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이양자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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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漢族 이주·西南공정이 반발 불러
                              베이징올림픽 테러 걱정해야할판  

 

티베트의 독립 요구 유혈시위 사태는 새로 선출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새 중국 정부를 출범 첫날부터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개회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15일 5년 임기의 국가주석으로 후진타오 주석을 재선출하고, 후 주석의 제청에 따라 16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연임시킨 뒤, 제2기 후·원(胡·溫) 체제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러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불쏘시개로 삼는다는 구상이었다.

작년 10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해둔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 두 50대 기수를 각각 국가부주석과 수석부총리로 선출해 후계 그림까지 다 그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새로운 후·원 체제 선출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티베트에서 유혈사태가 격화돼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바람에 국제적인 축하 대신 유혈 진압에 대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축제로 치르려던 베이징 올림픽도 티베트인들의 시위나 테러를 현실적으로 걱정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티베트 유혈 시위사태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의 정신세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티베트인들이 믿는 라마교의 영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첫 번째 티베트 독립요구 유혈 사태 때 인도로 망명한 뒤 해외에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달라이 라마를 "순수한 종교인이 아니라 불순한 정치지도자"로 규정하고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해 왔다.

 

더구나 중국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의 2인자인 판첸 라마로 지명한 치에키 니마를 인정하지 않고 연금시킨 뒤, 1995년 기알첸 노르부라는 소년을 제11대 판첸 라마로 지명해서 즉위식을 갖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기알첸 노르부는 16일 "국가와 민족의 화합을 저해하는 어떤 활동에도 반대한다"고 시위 주동자들을 비난하고, "라싸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 회의 중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후진타오 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P 뉴시스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최근 중국정부가 티베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밀어붙인 지나친 한족(漢族) 이주정책이다. 지난 1989년 3월의 두 번째 독립요구 유혈 시위 사태와 6월의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티베트에 대한 유화정책을 폐지하고 그동안 추진해온 한족 이주 정책과 '서남(西南)공정'에 따른 티베트 역사왜곡 작업이 마침내 티베트 사람들의 반발을 부른 것이다. 관영 TV들이 공개한 라싸 시위 현장 화면은 티베트 승려들과 시민들이 국책 외환은행 격인 중국은행(中國銀行) 건물과 중국인 특유의 전통장식을 한 상점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티베트 사태에 대한 해외의 비판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한 승려들과 그밖의 다른 사람들을 석방시켜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가 직접 대화해야 한다."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 "중국 정부는 지난주 티베트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유엔의 독자적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OHCHR), "시위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

▲대만 외교부, "중국군의 진압으로 촉발된 폭력적인 소요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을 침해한 중국의 무자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만약 티베트 소요가 평화적으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비양심적인 일이 될 것."   베이징=박승준 특파원

 

 

 

                         중(中)무장 장갑차 앞의 티베트                              유혈시위 10명 이상 사망,
                              인근 간쑤성으로 확산… 中 "인민전쟁"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의 수도 라싸(拉薩)에서 약 20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독립시위가 인근 간쑤(甘肅)성과 쓰촨(四川)성으로 번진 가운데,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적어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이끄는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라싸에서 80명의 시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사태로 라싸에서 민간인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라싸에서는 돌과 쇠파이프, 칼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경찰차와 정부 청사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으며 한족(漢族)들을 무차별 구타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 15일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수도 라싸 시내에 배치된 중국군 장갑차와 병사들의 모습.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계속된 티베트인들의 반정부 분리독립시위로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적어도 80구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래작은 사진은 티베트 자치구와 인접한 인도의 실리구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티베트 승려./AFP·로이터 연합뉴스·뉴시스시위는 14일 라싸에서 불교 승려와 일반시민들의 항거로 본격화한 뒤 15일과 16일엔 각각 인근 간쑤성과 쓰촨성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는 14일 긴급 회의를 열어 15일 새벽 3000여 명의 군·경과 장갑차, 탱크를 라싸에 급파했다. 또 티베트의 질서 회복을 위한 '인민 전쟁(人民戰爭·일종의 여론전쟁)'을 선언하는 한편, 시위대에 17일 밤 12시까지 투항하라는 최후 통첩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토마스 바흐(Bach)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스타급 운동선수들이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에 항의 표시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16일 "티베트 지역의 치안이 매우 불안하다"며 한국 여행객들에게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티베트 수도 라싸, 관공서·상점 모두 문닫아… "유령도시 같아"         전력공급 끊겨 인터넷 접속 차단돼… 외국인 접근도 금지
                 달라이 라마 "中은 평화유지하는 체하며 문화학살 자행"  

 

 

"문화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평화를 유지하는 체하며 공포 통치를 자행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16일 국제사회를 향해 입을 열었다. 19년 만에 타오른 티베트의 독립 열망이 중국의 공권력 투입과 철저한 취재 통제 속에 철저히 짓밟힌 데 따른 반응이었다.

실제 14일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 본격화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15일 간쑤(甘肅)성, 16일 쓰촨(四川)성 등 티베트에 인접한 중국 서부로 확산됐다.시위 강도는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진압에 나선 결과다.

◆"라싸는 유령도시"

중국 정부의 탄압 의지는 현지 목격자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덴마크 관광객 벤테 월(여·58)씨는 15일 "라싸는 완전히 폐쇄되고 중국 군인들 천지가 됐다. 도심에는 아무도 없고 사원에도 갈 수 없다. 라싸는 이제 유령도시 같다"고 말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전했다. 라싸 거리에는 장갑차와 탱크 등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깔려 있으며 전력공급이 끊어져 인터넷 접속이 모두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한 교민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관공서, 학교, 상점, 회사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날 라싸를 출발해 청두공항에 도착한 한 일본인 관광객은 "15일 오후 라싸의 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외부출입이 금지돼서 하루 종일 호텔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무장 군인들은 독립 시위와 폭력 사태가 발생한 포탈라궁과 조캉(Jokhang)·라모체(Ramoche) 사원 등에 대거 배치돼 외부 관광객들의 방문은 물론 라싸 시민들의 통행까지 차단, 공포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 14일 티베트 라싸에서 중국 보안 요원들이 시위자들이 던지는 돌을 막기 위해 방패로 몸을 가리고 있다. 현수막에는“사회 치안을 강화시키고, 정치적 안정을 지켜내자”고 적혀 있다. 시위자들은 라싸에서 상점과 자동차에 불을 지르며 독립을 외쳤다./AP 연합뉴스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 14일 인도 뉴델리 중국대사관 앞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경찰과 시위자들 간 충돌이 있었으며 수십명이 체포됐다./AP 연합뉴스◆"현지에 수십명 사망 소문"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공안들이 '자유 티베트' 등의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15일 낮에만 적어도 2명을 살해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일부 목격자는 "15일 오후 라싸의 베이징로(北京路)에서 사망자 시신을 차량에 실어 운반하는 장면을 봤다"고 전했다.

지난주 티베트 라싸를 방문한 한 방문객에 따르면, 이미 11일부터 포탈라궁 등에 대한 방문이 제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2일 라싸의 한 사찰에서 티베트 승려 400~500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몰려나오면서 독립 시위를 벌이려다 사복경찰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사태가 벌어진 후 1~2분 뒤 휴대전화가 불통됐다"고 말했다. 현지의 한 주민은 "라싸에서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접근 금지"

티베트로 향하는 관문인 쓰촨성 청두(成都)에도 티베트 시위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목격자들은 티베트를 관할하는 청두군구 소속 군인들의 움직임이 청두 시내와 티베트로 향하는 도로에서 속속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청두에 거주하는 한 한국교민은 "15일 오전 무경(武警·무장경찰)들을 가득 태운 대규모 차량 행렬이 시내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라싸로 향하는 항공편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15일 청두에서 라싸로 향하는 7편 중 3편이 취소된 데 이어 16일에도 베이징에서 청두를 경유해 라싸로 가는 항공편 1편을 제외한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


인민 전쟁

중국 정부가 티베트 유혈사태 해결을 위해 선언하고 나선 '인민전쟁(人民戰爭)'은 일종의 여론 전쟁 개념이다. 시짱(티베트)자치구의 장칭리(張慶黎) 당서기 주재로 열린 긴급확대회의는 16일 발표한 선언문에서, "분열을 반대하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인민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선언문은 "정확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민군중들이 사실과 진상을 조속히 이해하도록 하며, 적대세력들의 죄악을 노출시키기 위해 철과 같이 단단한 사실로 반격하자"고 촉구했다.

티베트 암초 만난 "후진타오 2기(期)"

 

 

청두(중국 쓰촨성)=이명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