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마땅한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는 경험삼아 노가다 일을 하게 됐다.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수가 세고 무엇보다도 땀흘려 번 돈냄새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 도착한 공사판, 한창 공구리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찌들데로 찌든 작업복 차림의 한 젊은 남자가 낯설지 않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잘나가던 우리과 선배다. 꽃미남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잘생긴 외모에 앞서가는 패션감각까지... 온 여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킹카 중에 킹카였다. 학점도 나쁘지 않아 장학금도 여러번 탓었다. 그런 선배는 늘 나의 우상이었고 난 선배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생이었다. 아니, 그랬던 선배가 이게 무슨 꼴인가? 목에 두른 촌스러운 수건은 땀냄새로 진동을 하고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는 가히 연탄장수 아들 수준이다. 난 아는 척을 하려 먼저 선배에게 다가갔지만 선배는 나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던 킹카에게 막노동판 잡부가 왠말인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겉멋만 잔뜩 들어 남 흉내내기에나 급급했던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할 수 없었다. 앞으로 2년 뒤, 3년 뒤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우상의 끝없는 추락...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참으로 나온 물국수를 허겁지겁 먹어 삼키는 저 이가 진정 내 '우상'이였단 말인가? - 070504 PM11:23 - Written by. JKY
[#47] 우상 타락사
여름 방학,
마땅한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는
경험삼아 노가다 일을 하게 됐다.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수가 세고
무엇보다도 땀흘려 번 돈냄새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 도착한 공사판,
한창 공구리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찌들데로 찌든 작업복 차림의 한 젊은 남자가 낯설지 않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잘나가던 우리과 선배다.
꽃미남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잘생긴 외모에
앞서가는 패션감각까지...
온 여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킹카 중에 킹카였다.
학점도 나쁘지 않아 장학금도 여러번 탓었다.
그런 선배는 늘 나의 우상이었고
난 선배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생이었다.
아니, 그랬던 선배가 이게 무슨 꼴인가?
목에 두른 촌스러운 수건은 땀냄새로 진동을 하고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는 가히 연탄장수 아들 수준이다.
난 아는 척을 하려 먼저 선배에게 다가갔지만
선배는 나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던 킹카에게 막노동판 잡부가 왠말인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겉멋만 잔뜩 들어 남 흉내내기에나 급급했던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할 수 없었다.
앞으로 2년 뒤, 3년 뒤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우상의 끝없는 추락...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참으로 나온 물국수를 허겁지겁 먹어 삼키는 저 이가
진정 내 '우상'이였단 말인가?
- 070504 PM11:23 -
Written by. J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