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햇살 VS 사랑은 햇볕

김은정20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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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햇살 VS 사랑은 햇볕

난 한때 사랑의 움직임에 민감해야한다고 믿었었다. 사랑이란 멈춰있을 수 없는 천성을 가진 감정이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사랑이란 단어로 포장해야만 했을거라고...

 

그러니 다만 순간의 진실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그뿐...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지 않으면서 최소한 사랑의 천성을 이해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뿐...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이런 속삭임이 내귀를 간질였다.

 투명함을 잃은 사랑의 채색은 더 이상 서로의 가슴을 투영할 수 없었다고...

 

사랑을 햇살이라 불러보면 어떨까?

오후 12시면 중천에 태양이 떠오르자 마자 셀 수 없는 줄기의 빛을 내리 꽂으며 찬란하게 비추이겠지? 그 빛에 눈이 멀고 나면 그 햇살로 포장된 온갖 세상들의 아름다움을 그 어떤 것이 대신해 줄 수 있으려나.

 

황급히 햇살이 서산마루로 얼굴을 감추고 나면

햇살에 눈이 먼 당신은 별빛으로도 처련히 비추는 저 달빛으로도 다시는 세상을 볼 수 없을테지. 내일 아침이면 햇살은 다시 비춰질텐데... 태양을 햇살로만 기억하고 있는 당신의 눈은 이미 멀어버렸으니 결코 다시는 중천에 떠오른 햇살의 은혜를 입을 수 없단다.

 

사랑을 햇볕이라 불러보면 어떨까?

오후 12시 태양이 중천에 떠올랐을때도 햇볕은 그저 따스히 데펴주고 있을 뿐 그 볕을 쬐고 있는 당신은 너무나 서서히 안기고 있어. 움츠렸던 몸을 곧게 펴다가 조용히 들러 온 행복한 나른함에 하품도 하겠지. 이제 2시쯤 되었구나. 아무도 없는 벤취에서 당신은 마치 누군가의 무릎베개라도 하고 있는양...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헝클다가 곱게 쓰다듬어 주는 다정한 손길이 머무는 양...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고 잠이 들거야. 모든걸 맡겨버리고  그대로 햇볕의 품을 허락할테지. 오후 4시가 되고 6시가 되고 그 따스함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기운을 다하고 있지. 그러곤 당신의 귓가와 손끝에 마지막 남은 따스한 기운을 다해 후~~하고 불어주겠지.

 

그렇지만 당신은 가장 뜨거운 눈물이 가슴에 고였음에도 불구하고 깜빡이지 않을거란다. 가슴에 고여있는 따스함은 여전히 데펴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눈을 감고 햇볕의 따스함을 허락했기에 보이지 않아도 늘 곁에 있음을 기억할 수 있어서...

 

투명한 사랑의 채색은 눈에 보이는 찬란한 햇살이 아니다. 끊임없이 데펴지는 따스한 햇볕이었다.

사랑은 눈을 감고도 자신의 심장을 뚫고 당신의 심장에 닿아 천천히 볕을 전해주는 것. 아주 천천히 한땀한땀 내심장의 따스함이 영원히 당신 곁에 머물도록 꿰매어 두는 것이다.

 

그것이 가슴과 가슴이 투영되는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조심히 알게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