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뒷주머니로 줄줄이 새는 복지급여

배규상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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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뒷주머니로 줄줄이 새는 복지급여

 

 

사회의 취약 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예산이 공무원들의 뒷주머니로 줄줄이 새나가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서도 7급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써야 할 세금 10억여원을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지난 2월 서울 양천구의 8급 공무원이 장애인보조금 26억원을 착복한 것에 못지 않은 충격적인 비리다. 이 같은 복지비 횡령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서울 용산구, 경기 안산, 충남 아산, 강원 춘천 등 전국에서 잇따라 적발되었다. 지자체마다 비슷한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복지행정체계에 큰 구멍이 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복지급여를 가로챈 이들 공무원의 작태는 파렴치하기만 하다. 저소득층이 쌀을 사야 할 돈으로 땅을 사고, 장애인이 휠체어 살 돈으로 벤츠를 사서 굴리는가 하면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까지 떼먹은 사례까지 있었다. 어려운 이들에게 가야 할 세금을 도둑질해 개인의 배를 채운 이들의 모습은 공복이 아니라 공적(公敵)에 가깝다. 비리에 대한 분노에 앞서 우리 공직사회가 아직도 이렇게 썩었나 하는 자괴감이 절로 든다.

복지 예산을 ‘눈먼 돈’으로 치부해 떼먹은 것도 문제지만 이를 제때 적발하지 못한 ‘눈먼 감시시스템’은 더 큰 문제다. 해남군은 5년 동안, 양천구청은 3년이 넘도록 해당 공무원이 공금을 착복하는 것을 몰랐다. 이들 두 지자체의 복지급여 횡령사건은 그 수법이 거의 같다. 지급 인원을 부풀리고 인터넷 뱅킹을 악용하여 차명계좌로 빼돌린 것 등이 그렇다. 이는 비슷한 비리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얼마든지 저질러질 수 있으며, 감시체계만 제대로 작동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경제위기로 복지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복지예산은 줄어 사회의 그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복지행정체계 전반을 더욱 촘촘히 조여 그나마 줄어든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2009년 3월 1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