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가자, 볼리비아로

이강섭200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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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남미여행 (07.12.17 ~ 08.01.10)

 

12/26 : 가자, 볼리비아로

 

 

[3:00pm]

 

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러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 오늘, 생각지 못한

일로 뿌노 시내를 왔다갔다 반복해야했지만 덕분에 비자발급비

30달러를 절약하게 되었다. 오호, good news가 아닐 수 없다.ㅋ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황열병 예방접종을 맞으러 병원에 갔다.

10분이 넘도록 기다리다 간호사를 만났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갑자기 간호사는 난색을 표했다. 자기네 병원은 국내용 확인증만

끊어서 볼리비아 비자 발급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게 아닌가.

아니, 도대체 예방접종도 국내용, 국제용이 따로 있는건가? -_-;;

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볼리비아 영사관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영사관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새롭게 바뀐 비자발급 규정이 기다

리고 있었다. 당초 우리가 알기로는 30달러 발급비와 함께 여권,

황열병 예방접종카드를 제출하면 비자 발급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영사관에 있던 무뚝뚝한 아저씨는 종이를 내밀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로 무언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올해

12월 3일부터 비자발급 규정이 바뀌어서, 여권은 물론 3가지 종류의

예방접종 확인서와 숙소예약확인서, 귀국편 항공권, 여권사진 등

더 많은 것이 요구됐다. 살짝 어안이 벙벙하던 순간, 반가운 소식

하나가 귀에 쏙 들어왔다. 제출서류가 많아진 대신 비자발급비

30달러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이었다. 오늘 발품을 팔면

30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된 셈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급방긋 모드로 변신했고(-_-;), 피곤하던 몸엔 넘치는 에너지가

공급되어 사방팔방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예방주사

맞고 사진 찍고 숙소예약하는 등 필요한 서류를 다 제출하고 나니

11시가 조금 못된 시간이었다.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점심을 사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지금은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비자를 찾으러 다시 영사관에

와 있다. 남미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중

하나. 하지만 이 곳 영사관에서만큼은 '꼬레아노'가 가장 빈번한

손님이다. 볼리비아로 들어가는 한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여기

뿌노에서 비자를 발급받는다. 그래서 목록대장을 보면 십중팔구

한국인이다. 예방접종을 받은 병원의 목록에도 한국인 일색.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 관광객 4,5명을 만나게 됐다. 참......

세상 어디를 가도 한국인은 있다니깐. 서로 직감적으로 한국인임을

알면서도 한동안 경계하는 것이 한국인 관광객들의 특징인 것

같다.

 

 

[11:10pm]

 

오늘따라 유난히 숙소 조명이 어둡게 느껴진다. 저녁 때 길거리를

쏘다는 탓에 눈이 침침해진건가...ㅡ.ㅡ 내일은 아침일찍 체크아웃

하고 라파즈로 떠나야 해서 미리 짐을 싸뒀다. 꽤 오래 머물던

뿌노였는데 내일이면 여기도 빠빠이다.

 

페루에서 안 좋은 점 하나는 지독한 매연과 먼지다. 택시나 콜렉

티보를 비롯한 각종 차들이 엄청난 매연을 내뿜는 통에 거리에는

시커먼 연기가 자주 피어오른다. 가뜩이나 고산지대라 숨 쉬고

돌아다니는게 쉽지 않은데 차들이 몇 대 지나가면 매연과 먼지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고 눈이 아프다. 그래서 시내를 다닐 때

마스크가 필수. 길거리 위생상태 역시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바람이 불고 사람이 많이 돌아다닐 때는 '먼지의 바다' 속에 빠진

기분이다. 아무리 남미 사람들 폐활량이 좋다고 하지만 이런

매연과 먼지에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하얀 마스크가 거멓게 된걸

보면 산소공급기라도 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페루를 거쳐 볼리비아로 떠나는 내일. 미리 볼리비아를 공부해

보겠노라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볼리비아는 이래저래 슬픈 역사를

지닌 나라다. 많은 지하자원과 넓은 국토를 지녔음에도 주변 국가

들에게 땅 뺏기고, 자주 이용당하며 주어진 자원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고 부정부패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 우리가 방문할 라파즈, 포토시, 우유니 등의

지역도 나름의 안타깝고 슬픈 역사를 지닌 곳들이었다. 과연

볼리비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래킬 것인지. 어제는 꿈자리가

사나웠는데 오늘 밤 기분좋게 자고 떠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