게 말하자면 상대방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믿을 만 하니까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것이 있든, 없든 간에 그저 믿는 것 이다.

 

 이는 매우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랑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처음 연애할 때의 그 두근거림, 소위 콩깍지가 씌여있을 때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오는가? 그렇지 않다. 이때는 마냥 상대방이 좋아보인다. 말 그대로 있음 그 자체가 좋은 시기가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고 따지고, 계산하여 이루어지는 만남이 어찌 오래 갈 수 있을 것인가? 제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들 어찌 한 사람의 삶과 존재를 쉽게 판단하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납득이 안가는 상황, 자신의 한계 안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모습들을 이해하고자 하며,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의 정수이며, 이는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순간의 설레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상대방에게 맞추어 나가는 그 절절한 몸부림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이런 이유에서 '사랑이란 존재에 대한 신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4.

 

 하지만 나 또한 이 문장을 추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실에서는 내가 하는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서 말만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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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집으로 가는 길,

     우리의 수많은 약속과 추억들이 살아 숨쉬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