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2 (문학, 신경숙)

박연진2007.07.17
조회34

여성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그 안에 작가 신경숙을 담아두지는 않았다. 과 을 읽었지만 그 인상은 강렬하기 보다는 힘들고 먹먹한 것이었다. 그 느낌이 달갑지 않아서 열심히 읽지 않았나보다. 그런데 갑자기 펑 터진 베스트셀러로 나타난 이 나를 불렀다.

 

은 특별한 여인의 이야기다. 리진은, 리진은. 부모 없이 자랐다. 궁궐을 들락날락하는 기회를 우연히 얻었다. 왕비가 총애하면서도 질투하는 여인으로 자랐다. 춤에 능수능란했다. 우연찮게 외국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에 해외에 살았다. 왕비의 죽음을 곁에서 보고, 따라 죽음을 선택한다.

 

그 곁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리진의 굴곡진 삶 속에 깊이 관여한 프랑스인 콜랭,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랐던 선비 홍종우,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나눈 강연, 왕비의 사랑을 질투로 변화시켜버린 왕까지.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건 리진 뿐이다.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사만으로도 솜뭉치가 젖어드는 듯한 무거운 슬픔을 느꼈지만, 한마디 한마디의 표현으로도 그 인상이 배가되었다. '하루도 짧은 일평생이다. 특히 어떤 하루는.',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그러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와 같은 표현은 내겐 참말 '주옥같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읽은 장편.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여운에 취했던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


[1권]

 

p11 그녀의 드러난 목덜미는 고개를 아래로 숙일 땐 다정하고, 몸의 중심이 바로 서 있을 땐 의연하며, 주변을 돌아보느라 부드럽게 접혀지고 휘어질 때는 손바닥을 갖다대고 싶게 관능적이었다.

 

p27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p62 "씻어서 깨끗해지는 건 더러운 게 아니다. 그냥 뭐가 묻은 것이다. 누더기를 입은 사람을 더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러운 게 아니라 가난한 것이지. 가난한 것은 그 사람 허물이 아니다."

 

p64 "그래...... 다행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마음속에 선교사님이 있지 않니.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p169 하루도 짧은 일평생이다. 특히 어떤 하루는.

 

p178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그러합니다.


[2권]

p202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