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_

김명진2007.12.11
조회108
사랑을 말하다_

 

잘 지냈어?

좋아보이네

 

그리고 잠시 어색함

 

너도 좋아보여

별일없고?

 

다시 어색함

 

그리곤 여자가 발밑에 내려 놓았던

커다란 종이가방을 남자에게 건냈다

말하자면 그 종이가방 속에 들어있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오늘의 용건이었다

 

참 이거..

 

남자는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

 

날도 덥고 무거운데 들고 오느라 고생했겠다

 

여자는 설핏 웃음을 지었다

날도 덥고 무거운데.. 그말 때문에

 

두어달 전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인라인을 같이 타던 날

남자가 여자의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려 했을때

유난히 지쳐보이는 남자를 향해서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날도 덥고 무거운데 그냥 여기 놓고 가

다음에 와서 가져가면 되잖아'

 

하지만 다음에 가져갈 틈도 없이 두 사람은 헤어져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앞날을 몰랐을까?

여자와 남자는 각각,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며 마주 앉아 있었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

하지만 용건은 이렇게 너무 빨리 끝나고 말았다

아직 머그잔에 그득한 커피의 양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다행히 남자가 하나의 용건을 더 생각해냈다

가방을 요란스럽게 뒤지더니,

 

'아 이거 내 동생이 여행갔다오면서 니꺼라고사왔었는데..

내가 계속 잊어버려가지고..'

 

남자가 내민 것은 작은 향수 하나

여자는 호들갑스러울만큼 기뻐하며 받아들였다

 

'향기 좋다 정말 좋다 꼭 고맙다고 전해줘'

 

그리곤 여자는 이내 말끝을 흐려했다

유난히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친했던 사이

하지만 이젠 더이상 '내가 언제 밥 사준다고 전해줘' 라거나

'언제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전해줘' 라는 말 같은건

할수가 없는 것이다

 

헤어졌으므로

 

아직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잘 기억하는 두사람

하지만 이젠 아는척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아졌다

 

오히려 친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그렇다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소개받았던 그 사람의 친구와 가족

애인이라 알게 되었던 그 사람의 사생활

이젠 그런 부분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니가 아니라 니가 속한 그 많은것들로부터

내가 떨어져 나온다는거

 

아.. 이렇게 이별이구나..

여자와 남자는 지금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