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린다

서경환200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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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의 시골 마을 형사 필성(김윤석). 바깥에서는 형사로 이런저런 부탁을 받을 만큼 고개들고 다니는 자존심 강한 남자지만 마누라 앞에서는 기 한번 펴지 못하는 남편이요, 심지어 아이들 마저 걱정시키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힘없는 가장이다. 게다가 운나쁘게 3개월 정직까지 당했으니 이는 집에서 그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 그러던 중 필성은 예산서의 지상과제인 소싸움 대회에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마누라가 힘들게 힘들게 모아놓은 전 재산 300만원을 전액 배팅한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필성이 배팅한 소의 우승. 드디어 필성은 목돈을 가지고 집에서 가장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행복하다. 오죽하면 친구들의 가슴에서 눈물이 났을까...

 

하지만 필성이 돈을 찾기 바로 직전, 친구들에 의해 의문의 검은 남자에게 가방을 빼앗긴 사실을 알게 되고 방금 마주쳤던 그 남자. 필성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그 가방을 찾기 위해 달린다.

 

 

"너 형사 맞냐?"

필성은 가방도 찾지 못하고, 형사로서의 자존심도 모두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기 위해서 남은 방법은 그 놈을 잡는 것 뿐. 필성은 그 놈이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라는 사실을 알리지만, 동료들은 필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낼 뿐이다. 결국 필성의 믿을만한(?) 동창 용배(신정근)의 도움을 빌어 암암리에 송기태 검거 작전에 들어간다.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 2라운드의 시작이다.

 

      

 

"너 꽤 끈질기다..."

매끈한 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춘 송기태는 토끼이다. 반면에 여기저기 삶의 무게에 잔뜩 움츠러든 필성은 거북이. 거북이가 토끼를 잡기 위해선 꾸준함을 넘어 달려야만 한다. 다소 모자란 늑대(검사)이지만 늑대도 잡지 못하는 토끼를 거북이가 잡는 설정 자체가 루즈하거나 극단적일 수 있던 상황들을 희석시키며 유쾌함을 주는 것이 『거북이 달린다』의 특징이다. 추격자의 코믹 버전이라는 말이 들리는 것도 배우 김윤석의 연장선에 있을 테지만 내용으로도 터무니 없지는 않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이 가벼운 영화였지만, 충청도 특유의 구수함을 살린 김윤석과 조연들의 조화는 즐거웠고, 그 동안 『미안하다 사랑한다』,『허브』를 통해서만 알았던 정경호도 잘 생겼다는 걸 빼면 신선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2라운드. 멋져 보이는 토끼보다도 달려야만 했던 거북이에게 정이 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이 달려야만 하는 거북이라서... 영화는 말한다. 거북이는 달려야만 한다. 단 끈질기게 달려야 된다고.

 

[영화 기억하기

탈주범 송기태, 내연녀, 급소찌르기, 오천항(해외도주), 소싸움장 결투, 만화방, 부업(양말), 일일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