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作 조창인)

손혜빈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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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作 조창인)


 

 

여자의 울음이 긴 이유는,

그 울음안에 담긴 뜻이 그만큼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한가지 사실로 울기 시작하지만

그 한가지만 갖고 끝까지 우는 경우란 거의 없다.

수탄 이유들이 우는 도중에 끼어들어

계속 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더는 이유를 생각해낼수 없을때에야

비로소 울음을 멈추는 법이다.

 

 

 

유리창 너머 먹구름에 뒤덮인 하늘에는 끊임없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번개가 들이쳤음에도 유리창 구멍은 예전 그 모양 그 크기 였다. 그러나 볼펜 뚜껑만한 구멍으로 강풍이 무수한 빗방울을 몰고 밀려 들었다. 재우는 등명기 하단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댄 채 누워 있었다. 전원 장치부분이 비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빗방울은 재우의 얼굴까지 미치지 못했다. 어머니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온몸으로 빗방울을 막아주고 있는 탓이었다. 수없이 만류했지만 어머니는 내내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재우는 등대를 지키고, 그아들을 어머니가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서글픈 현실 속에서 재우는 옛 생각에 잠겼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교문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난희의 노란 우산, 형 몫의 이단으로 접는 우산. 재우의 우산은 언제나 비닐 우산이었다. 재우는 그게 불만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몫의 우산은 아예 없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어머니를 당연하게 생각했고, 비닐 우산밖에 건네주지 않는 어머니를 원망했으며, 비닐 우산을 함부로 다투며 투덜대던 재우였다.

하얗게 질려 있는 어머니의 입술을 바라보며 재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정작 재우 자신인데, 어머니는 아들의 죄값을 대신하려는 양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재우는 벤체등받이에 얼굴을 묻었다. 겨우겨우 사다리로 올라와 손등으로 눈가를 닦아주던 어머니가 사무치도록 그리워, 재우는 울고 있었다. 아프지 마, 살려줄게. 쓰러진 아들의 가슴을 토닥이며 했던 그 말을 떠올리며, 재우는 꺼억꺼억 통곡했다.

 

"아들이 등대지기면 엄마도 절반은 등대지기라는 말 생각나요? 그런데 엄마 혼자서 구명도 등대를 다 차지하고 있군요. 잘됐어요, 잘됐어요. 이제부터는 엄마가 재우의 등대지기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