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직원 희생만 강요하는 공기업 고통분담

배규상200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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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직원 희생만 강요하는 공기업 고통분담

 

 

요란을 떨었던 공기업 개혁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가 그때 그때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배가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대량실업이 예고되는데도 방만 경영을 손본다며 10% 감원을 밀어붙이더니, 일자리가 급해지자 인력 계획에도 없는 청년 인턴을 뽑는다고 법석을 떨었다. 다시 정부는 일자리 고통분담을 내세워 공기업 신규채용 직원의 초임 삭감을 지시했다. 이에 공기업은 초임의 최대 30%를 줄이면서 정작 줄여야 할 임원의 연봉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아래는 대폭 줄이고, 위는 찔끔 흉내만 냈다. 고통은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분배하고, 월급봉투는 하박상후(下薄上厚)로 조정한 꼴이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의 분석자료를 보면 과연 이게 공기업 개혁인지, 이렇게 하는 게 고통분담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국토해양부 산하 20개 공기업은 감원과 초임 삭감을 하면서도 임원 급여는 대부분 그대로 두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경우 2급 이상의 총급여액(605억원)에서 20%를 줄이면 연봉 3000만원짜리 403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고, 인천항만공사에선 2급 이상 간부 총급여의 10%만 줄여도 14명을 감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일자리도 늘리지 못하면서 소득분배도 개선하지 못하는 이상한 셈법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분담은 평시에 혜택을 많이 본 이들이 위기 때 양보하고 고통을 나누는 것이다. 기업들이 호황 때 쌓아둔 사내유보를 풀고, 경영진과 간부들이 십시일반으로 임금을 줄여 고용안정에 동참하는 게 일자리 고통분담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고, 부자의 최고세율은 인상하는 추세다. 그런데 정부는 부자감세로도 모자라 임금 삭감만 닦달하고, 공기업은 얄팍한 신참 월급봉투를 더 얇게 하는 것을 고통분담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건 고통분담이 아니다.

 

 

2009년 2월 25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