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ook ) 고슴도치의 우아함

허정윤200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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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건, 마치 우연히 길에서 오래된 친구와 맞닥뜨려진 행운과 같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걸고 감히 그런 말을 하고 싶다.

 

내 영혼이 지친 일상에 무뎌 있을 때, 영혼을 요람에서 일으켜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진정으로 우아하고 가치있는 사치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책상. 우리가 책상이라는 이름을 발음할 때, 우리가 책상이라는 개념을 만들 때, 우리는 항

 

상 단지 이 책상만을 지시하는가, 아니면 우리는 "실제로" 현존하는 특수한 모든 책상들의

 

실재를 기초 짓는 보편적 책상에 회부하는가? 책상의 "관념"은 실제적인가, 혹은 우리의 정

 

신에만 속하는 것인가? 이 경우, 왜 어떤 대상들은 서로 닮았는가? 대상들을 인위적으로, 또

 

일반적인 범주들에서 인간 오성의 편이를 위해 재분류하는 것은 언어인가, 아니면 모든 특

 

수한 형상들이 분유(分有)하는 보편적 형상이 있는가?     

 

                                                                    - p.364~고슴도치의 우아함에서

 

 

이런 종류의 고찰은 관심없다라는 분은 지금 당장 이 페이지에서 나가주시기를 간청한다.

 

그리고 이 책을 절대 사지말 것을 권고한다.

 

쳇..., 이따위 소설책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유세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런 당신의 입장을 고려해서 한 부탁이니 들어주기 바란다.

 

자아..이제 남은 분들과 얘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을 시작함에 있어 내가 아끼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싶다.

 

잃을게 없는 자에겐, 아까운 것도 아쉬움도 두려움도 없겠지만, 난 하나라도 잃을까봐 조심스럽다.

 

 

작가인 뮈리엘 바르베리씨는 철학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답게 책장의 사이사이에 철학의 메모

 

들을 감춰놨다. 그것은 내게 마치 모퉁이를 도는 사람은 세심한 관찰력이 있어야한다고 말하는 것

 

과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엄연한 소설이다. 그리고 주인공들과 등장인물이란 것들이 나온다.

 

자아..지금 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주인공중의 주인공인 쉰네살의 르네 수위아줌마, 그녀는 프랑스 상류층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

 

는 고급 아파트의 수위실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틀고 사람들이 수위아줌마라는 범주로 고착시킨

 

사회적 믿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매우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하다.

 

( 못생기고 뚱뚱하고 아둔해보이며 고양이를 키우고, 하루종일 TV앞에서 앉아있을 것같은 인상말이

 

다.)

 

그녀는 수위아줌마가 톨스토이를 읽으며 모차르트를 듣고,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관심을 가진다

 

는 종류의 사치를 편견으로 가득찬 프랑스 상류층들이 얼마나 적대적으로 대할지..

 

아니,그녀를 부자들의 전유물을 들여다 본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벌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주인공은 주인공이 수위로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로 있는 12살짜리 소녀 팔로마이다.

 

자신이 심히 똑똑한 것을 알지만 손톱을 감추고 졸고 있는 맹수처럼 그녀는 겸손하고 신중하다.

 

그리고 너무나 똑똑한 그녀는,그녀의 두뇌와 일치하지 않는 삶의 모순에서 무기력한 모든 이의 삶의

 

종착이 결국 금붕어 어항같음을 깨닫고, 자신은 어항에 갇히느니 어항 밖의 자유를 만끽할 용기를 가

 

진 금붕어가 되기위해 어항밖으로 뛰어나가 죽을 결심을 한다.

 

 

세번째 주인공이자 조연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일본인 오즈씨는 부의 상징인 이 고급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아르텡스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불쌍한 과부가 내놓은 5층을 사들이면서

 

등장한다.

 

부자들의 교만함과 어떤 경우에도 얌전을, 체신을 지켜야하는 프랑스 신귀족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일본인이란 특성과 아주 부자란 소문으로 모두의 관심과 부러움을 산다. 그의 앞에서 신귀부인들은

 

정말이지 초라하게 맹목이 되어버린 구걸하는 눈을 가지고 침을 게걸스럽게 흘리는 탐욕스런 여자들

 

이 된다.

 

하지만, 그는 작가가 열렬히 신봉하는 일본인이다. 여기서 그는 모두가 부러워 할만 재력과 함께

 

지성과 매력을 지닌 중년남성으로 나온다. 그것도 아주 섬세한...매력을 말이다.

 

그 섬세함이란 다른 부자가 자신이 고용한 수위에게 생각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얼마나 추한지도 모

 

르는 찰나를 수위와 함께 듣고 움찔한 뒤, 움찔한 수위의 표정을 순간포착할 만큼이나 섬세하다.

 

 

이 소설은 이 세사람의 아름다운 관계와 번득이는 성찰을 일기형식으로 엮었다.

 

그것은 마치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마누엘라의 완벽한 글루톱 과자이다 !

 

마누엘라 ...그녀는 누구인가? 귀족들의 황금변기를 고급코튼으로 청소하면서도 매번 "허튼소리!"를

 

외치면서 고슴도치처럼 우아한 수위르네와 매번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 테이블보를 깔고,

 

마들렌 과자를 손수 구워와서는 우아하게 차를 드는,  

 

저속함이 건드릴 수 없는 진짜 귀부인이다.

 

 

그녀의 글루톱 과자는 나와 철학에 굶주려 있는 자들을 만족시킬만큼 절묘하게 구워내서 몇겹이나 싼

 

푸른 저녁빛의 비단 종이( 나는 이 표현이 소름끼치게 좋다~! ) 속에 고이고이 싸고,

 

영감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멋진 알자스 케이크 하나..그리고 부서질까 걱정스런 위스키를

 

가미한 아주 얇은 타르트들, 그리고 테두리에는 캐러멜을 입힌 아몬드 튈 과자들을 우리의 완벽한

 

티타임에서  음미하도록 준비해준 사치와 같다.

 

맛있다...그건 맛이란 미감으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다.

 

 

그리고 매번 모퉁이에서 번득이는 "풉"하는 아주 미세한 0.0001초도 안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우연과

 

도 같다. 찰나의 틈에서 옅볼 수 있는 기묘한 배열... 그것이 삶의 의미일까?

 

 

 

 

너는 불쌍한 미친 것이야..이 불쌍한 멍청아...를 스스로 오물 뒤집어 쓰듯 써야 속이 풀리는

 

르네아줌마, 그녀는 너무나 잘 안다... 가난한 자의 명석함은 마치 가난한 자가 가진 아름다움이란

 

사치와 같이, 결국 어떤 운명을 고할지. 그런 그녀에게  두 고독한 영혼이 각자 손을 내민다.

 

 

자신의 엄마의 정신상담을 맡아온 의사가 자신을 "나랑 한번 놀아보자는 거냐, 요귀여운 것.."

 

할 때는 거침없이 맹수의 발톱을 들어내고는

 

" 잘 들어, 제자리에 얼어붙은 선생, 우리 거래를 하자고, 당신이랑 나랑. 날 조용히 내버려 두면,

 

대신 나는 불행을 상대로 하는 당신의 하찮은 장사를 파괴하진 않겠어."라는 웃지못할 냉철함을

 

자랑하는 팔로마는

 

" 미셸 아줌마. 아줌마는 내게 새 희망을 줬어요."라고 그녀에게 샹냥한 미소를 짓고,

 

일본인 오즈씨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어떤 환경에 있다고 해도 당신을 알아볼 거 예요."라고

 

자신만의 신데렐라 처럼 꾸며 아름다운 디너에 초대한 그녀의 팔을 잡고 심각하게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우스꽝스런 광대놀이에 얼마나 지쳤는지를 깨닫는다... 그녀는 생각한다.

 

무언가는 끝나고 무언가는 시작되어야한다고...

 

 

 

여기서 난 엑스트라급에 속하는 장 아르탱스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내게 남겨놓은 나만의 군침도는 케이크같은 존재다.

 

그는 고약한 미식가이자 요리비평가인 아르탱스씨의 막내아들이자 마약에 영혼까지 팔았던 젊고

 

냐약해서 마치 땅바닥에 추락한 마른 낙엽같았던 그래서 바람에 이리저리 떠도는 오갈 곳 없는

 

영혼같은 청년이었다.

 

르네가 그를 정원에서 발견하곤 도움을 주려고 했을때 그는 수위아줌마의 친절함에 힘입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 저 꽃들...저건 이름이 뭐예요?" 라고.

 

" 동백꽃이요?"

 

" 동백꽃...동백꽃..."

 

그는 천천히 반복한 뒤, 마지막엔 예, 고맙습니다, 미셸부인, 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뒤,

 

며칠 후 그는 몰락한 모습을 르네에게 보여준 것을 마지막으로 미망인인 그의 어머니를 따라 그 아파

 

트를 떠났었던 인물이다. 르네는 그를 보며 형벌받은 육체와 같다는 느낌으로 동정에 가슴아파했다.

 

그런 그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몰라지게 달라진 모습으로 눈부시게 부활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르네에게 말한다.

 

 

" 전 아파트나 사람들을 보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에요. 전 그들이 날 알아볼지도 확신하지

 

못해요. 게다가 아주머니까지도 혹 저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신분증까지 가져왔어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아니 전 제가 아팠을 때부터 이미,그리고 회복기에도 제게 큰 힘을 주었던

 

그 무엇을 기억할 수 없어서 여기 온 거예요."

 

"내가 도와 드릴께 있나요? "

 

"네. 왜냐하면 바로 아주머니가 어느 날 이 꽃들의 이름을 내게 말해줬기 때문이예요. (....)

 

아주머니가 그걸 심은 거 맞죠? 그리고 어느 날, 제가 그게 뭐냐고 물었지요.

 

그런데 전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난 늘 이 꽃들을 생각했었어요. (.....)

 

아, 미셸 아주머니. 당신은 그 꽃이 내 생명을 실질적으로 구해줬다는 걸 아시죠.

 

그건 이미 기적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뭔지 제게 말해주실 수 있죠?"

 

 

그럼 내 천사야. 말해줄 수 있지. 지옥 길에서, 폭우 아래서, 숨을 멈추고,

 

입술에 진심을 담아 말해줄게. 가느다란 섬광, 그건 바로 동백꽃이야.

 

"동백꽃이라.."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의 빰에 약간의 눈물이 흘렀다.

 

"동백꽃..."

 

그는 잠시 자기만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백꽃. 네 , 바로 그거예요. 동백꽃."

 

그는 나를 다시 쳐다보면서 반복했다.

 

나는 내 빰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장, 오늘 당신이 와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모를 거예요."

 

"아, 정말요? 왜요? "

 

놀란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왜냐고?

 

동백꽃은 운명을 바꿀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난 그들의 짤막한 대화에서 찰나의 싱크로나이즈를 했으니까....

 

 

 

세상의 아름다움에 난 오늘도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나는 작가의 예술찬미적 철학을 신봉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리 될 걸 내가 어찌 아냐고?

 

그건 내자신이 지금까지 우연처럼 발견한 찰나의 감동들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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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 김관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