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고 싶었던 오늘

손명주200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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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든 날입니다.

이래저래 이런날들이 잦아지는걸 알지만 오늘은 극에 달해 종일을 당혹스런 몸짓으로 서성였습니다.

아라크전을 신난듯이 방영하는 TV를 켜 놓은채로, 죽은 듯이 자고 났더니 오후가 되어버립니다.

많이 긴장했었나 봅니다.요즈음.

미용실에 갔습니다.

드라이어의 소음과 미장원에나 어울리는 수다들, 소음을 감수하며 파마를 했습니다.

꼬불꼬불한 머리카락만큼이나 꼬인맘을 떠올리며 피식~ 웃고있는 얼굴이 거울앞에 낯설게 서있네요.

한술 더떠서 미용사가 말합니다.

"언니, 얼굴이 왜그렇게 상했어요?"

왜그리 늙었냐는 것 같아 상한얼굴만큼이나 상한 맘을 감추느라 또다시 힘이 듭니다.

어제 잠시 놀러왔던 눈치 없는 친구는 동창 몇명이랑 몰려와 저녁식사 하자며 호들갑스럽게 핸드폰을 때립니다.

정말 대책없이 편한 저친구가 차라리 부럽기도 합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차가움으로, 잠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정말이지 못된 여자입니다.난.

사실 집에 들어와도 할일이 없습니다.

숨막히게 정돈된 집안에 다시금 청소기를 밀고 있습니다.

빵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며..

이제 조금있으면 인어아가씨가 잠시 나와 놀아 줄테지요.

그때 울리는 남편의 호출.

회식이 있다던 남편이지만 혼자 있을 날 위해, 감격스럽게도 배려하듯 데리러 오라네요.

이미 정돈된 머리에 적당히 남편이 좋아할 옷차림으로 늘 듣는 음악을 따라 부르며 남편앞에 차를 세웁니다.

그동안 비가 오시고 있었네요.

차문을 열고 .. 난 또 속이 상하고 맙니다.

남편의 입에서 좀은 소화된 술과 음식 냄새가 슬프게합니다.

 아~ 이 변덕.

날 생각하듯 맥주 한잔하자는 말을 아무 내색도 않은채, 경비실앞에 차를 세웁니다.

이런 나를 너무 잘아는 남편은 말없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집에 들어와 얌전히 양말을 세탁기 안에까지 던져 놓는 수고를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는 너무 많고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그게 문제일까요?

혼자 맥주를 마시겠다고 작정을 하지만, 채 한캔도 마시지 못한채로 씽크대에 부어 버렸습니다.

정확히 두달 스무날전에 알게된 이코너가 제겐 좋은 친구라서 다행입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차근차근 이런 변덕스런 맘을 삭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젠 선수가 된것입니다.

내일 아침.

아무렇지도 않은듯,

붕붕 거리며 매일  갈아주는 마즙을, 좀은 호들갑스럽게 내어주며

남편을 배웅하는 여우같은 자신이 그려집니다.

밖에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