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에 대해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길호2008.01.22
조회13,125

[고교 생활에 대해서 떠들어볼게요.]라는 글이 오늘 보니 일베에 가있더군요.

 

마침 글이 길어져서 못한 말도 있고 몇 가지 해명할 부분도 있고 해서

 

이렇게 다시 타자를 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가 신상명세를 안밝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탓에 몇몇 분들이

 

오해를 하게 되신 것 같은데요

 

전 고등학생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올해로 2년 째가 되는 학생입니다.

 

먼저 야자와 보충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 "강제로 하는게 짜증나서"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 자체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수능등급제 결국 폐지한다더군요.

 

수능등급제 시행할 때 논란이 없도록

 

"고등학교 입학하는 학생들이 대학갈 때부터 시행하겠다."라는 내용의 뉴스를 본게

 

3년 전입니다.(자세한 내용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기억력이 좀 좋지 않아서요.)

 

근데 이제는 그런거 상관없이 바로 폐지를 해버리네요.

 

등급제 자체가 참 모순된 제도라는 점

 

수능을 보기 전부터도 짐작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면접을 봤던 대학교수 이야기가 나온 뉴스 기사를 찾아보시길...)

 

그래서 결국 대책으로 나온 것이 수능 성적 발표 5일 앞당기기

 

그리고 정부가 바뀌면서 인수위가  바로 수능등급제 보완 대책 마련하겠다고 하고

 

이제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올해 수능을 봐서 등급제로 인해 피해를 봐야만 했던 많은 학생들

 

등급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재수를 포기하고 원하지 않는 대학에 가야만 했던 학생들

 

그들이 받은 피해는 "그냥 그러려니", "재수가 없었다."

 

라고 치부해야하나요?

 

등급제 얘기 나왔을 때부터 말도 많았고

 

작년 초부터 대학과 교육부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일년 내내

 

수험생들은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해야만 했습니다.

 

교육부가 명목상으로 내건 이유인 사교육 안정화는 커녕

 

사교육이라는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정부 정책이니까" 그냥 넘어가야 할까요?

 

아무리 피해 본 학생들이 많아도 "대학 갈 놈들은 다 가니까" 괜찮은가요?

 

제도의 영향에 대해서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고 관련 당사자 ㅡ 교육부, 대학교 등 ㅡ

 

간의 제대로 된 협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 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정책 집행은 그야말로 제비뽑기로 결정한 듯한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드네요.

 

이런 근시안적인 교육 정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가장 큰 모순은

 

"공장형 학교"

 

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는 특목고 잘가는 '초등학생'이라는 상품을 가공하기 위한 공장.

 

중학교는 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중학생'이라는 상품을 가공하기 위한 공장.

 

고등학교는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 '고등학생'이라는 상품을 가공하기 위한 공장.

 

어느 대학관계자가 "대학교가 취업하기 위한 학원이냐?"는 식의 우려를 나타낸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나오느니 웃음 뿐이더군요.

 

특목고, 명문대를 가기 위한 학교 간의 경쟁. 학교와 학원이 구분이 안가는 현실.

 

이대로 외면하실건가요?

 

나와는 관계없으니, 우리도 다 겪은 일이니, 난 아무런 힘이 없으니,

 

외면하실건가요?

 

전 이번에 20살이 되었고 제 친구들은 21살이 되었습니다.(제가 학교를 빨리 들어가서요.)

 

다들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습니다.

 

대학교도 "점수에 맞춰서" 간 게 대부분이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대학교]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결과가

 

산 정상 도착하자마자 벼랑으로 추락하는 느낌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대부분 공감하실거라 생각되네요.)

 

저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또한 제겐 고칠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제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저와 같은 고민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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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와 보충을 반대하는 것은

 

야자와 보충에서부터 학생들의 진로 아닌 진로가

 

[대학교]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분히 이상주의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학교라는 곳은, 특히 고등학교라는 곳은

 

진로에 대해 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s.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