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에 대한 예의

최재천2008.08.25
조회273

1.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지요.

더구나 911 당시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기도 했었고요.

물론 건물 잔해에서 나온 온갖 오염물질을 들이키는 바람에

지금도 수천명의 소방관이 후유장해에 시달리고 있단 뉴스를 본 적도 있습니다.

그 후속대책이 불비하고 차별적이라서 시위를 하는 일도 있었고요.

 

 

2.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앞으로 군보다는 경찰이 중요하고,

좀 더 안정적인 사회로 되면 경찰보다 소방관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그렇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무려 200여명이 넘는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희생되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소방관들의 불행이 있을 때마다

다른 여느 사고보다 저는 훨씬 슬픈 감정에 젖곤 합니다.

 

 

3.

 

제가 제1정조위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법사'와 '행정자치'가 제 담당이었습니다.

당연히 소방방재청도 제 소관업무가 되어

그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힘을 좀 실어드려야했고, 사기를 좀 올려드려야했습니다.

 

경찰관들에 대한 승진문제가 있었지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말입니다.

그때 소방관들 문제도 있었습니다.

경찰관만 다시 해주자는 이야기가 있었을때

소방관도 당연히 경찰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경찰병원과는 별도로 소방병원을 만들어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강력하게 주장을 했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또 이런저런 현안이 많았는데 소방직이 지방직으로 되어있고,

지자체에서는 예산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치되고,

늘 경찰보다는 무관심 속에서 상대적으로 방치됐고....

 

하여튼 행정적으로는 대단히 열악한 현실이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4.

 

3교대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요?

경찰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집열쇠를 잊어버려도 119를 부릅니다.

강아지가 아파도 119를 부릅니다.

거의 모든 시신은 소방관의 도움을 통해 영안실로 옮겨집니다.

늘 비상대기 상태라서 한시도 마음을 놓지도 못합니다.

 

어느 공무원보다도 더 근무시간이 길고,

더 고생하는데도 예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번 사고도 며칠 지나면 다들 잊을거고,

또 예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책은 나오지 못할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조문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만

다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과 처우에 대한 대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5.

 

맨먼저 '3교대제'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12시간씩 근무합니까?

8시간씩 근무해야죠.

그래도 24시간 근무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휴가도, 가족행사도, 아이들과의 놀이도

2교대제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생활들입니다.

가정생활이 없습니다.

가족생활이 없습니다.

 

 

6.

 

제가 대학시절 즐겨찾던 전대상회라는 라면집이 있습니다.

그집 둘째딸 남편이 소방관이더군요.

얼마전 등산모임 끝나고 내려왔더니

둘째딸이 아이를 데리고 찾아와서 참 반가웠습니다.

 

군대시절 법무부 차량을 운전하던 김기수 병장도 소방관이네요.

며칠전 갑자기 생각나 술 한 잔 하고 들어오며 전화를 했습니다.

늘 건강하고 안전에 신경쓰라고 했습니다.

 

제 카페 회원 중에도 소방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려니 다들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늘 안전하고 시민을 위해 한없이 봉사하는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