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만 삼천 원-

김영선200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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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 삼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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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 삼천 원

 

10년 전,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가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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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급히 올라오는 형주 아내.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가 오늘 못 왔어요.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형주다.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깐.

나 지금,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가 장가간다......철환이 장가간다......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 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왜 사과를 보냈대요.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 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 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곰보빵』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