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없던 경비 아저씨.. 사과 받아 냈슴돠!!!!

한성깔아줌마2007.04.15
조회1,849

저는 아파트 20평대에 사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신혼이고 아직 아기는 없지요...

둘 다 맞벌이를 하는 터라, 주말에는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도 늘 그렇듯이 남편과 함께 외출을 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동네 근처에서 밥만 먹고 들어올거라, 집에 핸드폰이랑 열쇠를 두고 나왔지만 신경쓰지 않았죠.

남편이랑 같이 나갔다 들어오는 거니까, 요앞에 밥만 먹고 올 건데 하고 그냥 나온 거지요...

 

그런데 저녁을 먹고 들어 오는 길에 남편이 도서 대여점에서 빌린 책을 반납해야 되는데, 집에 두고 나왔다는 겁니다. 차를 주차하고 있을 테니, 저보고 집에 가서 그 책 2권을 갖고 나오라 하더이다..

그래서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알았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앞으로 갔지요..

그런데 아.뿔.사.

집 현관문 앞에 와서야 제가 열쇠랑 핸펀이랑 집안에 두고 나왔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열쇠가 없어도 핸펀이라도 있었으면 남편한테 올라오라고 했을텐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주차장으로 가자니 어디에 주차했는지도 모르고

길이 엇갈릴지도 몰라 고민하는 중에 문득 경비실이 생각이 났습니다...

 

경비실이 하는 일이 아파트 주민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곳 아닙니까.

경비실을 생각해낸 내 자신에게 탄복하며 얼른 뛰어갔더랬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경비실의자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계시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아파트 몇 호에 사는지까지 얘기했습니다.

경비실에 일반 전화는 없는지라, 아저씨 개인 핸드폰 밖에 없는 거 같더군요.

핸드폰 좀 잠깐 빌려달라 하는데, 아저씨 표정이 이 때부터 심상치가 않은 겁니다..

 

절 요렇게 위 아래로 잠깐 훑어 보는데, 제 옷차림이 그렇게 잘 차려 입은 건 아니었습니다.

아니 뭐 기념일도 아니고, 그냥 밖에 밥 먹고 오는데 아줌마 차림이 다 거기서 거기죠.

제가 무슨 물건 팔러 온 사람도 아니고, 구걸하러 온 사람도 아닌데....표정이 참 가관이었습니다.

 

그 때 부터 제 기분도 드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입을 뗄 수가 없어 잠시 주춤하는데

아저씨가 고개를 가로로 싹~싹 젓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안된다구요?" 했더니 경비아저씨 "안돼요!!" 합니다...

제가 너무 어이없어서 "왜요?" 했더니 그 양반 왈 "내 번호가 찍히니까 안 돼요" 합니다...

 

아니 지 번호 우리가 알아서 뭐에다 쓴다고, 글구 '나 경비실에 있다' 잠깐 얘기하고 끊을 거

10초면 되는 구만... 천원이 들어 만원이 들어... 그 생각에 울그락푸르락 하는데

아저씨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는지 제 쪽은 눈길도 안 주고 TV만 보데요

그래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허!' 이러구 나오는데 아저씨 문을 꼭!!! 아주 꼭!!!! 닫으시더군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녁 먹고 들어와 캄캄해서 바람도 쬐끔 불었거든요

차 끌고 나갔다 오는거라 옷도 티셔츠만 입고 나갔는데 잠바라도 걸치고 나올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5분 서있었을까..

남편이 보이더군요.. 저를 보더니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갑자기 서러움이 울컥 솟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죠

경비실 바로 앞에 시위하듯 서있던 터라, 제가 목소리도 커서 제 말 다 들렸을거에요.

 

"열쇠가 없어서 계속 기다렸잖아! 엉엉~~ 경비아저씨가 핸드폰도 안 빌려주고... 엉엉~~

 나 이거 그냥 안 넘어 갈거야... 가만 안 있을 거야 엉엉~~ 관리사무소에 가서 따질거야 엉엉~~"

경비실 쪽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들으란 듯이 말했습니다...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TV만 쳐다보고 있더군요..

 

같이 집에 올라가 책도 가져오고, 저는 잠바를 걸치고 내려오는데

남편도 저에게 사정 얘기를 듣고 좀 화가 난 모양이었습니다.

단순히 자기 마누라여서가 아니라, 만약 어린아이가 저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에게 연락해야 한다면

그 아저씨가 저에게 하듯 그런다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구요...

더군다나 지나가는 아파트 주민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사람이 인정머리가 없네 하고 말일이지만

경비 아저씨는 아파트 주민의 편의를 생각하는 게 그 사람 업무잖아요...

 

암튼 저와 남편은 화가 나서 관리사무소로 갔습니다. 가면서 경비실을 지나면서 일부러 들으라는 듯

"관리사무소 24시간 개방이지? 가서 따질거야 ... 두고봐!!" 이러면서 지나갔네요..

아............나의 유치함이여.................

 

관리사무소에 갔더니 소장이 있더군요...

자초지정을 설명하는데 서러움이 밀려왔는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막 뭐라고 따졌습니다.  

왜 내가 그런 모멸감을 당하며,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왜 나를 거지취급하나며 막 울었습니다.  경비실에서 하는 일이 TV나 보고 있는 거냐며

그 사람 월급이 내가 다달이 내는 관리비에서 나가는데, 내가 핸드폰 잠깐 빌려달라고 할 권리가

없냐고, 그게 그렇게 사람 우습게 볼 일이냐며 말하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더군요...

나는 사과를 꼭 받아야겠다고... 나도 내 부모님뻘 되는 분한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내 부모님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상대방한테 핸드폰을 빌려 주셨을 거라고...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고... 어린애나 다른 급한 사람한테 또 그러면 어떡하냐고....

 

관리사무소 소장이 난감해하면서 알았다고 알아보겠다고 하더군요.

사과를 드리라고 전하겠다며 저보고 아파트로 돌아가 있으라 하더군요..

한바탕 쏟아 부었더니 속이 후련해져서, 남편이랑 책을 반납하고 돌아오는데 그 경비아저씨가

관리사무소로 가고 있는 길에 마주쳤습니다.

 

길 한복판에서 우리는 올라가는 방향, 그 사람은 내려오는 방향

서로 엇갈리면서 싹 스쳐가는데 저희 얼굴을 쓱 보면서 고개도 안 숙이고

똑바로 응시하면서 지나가더군요...

바로 옆을 스쳐갈 때 들으라는 듯 "쳇!~~~" 큰소리로 말했죠

남편이 봤는데 관리사무소 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우리를 계속 쳐다보면서 가더랍니다..

 

그러면 어쩔건데?! 흥!!...

속으로 코웃음 치고 집으로 돌아와 있는데 남편이 15분 쯤 후 경비실에 한 번 가보겠다며 나가더군요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하고 오겠다나...

 

갔다 오더니 남편이 하는 말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더랍니다.

그러는 순간 인터폰이 울려서 받으니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경비아저씨가 곧 사과하러 갈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보아하니 관리사무소에서는 사과하라고 하지, 딸 뻘 되는 어린 것 한테 사과하자니 존심이 상하지

해서 경비실에서 그런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모양이더라구요...

 

남편이 하는 말이, 그래도 어른이니까 혹시 사과하러 오시면 너도 같이 죄송하다고 하라 하더군요

아까는 감정이 격해서 이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경비실에 가서 보고 오니까 안됐다구요.

저도 남편 말에 동의했습니다... 양가 어른들 다 살아 계시고, 우리 부모님들을 봐서라도 어른인데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그 순간은 너무 분해서 다른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잠시 후 벨이 울리고 나가보니 경비 아저씨랑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같이 오셨더군요

주름이 쭈글쭈글하신 경비아저씨가 "사모님 죄송합니다" 하는데 마음이 짜~안한게 에휴.......

저도 같이 고개 숙이면서 "죄송해요... 그래도 아저씨가 어른인데, 제가 너무 서러웠었나봐요" 하니

 

경비아저씨 왈... 경비를 하다보면 별 이상한 사람들을 다 겪는데, 얼마 전에 정신이 이상한 아줌마가 들어와 앞뒤가 안맞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면서 난리를 쳤다는 거에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니까 주민인 줄 알았는데 이상한 소리만 해대고 정신이 이상해서 내보냈는데 그 다음부턴 아줌마 혼자 갑자기 불쑥 들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경직되서 진저리를 친다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정말 잘못했다고, 용서하시라고 하는데..... 저도 정말 죄송하다고, 사정은 몰랐다고

서로 사과하고 경비아저씨도 홀가분하고, 저도 홀가분하고 그렇게 좋게 좋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잘 마무리 됐고, 그 아저씨에 대한 나쁜 감정도 하나도 없지만

나름대로 억울했던 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은 경비 아저씨한테 비슷한 경험 없나여???  어이 없던 경비 아저씨.. 사과 받아 냈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