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이야기

빗자루2006.09.03
조회159

푸른바다를 바라 보면서 이 시대의 남자들은 로망을 꿈꾼다.

바다 저편 너머에 있을 새로운 희망을 ....

 

"도련님 무엇을 그리 열심히 보고 계시나요?"

 

중년의 남자이다. 한 50세 정도 되어 보일까?

이 남자는 언제나 나의 곁에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넓은 바다 한 가운데의 적막한  이 순간까지...

미소를 지어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남자는 또 참견을 할테니....

 

"그냥 바다를 보고 있어요. 이렇게 넓은 곳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이잔아요."

 

세상은 변하고 있다. 신대륙의 발견...

그 사건으로 인해 귀족과 왕족의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다.

돈을 지배하기 시작한 상인계급의 성장.....

허울뿐인 귀족계급이었던 나의 아버지는 늘어나는 사치에 재산을 탕진해 가고 있었다.

돈이 필요했던 아버지는 상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 빚은 우리 가문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재산을 모아 장사를 하기로 했다.

그것이 우리가문을 살리기 위한 길임을 나는 믿고 있다.

신대륙 그 곳은 지금부터 나의 희망이 된 것이다.

 

"도련님이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셨을때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어렸을때 부터 장난만 치시던 분이 말입니다."

 

중년의 이 남자는 우리 가문의 집사이다. 어렸을때부터 나를 돌봐주던 사람이다.

오랫동안 귀족가문의 집사를 맡아온 집안이라서 보수적인 면이 많다.

옛날이야기를 즐기며, 미신을 믿는다.

변화를 싫어하며, 말이 많다.

 

"도련님, 도련님은 인어의 전설을 알고 계시나요?"

 

"인어?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어류인 괴물을 말하는 거에요?"

 

또 시작되었다. 집사 할아범의 옛날이야기.

어린시절, 잠들기 전에 듣기에는 꽤 괜찬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허무한 미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괴물이라니요? 인어는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천사랍니다.

뱃사람들의 휴식처이며, 어린아이들의 꿈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인어는 저주를 받은것 같아요. 하필이면 왜 물고기의 꼬리를 달고 태어났을까요? 평생을 바다속을 헤엄치며 조개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야 하고...."

 

"도련님 그런 소리 마세요 저주라니요? 다시는 그런이야기 하지마세요... 착한 도련님에게서 그런..."

 

어느 해안가 마을 바위 위에서 뱃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인어의 이야기.....

하지만 인어가 힘들고 슬플때는 누가 마음을 달래줄것인가?

나는 항상 인어는 불행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인어는 결국 땅위를 걸을 수 없지 않은가?

평생을 바다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정말 불행할 것 같다.

아닌가? 어쩌면 땅위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간들이 더 불행한 걸까?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구속을 받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 불행한 걸까?

 

"저기 주인어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뱃머리로 한 뱃사람이 달려왔다.

 

"선장 무슨일이에요? 표정이 왜 그래요?"

 

사색이 되었다. 나의 배를 책임지고 있는 선장의 얼굴이....

 

"그게 선원들이 괴질에 걸린거 같습니다. 식량도 쥐새끼들이 다 파먹어 먹기 곤란하구요.

아무래도 어느 곳에 정박을 하여 환자를 돌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괴질이 심각하게 퍼져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두달째 바다위에 있었다.

폭풍우에 식량문제도 있었고 선원들 사이에서는 신대륙 항로를 잃어버린것이 아니냐는

불신도 있었다. 잘못하면 선상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선원들이.....엇 선원들이 몰려옵니다. "

 

"이봐 선장 어떻게 할거야? 사람들이 쓰러져 가고 있잔아.

이 길이 신대륙으로 가는 항로가 맞는거야? 어떻게 된거냐구..."

 

"사람들이 쓰러져 가고 있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냐구. 빨리 조치를 치하란 말이야"

 

선원들이 드디어 폭발했다. 그들 손에 들려진 것은 칼, 머스킷총 등 흉기였다.

그들은 이미 우리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적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아마 여기서 나의 희망을 접을지도 모른다.

바다에 나가 장사를 시작하려 결심하고 상인을 찾아가 돈을 빌렸을때가 생각이 났다.

 

- 장사를 하겠다고... 하하하.... 백작가문 도련님이 장사라 그것도 바다로.... 크하하하

이봐 우리 착한 도련님 바다란 곳은 무서운 곳이야 잘못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을수도 있어

바다에 의해서 그리고 사람에 의해서..... -

 

사람에 의해서라고...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난 절실히 느껴졌다.

지금 내 앞의 선원들의 눈빛은 2달전의 그것이 아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감감해졌다. 어떻게 해야할까?

선장이 내 앞에서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내 생각엔 이미 늦어버린거 같다.

집사할아범은 무서워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저택 이외에는 나가보지도 못한 이 늙은 할아범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 폭도들을 처음 봤을테니.....

갑자기 선원들이 무기를 들었다.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불과 한시간전만 해도 적막한 바다였었지만 지금은 .....

 

"인어다....."

 

지평선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뱃머리를 밝게 비추던 이른 아침...

방금전의 폭동가운데서 난 바다위를 솟아오르던 인어의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운 나체를 가진 긴 생머리의 인어....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인어'라고 말해 버렸다.

하지만 난 알지못했다. 내가 인어라고 생각한 그 눈부신자태에....

인간의 두 다리가 보였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것을.....

 

인어이야기 -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