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업 _ 김민희

김선미200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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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업

김민희





네 시에는 물고기 한마리 없고,
네 시에는 하얀 망치질 소리도 들리지 않고 파도 꼭대기에서 하루 종일 뚝딱 뚝딱 물고기를 만들어 주던 네가 가버렸으므로 팔월의 돌멩이도 없고 범선 한 척 안 보이고 물 같은 이방인들, 정오에 출발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더 이상 사물들 속에 숨어서 헤엄치지 않는다 절망이 떠나버렸으므로 물고기는 어린 물 속에서 헤엄치지 않고 물고기는 더 이상 사과의 중심도 아니고 중고품 물고기들이 냉랭한 처녀림 속을 누비고 돌아다니지 않을거고 잡히지도 않으면서 오염되지 않는다 네 목소리는 오염되지 않는다 네가 쓴 시 안에서, 비로소 이 텍스트에는



바다 밖에 없다
일찍이 수평선에 눈을 벤 우리의 미래는
금이나 문서처럼 한 번도 빛나지 않았다



창백한 바다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건, 당신들도 알겠지, 시소와 구름 한 점 사과나무 한 그루 없다는 얘기도 착란도 마비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이 시에 물고기가 몇 마리 들어 있습니까?) 너와 내가 다른 어떤 존재이기를 바란 적 있었나? 말하자면 이 문장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돌멩이는 돌멩이가 될 것이다 사과는 사과로 남을 것이다 우주, 물고기와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에고들, 뒤죽박죽 서로 부딪치고 떨어져내린다 너는 물고리를 조금 모았다! 피와 꿈이 가득한 대화들을 이제 너는 물고기가 아닌 밤 바다 속으로 이어진 다른 뭔가를 상상해 내야만 하리라 아니면 더 먼데, 다른 곶(串)에서 돌아오는 추억을 기다리든가 그러니까 이 시는 그만 쓰기로 하자 그럼 순결한 물고기들을 누가 애도하지?
이 목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