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詩.유하

이화경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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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詩.유하


비가 세상을 내려앉히면

 

기억은

 

노을처럼 아프게 몸을 푼다


부리 노란 어린 새가 하늘의 아청빛 아픔을


먼저 알아 버리듯


어린 날 비 오는 움막이여,


왜 노을은 늘 비의 뿌리 위에서


저 혼자 젖는가


내 마음 한없이 낮아


비가 슬펐다


몸에 달라붙는 도깨비풀씨 무심코 떼어 내듯


그게 삶인 줄도 모르고


세월은 깊어서


지금은 다만 비가 데려간


가버린 날의 울음소리로 비 맞을 뿐


아늑한 눈길의 숲길, 말들의 염전


시간은 길을 잃고


나그네 아닌 나 어디 있는가


추억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쥐어짜


빗방울 하나 심장에 얹어 놓는 일이여


마음이 내려앉아 죽음 가까이 이를 때


비로소 시간의 노을은 풀어 논 아픔을 거두고


이 비의 뿌리 한 가닥


만질 수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