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책의 이야기 흐름이나 작가의 사상따위가 어지럽다는 게 아니라, 작가가 쓰려고 한 사회 현실의 배경들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로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고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음을 표현한다. 책의 뒷면에 친절하게 적힌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소설의 배경인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의 소비주의, 허무주의, 냉소주의로 뒤덮힌 사회 주의.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닌 극에 달해가는 청춘들의 문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풍자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짧은 단락이 모여 한 편의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시대의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요즘 사회가 가진 문제들, 그 중에서도 갓 성인이 된 우리들의 병역문제와 취업, 이성문제등을 다루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게 쓰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인 '발테르'는 작가인 '주세페 쿨리키아'와 매우 흡사하다. 대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영향이 있는데(물론 독단적인 내생각이다.) 주세페 역시 그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부모를 둔 발테르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출세와 성공에 목숨을 걷는 아버지의 강요에 도피하듯 군입대를 자청하고 대학에 입학한다. 다만 이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졌을 뿐, 제대 후에 그가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이들의 아들처럼 얼른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오길 바라는 부모님의 강요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신과, 그나마 의지가 되었던 혈육인 이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낯선 사회에 던져진 그의 삶을 더 고달프게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스무 살의 발테르는 쇼윈도를 통해 보이는 점원들을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보듯 하면서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유밖에 가지지 못했다고 표현하며 그들을 '타인'으로 의식하는데, 이야기의 끝에서는 군대를 제대하고 오갈데없는 발테르는 결국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대형서점의 직원으로(그것도 악조건으로 일하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어느 새 쇼윈도 안에 갇혀 아무 것도 보질 못하는 그 자신을 발견한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상태의 고독함도 겪어봤고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도 깨달았고, 자신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위해 겨우 일자리를 구했을 때, 자신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여인을 마주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일 때문에) 그녀를 눈 앞에서 놓치게 한다.
'우리에게 있어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나만의 소설 같지만, 때때로 현실이라는 배경은 우리를 쳇바퀴돌듯이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해 우리의 무력함을 깨닫게 해주는 벽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애쓰려고 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뇌와 고독, 불안감을 그리고 있지만 가볍고 경쾌하며 때로는 신랄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이런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는 거친 현실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자 최선의 도피이기도 하다.
"절룩거리는 내 청춘의 정언명령은 '너무 진지해지지 않기'"
그가 스스로의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오직 그 것 뿐이었다.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주위의 압박이나 스스로 만들어 내는 당위성에서 벗어나기. 원하는 일을 택하고 강요당하지 말고 강요하지도 말 것.
「세상은 돌고 또 돈다.
1980년 대 말, 세상은 정말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길 기다리며 매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대게 같은 길을 걸었다. 목적도 없이. 매일 같은 길, 같은 쇼윈도, 같은 얼굴들. 상점의 점원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구경꾼을 바라보듯 쇼윈도 너머의 사람들을 내다봤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않는 자유밖에 없었다.
(중략)
영수증을 작성하면서 쇼윈도 너머로 사람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곳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도 점원이 된 것이다. 무리에 갇혀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설을 시작하는 문단과 끝을 맺는 문단을 중략을 통해 이은 것이다. 작가는 주인공이 대상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시선을 갖던 상태에서 결국은 몇 년 뒤 스스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대상이 된 것을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 나타내고 있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지금 사회가 보여주는 것들 중 무엇 하나 다른 것이 없다.
「난 별일도 아닌 것에 공포를 느껴왔다. 종종 꾸었던 꿈에서처럼, 내 손으로 직접 감옥의 열쇠를 내던져버리고 난 뒤 감옥 안에 혼자 내팽개쳐질까봐 두려웠다.」-p20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정말 흥미로운 수업은 겨우 두과목밖에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나머니 수업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이 교수의 저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p22
「-목소리 들으니 반갑네. 혹시 뭐 안 좋은 일 있니?
그냥요. 모든 게 다 피곤해요.
-엄살은. 이제 갓 스무 살 넘은 애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난 항상 아웃사이더 같아요.
-네 나이에는 그렇게 느끼는 게 정상이야.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한 달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겠고요. 여자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버지는 날 한시도 그냥 놔두지 않아요.
-그냥 내버려 둬. 좀 냉정해지도록 애써봐. 넌 젊고 감수성도 예민하고 똑똑해. 난 널 믿어.
정말요?
-그럼.
나는 내 자신을 눈곱만큼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모와의 통화 중에서.
「돈이라는 신이 모든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동유럽의 망명 정치가들은 포르노 샵과 수퍼마켓을 찾아 서방으로 왔고, 마침내 엉덩이에 끼울 빌어먹을 도구도 살 자유와 함께 실업자가 될 자유도 얻었다. 어쨌든 이것이 존재 가능한 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다. (중략) 휘발유 가격은 나날이 상승하고, 에이즈로 죽는 사람들, 황량해지는 사람들, 헤로인 중독자, 공공의 부채와 병원 복도의 쥐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점점 더 부유해지는 부자들과 점점 더 가난해지는 가난뱅이들의 간격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축구 우승컵을 가지고 있는 데 걱정할 일이 뭐 있겠는가?」-P104
서늘할 정도로 날카롭지만 이를 유쾌하게 표현한 작가의 풍자에 웃음이 나왔다. 주세페는 사회를 우울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관이 구덩이로 내려갈 때 누군가 기도를 했다. 어머니도 그랬다. 나는 기도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을 벗어나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벽에 머리를 갖다 박고 핀셋으로 이빨을 다 뽑아버리고 내 뇌를 있는 대로 먹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기차를 타고 도시로 돌아왔다.」-P108
이모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고독 때문에, 관습 때문에, 또는 순응하고 싶은 심리나 두려움 때문에 결혼을 한다. 내가 아는 30대들은 거의 모두 별거를 하거나 이혼을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의 눈을 본 뒤 그의 지갑에 몇 장의 신용카드가 있는지 알아내려 애쓴다.」-P118
사랑은 어느 새 화폐로 측정 가능한 구매가능제품으로 변했고, 나를 진심으로 아끼던 이들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무력하다. 무능력과는 다르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원하는 대로 일을 구할 수도, 사랑하는 이를 지킬 방법도 되살릴 수도 없다. 그 사실을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함을 배우는 시기. 그것이 지금 '청춘'이라는 명목하에 놓인 우리들의 처지일 것이다.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그저 즐기라고 우리는 질리도록 듣고 배우고 겪어왔다.
유쾌하고 가볍게 웃고 즐길 것. 이것이 우리를 가두는 현실에 발길질 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다.
빗나간 내인생 : 주세페 쿨리키아
울퉁불퉁하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머릿속에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봤을 때의 느낌이다.
그건 책의 이야기 흐름이나 작가의 사상따위가 어지럽다는 게 아니라, 작가가 쓰려고 한 사회 현실의 배경들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로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고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음을 표현한다. 책의 뒷면에 친절하게 적힌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소설의 배경인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의 소비주의, 허무주의, 냉소주의로 뒤덮힌 사회 주의.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닌 극에 달해가는 청춘들의 문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풍자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짧은 단락이 모여 한 편의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시대의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요즘 사회가 가진 문제들, 그 중에서도 갓 성인이 된 우리들의 병역문제와 취업, 이성문제등을 다루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게 쓰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인 '발테르'는 작가인 '주세페 쿨리키아'와 매우 흡사하다. 대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영향이 있는데(물론 독단적인 내생각이다.) 주세페 역시 그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부모를 둔 발테르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출세와 성공에 목숨을 걷는 아버지의 강요에 도피하듯 군입대를 자청하고 대학에 입학한다. 다만 이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졌을 뿐, 제대 후에 그가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이들의 아들처럼 얼른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오길 바라는 부모님의 강요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신과, 그나마 의지가 되었던 혈육인 이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낯선 사회에 던져진 그의 삶을 더 고달프게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스무 살의 발테르는 쇼윈도를 통해 보이는 점원들을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보듯 하면서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유밖에 가지지 못했다고 표현하며 그들을 '타인'으로 의식하는데, 이야기의 끝에서는 군대를 제대하고 오갈데없는 발테르는 결국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대형서점의 직원으로(그것도 악조건으로 일하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어느 새 쇼윈도 안에 갇혀 아무 것도 보질 못하는 그 자신을 발견한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상태의 고독함도 겪어봤고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도 깨달았고, 자신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위해 겨우 일자리를 구했을 때, 자신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여인을 마주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일 때문에) 그녀를 눈 앞에서 놓치게 한다.
'우리에게 있어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나만의 소설 같지만, 때때로 현실이라는 배경은 우리를 쳇바퀴돌듯이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해 우리의 무력함을 깨닫게 해주는 벽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애쓰려고 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뇌와 고독, 불안감을 그리고 있지만 가볍고 경쾌하며 때로는 신랄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이런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는 거친 현실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자 최선의 도피이기도 하다.
"절룩거리는 내 청춘의 정언명령은 '너무 진지해지지 않기'"
그가 스스로의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오직 그 것 뿐이었다.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주위의 압박이나 스스로 만들어 내는 당위성에서 벗어나기. 원하는 일을 택하고 강요당하지 말고 강요하지도 말 것.
「세상은 돌고 또 돈다.
1980년 대 말, 세상은 정말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길 기다리며 매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대게 같은 길을 걸었다. 목적도 없이. 매일 같은 길, 같은 쇼윈도, 같은 얼굴들. 상점의 점원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구경꾼을 바라보듯 쇼윈도 너머의 사람들을 내다봤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않는 자유밖에 없었다.
(중략)
영수증을 작성하면서 쇼윈도 너머로 사람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곳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도 점원이 된 것이다. 무리에 갇혀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설을 시작하는 문단과 끝을 맺는 문단을 중략을 통해 이은 것이다. 작가는 주인공이 대상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시선을 갖던 상태에서 결국은 몇 년 뒤 스스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대상이 된 것을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 나타내고 있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지금 사회가 보여주는 것들 중 무엇 하나 다른 것이 없다.
「난 별일도 아닌 것에 공포를 느껴왔다. 종종 꾸었던 꿈에서처럼, 내 손으로 직접 감옥의 열쇠를 내던져버리고 난 뒤 감옥 안에 혼자 내팽개쳐질까봐 두려웠다.」-p20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정말 흥미로운 수업은 겨우 두과목밖에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나머니 수업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이 교수의 저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p22
「-목소리 들으니 반갑네. 혹시 뭐 안 좋은 일 있니?
그냥요. 모든 게 다 피곤해요.
-엄살은. 이제 갓 스무 살 넘은 애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난 항상 아웃사이더 같아요.
-네 나이에는 그렇게 느끼는 게 정상이야.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한 달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겠고요. 여자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버지는 날 한시도 그냥 놔두지 않아요.
-그냥 내버려 둬. 좀 냉정해지도록 애써봐. 넌 젊고 감수성도 예민하고 똑똑해. 난 널 믿어.
정말요?
-그럼.
나는 내 자신을 눈곱만큼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모와의 통화 중에서.
「돈이라는 신이 모든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동유럽의 망명 정치가들은 포르노 샵과 수퍼마켓을 찾아 서방으로 왔고, 마침내 엉덩이에 끼울 빌어먹을 도구도 살 자유와 함께 실업자가 될 자유도 얻었다. 어쨌든 이것이 존재 가능한 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다. (중략) 휘발유 가격은 나날이 상승하고, 에이즈로 죽는 사람들, 황량해지는 사람들, 헤로인 중독자, 공공의 부채와 병원 복도의 쥐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점점 더 부유해지는 부자들과 점점 더 가난해지는 가난뱅이들의 간격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축구 우승컵을 가지고 있는 데 걱정할 일이 뭐 있겠는가?」-P104
서늘할 정도로 날카롭지만 이를 유쾌하게 표현한 작가의 풍자에 웃음이 나왔다. 주세페는 사회를 우울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관이 구덩이로 내려갈 때 누군가 기도를 했다. 어머니도 그랬다. 나는 기도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을 벗어나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벽에 머리를 갖다 박고 핀셋으로 이빨을 다 뽑아버리고 내 뇌를 있는 대로 먹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기차를 타고 도시로 돌아왔다.」-P108
이모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고독 때문에, 관습 때문에, 또는 순응하고 싶은 심리나 두려움 때문에 결혼을 한다. 내가 아는 30대들은 거의 모두 별거를 하거나 이혼을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의 눈을 본 뒤 그의 지갑에 몇 장의 신용카드가 있는지 알아내려 애쓴다.」-P118
사랑은 어느 새 화폐로 측정 가능한 구매가능제품으로 변했고, 나를 진심으로 아끼던 이들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무력하다. 무능력과는 다르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원하는 대로 일을 구할 수도, 사랑하는 이를 지킬 방법도 되살릴 수도 없다. 그 사실을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함을 배우는 시기. 그것이 지금 '청춘'이라는 명목하에 놓인 우리들의 처지일 것이다.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그저 즐기라고 우리는 질리도록 듣고 배우고 겪어왔다.
유쾌하고 가볍게 웃고 즐길 것. 이것이 우리를 가두는 현실에 발길질 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다.
그리고 주세페가 한 권의 책으로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