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경험한 여자의 무기

박준형2007.06.26
조회116

 

 

 

장 보러 갔을때의 일이다...

 

그날 저녁은 별루 입맛은 없었지만,

왠지 얼큰한게 먹고싶었다.

청량고추 ,

돼지고기 (육류코너) ,

송이버섯 ,레몬 ...

대충 이정도 고르고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길 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밀키스 한캔을 집은뒤 계산하고 나오는길이었다.

왠지 그리운 얼굴의 여자가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누군지 자세히 살펴보기도 모하고 해서

힐끔힐끔 곁눈질을 해보았다.

' 누구였더라. '

근데 그여자는 내 장바구니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녀) : " 심부름 왔니? "

 

헉!!!!!!!!!!!!  이여자는 날 분명히 알고 있다...

그녀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무슨말이라도 해야 될것 같았다. 

 

(나) : "아니 뭐..그냥 찌개나 좀 해먹을까 해서.."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것이..--)

 

(그녀) : "이야~근데 너 진짜 오랜만이다..

나 이동네로 다시 이사온거 몰랐지?"

 

".........

 

(그녀): "많이 변햇네. 요새 뭐하고 사니? 학생이야??"

 

(나) : 저기 제가 얼마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머리를 좀 다쳤거든요.

        그래서 제가 예전에 알던 분들

        잘 기억못해요.

 

물론 거짓말이지만,

그녀에 대한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그녀): 하하 너 요새두 장난치구 다니냐?

          여전하구만(웃으면서)

 

(나)   : 장난아닙니다..

         정말 기억 안나서 그러거든요

         죄송한데 이름이라도 가르쳐주시면

         알것 같기도 한데..

 

(그녀) : 후하하 그렇구나.. 나 지영이거든..기억 하겠니?

 

' 지영이가 누구였단 말인가..!?'

누구지영이를 말하지...

 

앗...몇초뒤 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렇다 .

내앞에 서있는 이사람은

고등학교 올라갈 무렵즘 나에게

자살충동을 느끼게한 아주 무서운 여자다.

때는 바야흐로 8년에서 9년전쯤 ,

나는 보통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동네에서 재미난놀이(?)를 하고있었다.

그때 내별명은 <장군>

싸움을 잘해서 붙은 별명이 아니라

동네에서 소문난 장난꾸러기 였기 때문이었다.

그 장난의 수위는 한참 물이 오른 상태라

동네 내놓으라는 초등학교 꼬마들 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명절이나 행사도 아닌데 우린 용돈 받은걸 모아서

항상 폭죽을 사곤 했다.

그리고 불을 붙인뒤 미용실, 슈퍼, 잡화점, 철물점, 식당

서점, 비디오가게등등, ..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다.

우리가 지은죄를 따지고 보자면

경범죄 처벌상 중죄에 해당했다.

대충 적어보자면

 

<빈집등에의 잠복> : 동네 어떤공간이든

허술한 틈을 보이면 우리의 아지트가 돼곤 했다.

 

<허위신고> : 경찰서 112 장난 전화를 즐기곤 했다..

그리고 출동경위와 상황을 항상 숨어서 즐기던 우리였는데

이건 결국 꼬리가 잡히곤 말았다..

이날 아버지한테 암살당하는줄 알았다.(엄청 두들겨 맞음)

 

<물건강매.청객행위> : 장난을 하기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중학교때 돌고 돌던 잡지책을 한장씩 한장씩 찟어서

반강제적으로 팔곤했다.

 

<업무방해> : 앞에서 말해듯이 폭죽등으로

수많은 업종 사장님들의 교감신경 활동을 활성화 시켰었다.

언제였던가..한번 허벌나게 쳐맞은적이 있다(성광오락실 사장님)

 

<광고물 무단첩부등> : 중학교때 대길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친구의 별명은 이티였다.

이티를 그린 종이를 동네마다 붙어서 그친구를 놀리곤했었다.

그친구 누나에게 깃때기를 맞은적있다.

 

<자연훼손> : 동네 할머니가 심어놓은 배추를 다 뽑아버리고

거기다 맥주병을 꽂아버린적 있다.

이날 이할머니는 동네에서 술드시고 행패를 부리셨다.

 

<인근소란> : 말할필요두 없지..이건 우리의 기본컨셉테이션인데~

 

<위해동물 관리 소홀> : 이건 상당히 고난위도의 장난이다.

쥐나 바퀴벌레를 잡아서 여자분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 풀어버리는

짓꿋은 장난이다.

 

.....................

 

이밖에도 수많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지만

이만 줄이기로 하고..

 

지영이란 이 여자에 대해 한번 말해 보기로 하겟다.

일단 이여자는 나보다 두살이 많다.

하이클레스의 외모로 인해 그녀는

우리 동네 중학생들 사이에

짱 이쁜 누나 로 통하면서

상당한 팬 층을 형성 시켰다.

그당시만 해도 모든단어에서

그녀를 연상시킬정도로

그녀의 붐은 대단했다.

그리고 우리 패거리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붐이 퍼지기 시작했고,

우린 이를 그냥 넘길리가 없었다.

솔직히 우린 그당시 여자보단

장난이 더 좋았다.

여자를 잘몰랐었다고나 할까.

아니 철이 없었다고 하는게 더좋은 표현일것이다.

우린 그여자를 놀이의 제물로

인식하게 되었고 우린 나름대로 임펙티브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실행되었다.

평소에 말두 별루 없던 그녀인지라 마냥 착한줄만 알았던

우린 앞으로 다가올 무시무시한 그녀의 악마같은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하교길에 항상 슈퍼에 들러서 무엇을 산뒤

집으로 간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슈퍼에 들어갔고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

우리의 첫번째미션은 미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화를 돋구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미션이 될줄은

그땐 우린 알지 못했다.

슈퍼안에서 우린 그녀와 일부로 눈을 마주칠려구

노력했다. 일종의 도전장과 같은 것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옅은 미소를 던져주고는

슈퍼를 빠져나왔다.

그녀가 우리의 도전을 받아준 것이다.

그녀가 모퉁이를 돌때쯤

우린 미리 준비한 BB탄 총으로

고함을 지르며 그녀의 뒤통수를 정타하였다.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우린 슬슬 희열감에 불타올랐다.

도망가는 그녀를 향해 총아 쏘아대며 쫏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물소 한마리를 쫏아가는 하이에나 떼 같았다.

하지만 그건 결국 제비꽃을 향해 달려드는

어리석은 파리꼴이 되어버릴거란 생각은 하지못했다...

도망가던 그녀는 갑자기 오락실로 들어가 버렸고

우린' 하하~ 드디어 지쳤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생각은 상당한 착각이었단걸 깨닫게 되었다.

곧바로 별로 착해보이지 않는

인상착의의 형들이

오락실에서 한두명씩 나오기 시작했고,

우린 몇명인지 관찰 할 틈도 없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뒤엔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그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왠지 뼈가 으스러 진거 같기도 하고,

입에선 피맛이 나구

공포감에 난 기절해버린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친한동무들은

옷이 벗겨진채

벌을 쓰고 있었다.

온몸엔 피멍이 들어있었다.

난 울고 말았다.

형들은 조용하라며

아름다운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형들은 아마도 우리 중학생을 상대로 그누나앞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나의 장난끼는 아마도 그사건이후로

잠잠해 지기 시작했으며,

그사건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 여자에겐 무기가 많다 '

 

그이후로도 지영씨는

우리를 상당히 괴롭혔고

그형들도 우리만 보면 시비를 걸고

끌고가서 샌드백놀이를 하였다.

우리 패거리들조차

그장난의 아이디어제공자인 나를

멀리하게 되었고

나는 햇살을 친구삼아 시간을 보내다

결국 안타까운 모습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때의 무서웠던 기억은 거의 몇년전에

잊을만도 했는데

그 무서운기억의 항로에 서있었던 그녀가

또다시 내앞에 나타난 것이다. 

....

......

.........

 

(나)  "누나 오랜만이네요.-.-;"

 

(그녀) "그래, 너 나보다 두살어렸지?

           그럼 군대는 갔다왔구?"

 

(나)  "예, 지금 학교 복학해서 다니구 있어요."

       "누난 요즘 머하세요 ?"

 

(그녀) "응, 난 요새 정신차리구 장사시작했어 "

 

(나) '정신 차리구...........'

 

       

       이러쿵 저러쿵

 

 

 

(나)   " 아.. 언제 한번 찾아뵙죠.."

         그럼 저 가볼께요..^^;

 

(그녀) "그래, 잘가라

         참 예전엔 미안했다.

         언제 술한잔 하자~!!"

 

나는 그녀의 미안하단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북받쳐 올랐고

눈물이 나와 버렸다.

그때의 일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내머릿속을

지나갔고 난 그누나가 간 뒤에도 한참 그자리에 가만히

선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프고 힘들었던 추억인 만큼

가슴이 찡한거 같다.

 

아직 내가 살아온 시간은 얼마안되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많이 남았기에

이런 가슴찡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