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기전 일 했던 택배회사를 찾아갔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게 별로 없어 보였다.
"물건 하나 보낼게 있는데요?"
"네. 물건이 뭐죠?" 안경을 쓴 사내가 문 밖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필승. 병장 김현 군생활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현이 사내를 보자 큰소리로 신고를 했다.
"필승. 축하한다. 어서와라." 사내가 거수경례를 하며 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고생많았지?" 사내가 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도 여기도 예전이랑 변한게 없네요." 주위를 둘러보며 현이 말했다.
"그렇지. 근데, 원래 어제 제대일 아니었어?"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고향에 다녀오느라 하루가 늦었습니다."
"들어가자. 옷이 이게 뭐냐? 옷 부터 갈아 입어라."
택배회사는 10층 건물에 있었다. 1층에 택배 사무실이 있고 2층이 택배회사 소장님 즉,
사내의 집이었다. 3층부턴 미술학원이며 일반 사무실이 있었다.
건물은 택배회사 소장님 아버지 건물이었고, 현이 우연한 기회에 택배회사에서 유일하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이 2층에 올라와 군에 가기전 살았던 방에 들어왔다. 책상이며 옷장이며 그대로였다.
옷장을 열었다. 누군가 정리를 해 두었는지 가을옷이 옷거리에 걸려 있었다.
이틀동안 입고 있어서 그런지 군복을 벗자 땀냄새가 진동을 했다.
대충 샤워를 하고 일층으로 내려오자 배달나갔던 다른 택배기사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는 얼굴이 없었다.
"형. 고마워요."
"고맙긴. 너 없는 동안 고생한 사람 따로 있어. 올때가 되었는데......" 사내가 벽시계를 보며 말했다.
"배달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어려보이는 택배기사가 들어오며 말했다.
"꼬맹이. 너무 늦었잖아." 사내가 장난끼 썩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따라 사람없는 집이 너무 많아서요."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민철아. 너 아직 여기 있었니?" 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혀어엉" 아직 어려 보이는 택배기사가 목멘 목소리로 현이를 보자 와락 안겼다.
"말도 마라. 이녀석 너 군에가고 지가 그자리 메운다고 어찌나 우겨대던지."
다른 택배기사들이 현이와 민철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민철은 현이 군에가기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벌써 4년전이었다. 현이 택배 업무를 마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사무실로 뛰어들었다.
현이 화들짝 놀라 사무실 안을 둘러 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이 벽에 붙은 스위치를 켜자 책상밑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숨어있었다.
"야. 너 누구냐?" 현이 책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순간 두명의 남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여기로 누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방금 뛰어들어온 남자아이를 찾는 듯 했다.
"아뇨." 현이 책상 밑을 가리면서 말했다.
사내들이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며 남자아이를 찾았다.
"저기요. 저 퇴근해야 하거든요." 현이 형광등 스위치를 끄며 말했다.
"요 쥐방울만한 녀석 어디간거야. 잡히면 아주 박살을 내야지."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주먹을
쥐며 말했다.
"저쪽으로 더 가보자." 다른사내가 사무실을 나서며 말했다.
"분명히 이리로 들어왔는데"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사무실을 나가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현이 늘 하던데로 셔터를 내리고 이층으로 올라왔다. 아직 사내들이 주위를 서성거려서 내려 갈 수
없었다.
뭔가 사정이 있을꺼야. 우선 자초지종부터 들어봐야 했다. 이층으로 올라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사내들이 눈치라도 챌까봐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하필 형님도 오늘따라 제사가 있어 집에 가고
없었고 매일 같이 지내던 다른 택배기사들도 모두 외출상태였다.
현이 밖을 살필려고 나오다 조금전 인상이 험악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가시우."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겁을 주려는듯 말했다.
"담배사러 갑니다. 근데 찾는 사람이 뭘 잘못했길래......" 현이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알꺼 없소." 다른 사내가 길 건너편에서 부르자 걸어가며 말했다.
현이 슈퍼에 가기 위해선 길을 건너야 했기에 자연스레 사내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생들이었다. 사무실로 숨어든 학생도 같은 나이였다. 소위 물주로 통하는 아이였고
오늘 상납금을 갖고 오지 않아 학원앞에서 기다리다 끌고 가던차에 도망친 듯 했다.
김씨 아저씨가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남학생들도 슈퍼에 따라 들어왔다.
"던힐 두갑 주세요." 남학생이 만원짜리를 내며 말했다.
"현이는 오늘 독서실 안갔어?" 김씨 아저씨가 거스름돈을 남학생들에게 주며 말했다.
"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라서 하루 쉬려고요." 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웬일이야. 하루도 안 빠지더니...." 김씨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차시며 뉴스를 봤다.
현이 음료수를 사서 나오자 아직 남학생들이 슈퍼 앞에 있었다.
"담배 산다더니......" 인상이 험악한 남학생이 추궁하듯 물었다.
"하나 주까?" 다른 남학생이 담배를 현에게 권하며 물었다.
"됐습니다. 어제부터 담배 끈을걸 깜박했습니다." 마음속에서 끌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말했다.
현이 집으로 돌아온뒤 주변을 서성이던 남학생들이 보이지 않자 현이 일층으로 내려왔다.
조심스레 셔터를 올렸다. 형광등을 켜려다 혹시하는 마음에 책상밑을 보았다.
피곤했던지, 아님 안도감에 학생이 잠들어있었다. 현이 깨울까하다 들쳐 업고서 이층으로 올라왔다.
다음날 그 학생이 자퇴를 하고서 현을 찾아왔다. 바로 민철이었다.
민철의 부모님이 타학교로 전학을 보내려고 했으나 민철은 거부했었다.
벌써 고등학교 들어와서 네번의 전학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불량학생들이 민철을 따라다니며
괴롭혔었다.
고3이었던 민철이 택한건 자퇴였고, 당분간 학교도 집도 불안해 했었다.
민철부모님이 현을 찾아와 사례를 한다고 했지만 현은 사양을 했었다.
그리고 그날이후 민철은 현과 함께 생활을 했고 현이 군입대이후에도 줄곧 여기에서 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이 출사를 다녀온뒤 바쁜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단풍이 물든 가을 캠퍼스를 커피향 맡으며 창문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축제와 졸업작품전으로 캠퍼스엔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지은도 졸업작품전에 현을 찍은 사진과 노을의 사진을 조금 다듬어 걸어 두었다.
출사를 다녀와서 컴퓨터에 있는 현의 사진을 지운것을 후회했었다.
다행히도 조교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현의 사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잊을려고 몸부림치지 않으려했다. 서서히 시간이 흘러가면 잊혀질 수 밖에 없었다.
이십대에 들어와 첫사랑을 억지로 잊고 싶진 않았기에......
"뭐해? 전시장에 안가봐?" 담당교수였다.
"네. 후배들 있어서요." 지은이 창문을 바라보다 뒤돌아서며 말했다.
"커피향 좋은데." 담당교수가 원탁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은이 커피를 탄다. 프림이 녹아내리는걸 보니 마음이 한층 가라 앉았다.
"사진 반응이 좋던데." 담당교수가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말했다.
지은이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 군인 동생? 아님 후배?" 담당교수가 궁금한듯 물었다.
"아뇨." 지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인상이 좋더라구." 담당교수가 어느새 커피잔을 비우며 말했다.
"가실려구요?" 담당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은이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아참. 이번주 토요일 약속 잊지마." 담당교수가 지은의 다짐을 받아두려는듯 말했다.
"네." 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난번 출사를 가면서 담당교수와의 약속이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미뤄왔었는데
담당교수의 사촌동생과의 맞선을 지은이 허락을 했던것이다.
아마도 현과의 재회를 하지못한 홧김에 수락을 했지만 후회 같은건 없었다.
지금당장 현을 만난다 하더라도 현이 지은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기에
더이상 피해가지 않으려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부모님도 지은을 가만히 두지 않으셨다. 늦어도 내년 가을엔 결혼을 시키겠노라
호언장담을 한터라 더 이상 거역할 수 있는 이유도 변명도 없었다.
당분간 주말엔 어김없이 맞선을 봐야 할테고 그러면서 현도 지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었다.
현이 다시 택배업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현 대신에 자리를 지켜준 민철이 택배일을 그만두었다.
생각 할수록 기특했다. 비록 현과 두살차이밖에 나진 않지만 민철은 늘 입버릇처럼 현을 존경한다고
했었다.
현이 군에간뒤 민철이 현보다 삼학번 후배로 현이 다니는 학과에 합격을 했고 현이 제대하고 민철과
재회한 삼일뒤에 민철이 군대에 갔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항상 그래왔던것처럼 택배업무가 끝나고 복학준비로 독서실을 찾았다.
한주뒤에 어떤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못하면서......
사진(#4)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김현은 계획을 머리속으로 그렸다.
군대가기전 일 했던 택배회사를 찾아갔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게 별로 없어 보였다. "물건 하나 보낼게 있는데요?" "네. 물건이 뭐죠?" 안경을 쓴 사내가 문 밖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필승. 병장 김현 군생활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현이 사내를 보자 큰소리로 신고를 했다. "필승. 축하한다. 어서와라." 사내가 거수경례를 하며 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고생많았지?" 사내가 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도 여기도 예전이랑 변한게 없네요." 주위를 둘러보며 현이 말했다. "그렇지. 근데, 원래 어제 제대일 아니었어?"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고향에 다녀오느라 하루가 늦었습니다." "들어가자. 옷이 이게 뭐냐? 옷 부터 갈아 입어라." 택배회사는 10층 건물에 있었다. 1층에 택배 사무실이 있고 2층이 택배회사 소장님 즉, 사내의 집이었다. 3층부턴 미술학원이며 일반 사무실이 있었다. 건물은 택배회사 소장님 아버지 건물이었고, 현이 우연한 기회에 택배회사에서 유일하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이 2층에 올라와 군에 가기전 살았던 방에 들어왔다. 책상이며 옷장이며 그대로였다. 옷장을 열었다. 누군가 정리를 해 두었는지 가을옷이 옷거리에 걸려 있었다. 이틀동안 입고 있어서 그런지 군복을 벗자 땀냄새가 진동을 했다. 대충 샤워를 하고 일층으로 내려오자 배달나갔던 다른 택배기사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는 얼굴이 없었다. "형. 고마워요." "고맙긴. 너 없는 동안 고생한 사람 따로 있어. 올때가 되었는데......" 사내가 벽시계를 보며 말했다. "배달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어려보이는 택배기사가 들어오며 말했다. "꼬맹이. 너무 늦었잖아." 사내가 장난끼 썩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따라 사람없는 집이 너무 많아서요."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민철아. 너 아직 여기 있었니?" 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혀어엉" 아직 어려 보이는 택배기사가 목멘 목소리로 현이를 보자 와락 안겼다. "말도 마라. 이녀석 너 군에가고 지가 그자리 메운다고 어찌나 우겨대던지." 다른 택배기사들이 현이와 민철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민철은 현이 군에가기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벌써 4년전이었다. 현이 택배 업무를 마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사무실로 뛰어들었다. 현이 화들짝 놀라 사무실 안을 둘러 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이 벽에 붙은 스위치를 켜자 책상밑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숨어있었다. "야. 너 누구냐?" 현이 책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순간 두명의 남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여기로 누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방금 뛰어들어온 남자아이를 찾는 듯 했다. "아뇨." 현이 책상 밑을 가리면서 말했다. 사내들이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며 남자아이를 찾았다. "저기요. 저 퇴근해야 하거든요." 현이 형광등 스위치를 끄며 말했다. "요 쥐방울만한 녀석 어디간거야. 잡히면 아주 박살을 내야지."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주먹을 쥐며 말했다. "저쪽으로 더 가보자." 다른사내가 사무실을 나서며 말했다. "분명히 이리로 들어왔는데"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사무실을 나가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현이 늘 하던데로 셔터를 내리고 이층으로 올라왔다. 아직 사내들이 주위를 서성거려서 내려 갈 수 없었다. 뭔가 사정이 있을꺼야. 우선 자초지종부터 들어봐야 했다. 이층으로 올라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사내들이 눈치라도 챌까봐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하필 형님도 오늘따라 제사가 있어 집에 가고 없었고 매일 같이 지내던 다른 택배기사들도 모두 외출상태였다. 현이 밖을 살필려고 나오다 조금전 인상이 험악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가시우."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겁을 주려는듯 말했다. "담배사러 갑니다. 근데 찾는 사람이 뭘 잘못했길래......" 현이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알꺼 없소." 다른 사내가 길 건너편에서 부르자 걸어가며 말했다. 현이 슈퍼에 가기 위해선 길을 건너야 했기에 자연스레 사내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생들이었다. 사무실로 숨어든 학생도 같은 나이였다. 소위 물주로 통하는 아이였고 오늘 상납금을 갖고 오지 않아 학원앞에서 기다리다 끌고 가던차에 도망친 듯 했다. 김씨 아저씨가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남학생들도 슈퍼에 따라 들어왔다. "던힐 두갑 주세요." 남학생이 만원짜리를 내며 말했다. "현이는 오늘 독서실 안갔어?" 김씨 아저씨가 거스름돈을 남학생들에게 주며 말했다. "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라서 하루 쉬려고요." 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웬일이야. 하루도 안 빠지더니...." 김씨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차시며 뉴스를 봤다. 현이 음료수를 사서 나오자 아직 남학생들이 슈퍼 앞에 있었다. "담배 산다더니......" 인상이 험악한 남학생이 추궁하듯 물었다. "하나 주까?" 다른 남학생이 담배를 현에게 권하며 물었다. "됐습니다. 어제부터 담배 끈을걸 깜박했습니다." 마음속에서 끌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말했다. 현이 집으로 돌아온뒤 주변을 서성이던 남학생들이 보이지 않자 현이 일층으로 내려왔다. 조심스레 셔터를 올렸다. 형광등을 켜려다 혹시하는 마음에 책상밑을 보았다. 피곤했던지, 아님 안도감에 학생이 잠들어있었다. 현이 깨울까하다 들쳐 업고서 이층으로 올라왔다. 다음날 그 학생이 자퇴를 하고서 현을 찾아왔다. 바로 민철이었다. 민철의 부모님이 타학교로 전학을 보내려고 했으나 민철은 거부했었다. 벌써 고등학교 들어와서 네번의 전학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불량학생들이 민철을 따라다니며 괴롭혔었다. 고3이었던 민철이 택한건 자퇴였고, 당분간 학교도 집도 불안해 했었다. 민철부모님이 현을 찾아와 사례를 한다고 했지만 현은 사양을 했었다. 그리고 그날이후 민철은 현과 함께 생활을 했고 현이 군입대이후에도 줄곧 여기에서 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이 출사를 다녀온뒤 바쁜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단풍이 물든 가을 캠퍼스를 커피향 맡으며 창문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축제와 졸업작품전으로 캠퍼스엔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지은도 졸업작품전에 현을 찍은 사진과 노을의 사진을 조금 다듬어 걸어 두었다. 출사를 다녀와서 컴퓨터에 있는 현의 사진을 지운것을 후회했었다. 다행히도 조교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현의 사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잊을려고 몸부림치지 않으려했다. 서서히 시간이 흘러가면 잊혀질 수 밖에 없었다. 이십대에 들어와 첫사랑을 억지로 잊고 싶진 않았기에...... "뭐해? 전시장에 안가봐?" 담당교수였다. "네. 후배들 있어서요." 지은이 창문을 바라보다 뒤돌아서며 말했다. "커피향 좋은데." 담당교수가 원탁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은이 커피를 탄다. 프림이 녹아내리는걸 보니 마음이 한층 가라 앉았다. "사진 반응이 좋던데." 담당교수가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말했다. 지은이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 군인 동생? 아님 후배?" 담당교수가 궁금한듯 물었다. "아뇨." 지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인상이 좋더라구." 담당교수가 어느새 커피잔을 비우며 말했다. "가실려구요?" 담당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은이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아참. 이번주 토요일 약속 잊지마." 담당교수가 지은의 다짐을 받아두려는듯 말했다. "네." 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난번 출사를 가면서 담당교수와의 약속이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미뤄왔었는데 담당교수의 사촌동생과의 맞선을 지은이 허락을 했던것이다. 아마도 현과의 재회를 하지못한 홧김에 수락을 했지만 후회 같은건 없었다. 지금당장 현을 만난다 하더라도 현이 지은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기에 더이상 피해가지 않으려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부모님도 지은을 가만히 두지 않으셨다. 늦어도 내년 가을엔 결혼을 시키겠노라 호언장담을 한터라 더 이상 거역할 수 있는 이유도 변명도 없었다. 당분간 주말엔 어김없이 맞선을 봐야 할테고 그러면서 현도 지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었다. 현이 다시 택배업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현 대신에 자리를 지켜준 민철이 택배일을 그만두었다. 생각 할수록 기특했다. 비록 현과 두살차이밖에 나진 않지만 민철은 늘 입버릇처럼 현을 존경한다고 했었다. 현이 군에간뒤 민철이 현보다 삼학번 후배로 현이 다니는 학과에 합격을 했고 현이 제대하고 민철과 재회한 삼일뒤에 민철이 군대에 갔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항상 그래왔던것처럼 택배업무가 끝나고 복학준비로 독서실을 찾았다. 한주뒤에 어떤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