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다

소재현200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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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다

 

- 소재현

 

잠에서 깨어났다.

화장실로 향한다.

내 몸에 있는 모든 찌꺼기를 천천히 비운다.

 

큰 것과 작은 것,

심지어는 콧물과 가래와 땀, 때, 잡념 등 따위

내 몸에 있는 모든 깨끗하지 않은 것들을 비운다.

 

이제 내 몸이 깨끗해진 것 같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확인한다.

역시 확실히 깨끗해졌다. 다행이군.

 

새 옷을 입는다. 향수를 뿌린다. 신발을 신는다.

문 밖으로 나가기 전 또 다시 찬찬히 살핀다. 생각한다.

빠진 것이 없는가? 챙기지 못한 것이 없는가?

 

천천히 문 밖으로 나선다.

문 밖에는 온통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햇살 뿐이다.

나는 다시 나를 채우기 위해 오늘 세상 속으로 나섰다.

 

누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릴 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을 충분히 비워서 채울 수 있는 여백이 아주 많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