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박철원20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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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김수미, 심혜진, 이다희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여배우가 한 영화에서 모녀로 등장한다. 김수미야 더 말할 나위없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고 심혜진은 90년대 충무로 대표 여배우였다. 이다희는 드라마 에서 배용준을 지키던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 '각단'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었다. 신인임에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그녀가 이 영화에서 철부지 손녀딸 역을 맡았다. 거기에 흑심을 품은 세 모녀 사이에 나타난 완소남 이상우의 출연은 이 영화가 어떠한 재미를 줄 것임을 짐작케 한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제목 처럼 분명 이 영화의 재미는 세명의 모녀사이에 잘생긴 청년을 두고 좌충우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와 결국 셋 중 가장 이상적인 상대와 결씨를 맺으며 가족간의 이해와 화합으로 마무리 되는 코미디 영화라고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나면 전혀 다른 장르의 내용으로 당황스러울 수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분명 코미디 성격을 띈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휴먼드라마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시 다루겠다.   영화 는 현대미술과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다큐멘터리 현지 코디네이터를 담당했고 , , 등을 연출한 박광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으로 연출 수업을 쌓은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 사이의 교감을 감각적 영상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려고 했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영화 는 어느 시골 동네에나 있는 완만한 뒷동산 같은 영화다. 최고도 없고 최하으며 현란한 CG나 기교를 내세우는 자랑도 없다. 하지만 나즈막한 동산에서 풍기는 편안함과 잔잔한 웃음이 있는 영화다. 그렇기에 나즈막한 동산에 오를 때 처럼 숨도 차고 적당한 즐거움을 주지만 그 수위가 낮을 뿐이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강력한 웃음의 덧붙여져 통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상업영화가 관객에게는 제격이겠지만 나즈막한 동산에 오르는 기분처럼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도 오감을 만족 시킬수 있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는 세 모녀와 한 남자의 동거극이다. 치매에 걸려 애가 된 할머니 간난(김수미)과 억척스러운 과일장수 엄마 남희(심혜진), 그리고 아나운서를 꿈꾸며 엄마가 번 돈을 학원비로 빼돌리기에 바쁜 딸 나래(이다희)가 북적거리며 살고 있다. 억척스런 남희가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남희의 트럭에 치일뻔한 한 남자가 있다. 그가 바로 준(이상우)이다. 준은 어딘가 모자라지만 빼어난 외모를 가진데다 마술등의 잡기에 능한 남자다. 오갈 곳이 없어 보이는 그를 과일 도둑으로 오해해 파출소로 넘기지만 남희는 왠지모를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준을 집으로 들인다. 잘생긴 오빠의 등장에 치매가 걸린 간난은 손뼉치며 좋아하고 나래는 낯설어하지만, 남희는 준을 불쌍히 여겨 그와 함께 과일장사에 나선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마술과 같은 잡기에 능한 준에게 동네 아줌마들은 관심을 보이고 아이들까지 그를 따르기에 남희의 과일장사는 몰려드는 사람들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남희는 점점 억청아줌마가 아닌 여자로서의 자신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로 향하는 길에 번번히 장애물을 만나는 나래와 그런 딸을 지켜보는 남희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애꿎게도 불화의 화살이 준에게로 날아온다. 남희와 나래의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을 준이 해결을 해줌으로써 준은 더 이상의 이방인이 아닌 이 집안의 사랑의 메신저 같은 역활이 된다. 이 세 모녀의 화해속에서 아이들의 유괴 사건이 벌어지고 이에 준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준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의 준은 이 가족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사랑의 전도사 역활을 한다. 판타지적 캐릭터처럼 보이는 그는 남희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나래의 불안감을 위로해주며, 간난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사랑이 부족한 가족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어린왕자 같은 준의 캐릭터가 조남호 감독이 그리고자 한 인간사이의 교감을 감각적 영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면이 아닌가 싶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시트콤 , 영화 등을 통해 코믹연기의 대가로 등극한 그녀가 에서 실로 오랜만에 정극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상영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김수미는 “타 영화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모두 내뱉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절제하느라 힘들었다”며 “저로서는 정극 연기를 했는데 보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비칠 지 궁금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웃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다른 영화에서라면 치매에 걸렸다는 설정은 커다란 웃음포를 연발시킬 만하지만 김수미는 ‘과장’하지 않았다. 그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동네 할머니처럼 연기했다. 맛깔스런 코믹 연기 탓에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끝을 맺을 만큼 자신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하던 기존 출연작들과 달리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유난 떨지 않고 덤덤히 흘러가는 영화 ‘흑심모녀’와 같은 호흡으로 숨을 쉬었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또한 억척스러움 가운데 단아함을 피워내는 심혜진의 내공 연기를 반길 관객도 많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예상도 해본다. 간담회에서 심혜진은 "보통 내 나이 정도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아이들을 둔 엄마 역을 맡기 마련인데 처음으로 다 큰 딸을 둔 엄마 역을 맡았다. 극중 남희가 나래를 18살에 낳았으니 별로 어색하지도 않았고 매우 편했다."고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느꼈던 바를 밝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제목에서오는 실수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코미디 물로 자칫 오해하고 기대하며 보러온 관객에게 가족 드라마를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의 원제는 였다. 극중 준이가 남희의 트럭에 그려주는 이 글귀는 앞에서 말한 준이란 캐릭터를 대변한다. 그처럼 는 한 남자를 놓고 모녀삼대가 쟁탈전을 벌이는 영화가 아닌, 한 남자로 인해 세 가족이 사랑을 되찾는 이야기다. 영화의 로맨스 또한 남희의 입장에서 묘사될 뿐이다. 다소 밋밋한 줄거리에, 맥락없는 유머들이 등장하지만 포복절도하고픈 코미디가 아닌 가족영화로 본다면 는 전원드라마로서 나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흑심모녀> 장르의 혼란을 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가족 영화   그렇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오해의 소지를 주는 의 제목은 아마도 마케팅 측면에서 교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이 영화의 내용과 달랐을 때 흥행 참패한 영화들의 사례와 같은 길을 가는 점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세명의 모녀사이에 잘생긴 청년을 두고 좌충우돌 에피소드 소재들도 뒤늦게 개봉하여 흥행에 참패한 한국 코미디 영화들과 비슷한 이미지를 심어놓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차라리 제목이 아닌 이야기의 밀도에 더 신경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 아닌 라는 가제로 이 영화를 이해하고, 어릴적 올랐던 나즈막한 뒷동산의 잔잔함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 오랜만에 가족 구성간의 사랑을 되새기고 싶은 관객에게 이 영화는 잔잔한 의미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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