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이올렛200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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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나가면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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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

신호대기중의 짧은 순간속에 흘끔 훔쳐본 룸미러속에서... 지금은 또 무슨 생각에 잠겨 저렇게 깊은 눈길을 창밖으로 멀리 보내고 있는걸까?

어쩌다... 아주 가끔씩 만나는 남편의 그런 얼굴에서는... 왠지모를 서늘함이 오래도록 내 가슴을 아직도 복잡한 느낌으로 스치게 만든다.

마음에 담긴 그리움을 실어보내는 그윽하리만큼의 깊은 눈길이주는 느낌을... 이미 예전에 나는... 남편의 가슴을 밟고지나간 한자락 흐릿해져가는 추억 하나로도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도대체 저 이가 알고나 있는 것일까?

넉넉한 얼굴로 찾아드는 어둠이 내리면... 오염된 바다와 빡빡한 시장통의 오가는 욕설까지 모조리 가리워지는 자갈치 노천카페(?)의 설렁한 낮풍경을 마주보면서... 우리 부부... 말없이 앉아 진한 커피향기 먼 바다로 날려보내며 그렇게... 오늘은 너무 오랜만의 따뜻한 외출을 함께 했다.

 

 

 

사람들속에 섞여 사느라 제 몫의 역활도 제대로 못하는 게으른 비둘기를 쫒아다니는 딸아이의 높아가는 웃음소리도 사랑스러웠지만... 그보다는 아찔한 현깃증을 쏟아낼만큼의 비린내 가득한 자갈치의 사람사는 냄새와 생기있는 그 풍경이 나에게는 늘 마음을 떠도는 한움큼의 그리움이서 더 좋았다.

젊은날의 풋풋한 기억이 그대로 묻어나는 복잡한 시장통을 손 꼭잡고 이리저리 헤집고다니며... 그 옛날의 잊혀진 약속도 가끔은 생각을 해냈고... 아직도 곳곳에 걸려있는 추억들을 만날때면 엉켜진 실타래 풀리듯이... 우리 부부...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마음으로는 그 옛날의 추억으로 자꾸만 가까워지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함께함에 더없이 고마운 하루를 보낼수가 있었다.

 

 

 

자갈치 선착장을 떠나 영도 앞바다로... 오륙도까지를 한바퀴 돌고오는 작은 보트에 사랑스런 가족을 몇 쌍의 연인들 사이에 끼워서 잠시 떠나보냈다.

기다림을 묶어 갑자기 한가해진 30여분을 내내... 나는 그동안에 나만의 가슴속에 깊숙히 담아놓았던 아직도 의문부호가 가득달린 가슴앓이 하나를 꺼내어 눈앞의 그 먼 바다로... 멀어지는 남편의 뒷모습을 따라 흐르는 물결로 조용 조용히... 그제서야 영원히 나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눈물의 작별식을 홀로 쓸쓸히 치루어내었다.

이제는 기억속에서라도 까마득히 멀어져... 우리의 남은 날들앞에 하얗게 빈 공간으로 아름답게 바래어가기만을 가만히 빌어보면서...

 

 

 

참으로 이상하게도 아내의 자리에 앉아있다보면 특유의 '육감'이란 것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유난히 예민해지는 것을 한번씩은 느낄수가 있다.

무심히 돌아눕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읽어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서늘한 기운과 느낌이 굳이 아니더라도...

웬지 생명을 다한 나뭇잎에서 볼 수 있는 물기없이 서걱거리는  그런 건조함이랄까?

완전히 눈에 드러나지는 않는 그 무언가에서 진하게 만져지는 아주 가끔씩의 까닭모를 낯설음...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그 날은 분명 그런 느낌으로 종일을 채우는 나의 기분이 정말 묘했었다.

여늬때와 다름이 없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안부인사에서 묻어나오던 그 날의 전화였건만... 돌아서는 뒷꼭지까지 따라오는 까닭을 모를 서늘함이... 그날따라 왠일인지 무서우리만큼 진하게 달려들었던 기억이 나에게는 아직도 어제의 일만 같다.

건네준 수화기를 받고 돌아서는 남편의 눈빛에서 흐르던 찰나적인 당혹감은 그렇다치고라도...

꼭 불편한 분위기 벗어나려 일부러 만들어내는듯한 남편의 예전에 없던 높은 웃음소리까지가... 그 날은 사소한 그런 작은 것들에게서도 왜 그다지 전에없던 예민함이 내 몸에 잠자고있던 육감의 촉수를 건들이며 온 몸으로 깊숙히 잠기어들기만 하였던지...

 

 

 

철이아닌 여름감기를 호되게 앓고난 헬쓱한 그런 얼굴을 감추며 그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남편의 마음을 지나는... 내가아닌 다른 흔들리는 풍경의 한 점 그림을 담은... 낭만에 잠겨사는 남편의 행복한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그저 쓸쓸히 외로움 견뎌내며 그 때를 그렇게 살아내었다.

 

 

 

부부라는...

드러내는 아프고 귀찮은 그런 표현 굳이 쓰지않아도 그저 느낌으로도 한 눈에 상대의 깊은 마음까지가 왠지 눈에 보이고 ... 손에까지 만져지는 사이...

괜시리 여자동창들과의 남다른 끈끈한 우정을 재미섞어 트집잡으며 투정부리던 그런 날들의 잔잔함과는 다른... 그녀에게서만은 유독 내 맘을 휘돌던 서늘함으로 늘 조금의 긴장을 감출수 없던 그 시절...

결혼을 한 남자의 얼굴에서도 저런 얼굴을 만날수 있구나 싶게... 이따금씩 훔쳐보는 남편의 모습에서는 낭만에 잠겨사는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나오는게 고스란히 눈에 보였다.

내 남편을 알고있는 만큼이나 늘 애정어린 눈길과 미소 아끼지 않으며 그녀에게 내 맘 보이며 살았던,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 한자락을 그녀를 향해 진실로 믿어보았기에...

그 때...

영혼마저 마음을 떠나 허공을 떠돌던 아프고 시린마음 달래가면서도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남편의 그 낭만을 향해... 끝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끝까지 무심히 넘기는 척... 나는 남편의 짧은 방황을 혼자서 지켜보며 그 시절을 그렇게 착하게(?) 살아내었었다.

 

 

 

무심한 것은 절대로 아닌대도 나는 집을 나서는 남편의 바깥의 생활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이야기 외에는 지금까지 정말이지 한번도 정색을하며 물어본 적이 없다.

가끔씩 남편이 술에 취한 날...

오히려 그 남자는 관심이 아니라며 내게 서운함을 토로해올 만큼이나...

그렇지만 그 남자가 알고있기나 할까?

아내라는 자리에앉은 이름의 여자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도... 늘 예민한 육감의 촉수는 항상 곧추설 준비를 마음에 항상 담아 함께 살고있음을...

 

 

 

한 계절을 훌쩍 넘긴 어느날...

소문으로 묻어오던 그녀의 결혼식날...

술에 잔뜩 취한 전에없이 망가진 그런 모습으로... 처음으로 내게 쏟아진 남편의 넋두리속에는... 눈물이 함께 담긴 미안함이 그 밤을 하얗게 새우도록 끝없이 이어져갔다.

오늘까지도 내 입으로는 꿈에라도 물어본 기억이 없는 그 이야기지만 그래도...

'미안하데이~~' 만을 연거푸 외치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던 남편의 그 말 한마디는... 티끌없는 진실로 지금까지도 내 남편의 조금 길었던 그런 외출로 추억하며 나는 남편에게는 늘 그때의 내맘을 감추며 산다.

 

 

 

딱히 어떤 자존심만은 아니었을텐데도...

어찌보면 그녀에 대한 나의 깊은 신뢰가 더 큰 그런 이유가 되었으리라.

목구멍 끝까지 차고올라오는 감정의 마지노선을 꿀꺽 삼키며 지샜던 수많은 불면의 고통스런 날들속에서도... 하늘에 맹세코 나는 그들의 알 수 없는 색깔을... 내가 들어서 더 흐려놓는 그런 오류는 범하지 않기위해 참으로 많은 가슴앓이를 참으며 그 시간만큼 그렇게 야위어가야 했다.

 

 

 

이따금은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유난히 두둑한 배짱과 한없이 포근한 큰 가슴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그 그리운 어머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며 내게 남겨놓고 가신 꼭 하나의 장점을 구태여 꼽으라고 한다면...

늘 바깥으로 겉도는 어려운 시절의 울 아버지 단단히 품에 안아가면서, 그래도 그 허물 한번도 남들에게 내놓지 않던 어머님의 고단했지만 너그러움이 있던 그 삶의 향기를... 조금은 이렇게라도 내게도 남겨주시고 가신... 그런 까닭이라고나 할까?

그 어머니를 가슴에 안으며 이제사 이리도 절절히 와 닿는 속절없는 그리움에... 나는 그만 또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참지못하고 바보같은 울음을...  오늘도 이렇게 대책없이 쏟아놓고야 만다.

 

 

 

어쩌다 비라도 오는 날은 대상이 없는 막연한 그리움임을 너무 잘 알면서도... 나는 외국에 있는 나의 남자 동창에게 절절한(?) 내용의 e-메일을 가끔씩은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리 진한 분위기 가득 담아보내도 항상 그 자리에서 편하게... 더하지도,덜하지도 않는 감정그대로... 언제나처럼 다독여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남자... 그 친구에게...

혹여나하는 마음에(그 친구의 와이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상) 군더더기없이 최대한 깔끔한 내용으로 내 맘에 담겨있는 기쁘고, 슬픈 이야기... 그래도 맘놓고 툭툭 던질 수 있는 이 자연스러움이 때때로 지금의 내겐... 얼마나 고맙고 소중하기만 한건지...

 

 

 

그 때...

그 한계절을 잠시 흘렀던 남편의 마음속에도... 모르긴해도 지금의 나랑 똑같은 이런 편안함이 더욱 크고 애잔하게 서로의 가슴에 자리들을 잡고있지 않았을까?

덕분에 꿈에 취한 듯 낭만에 잠겨사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남편의 또다른 얼굴을 만나볼수도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하는 말이지만...)

ㅎㅎㅎ

이제는 정말 남편의 한자락 추억에 아무런 의문부호를 달지않고... 그저 편안한 기억으로만 지나간 그 사랑(?)을 잠시 떠올려 볼수도 있으리라 감히 생각을 해본다.

 

 

 

드디어 먼 바다 끝자락에 모습을 드러낸 채... 제법 또렷하게 '엄마'를 불러대는 딸아이의 들릴락 말락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어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조각들을 뱃전에 가득담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을... 나는 한층 부푼 기대와 설레임을 담아서...  있는대로 손을 크게 흔들며 그들을 따뜻하게 기다려본다.

 

 

 

부부...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저 슬그머니 눈감아 줄 수 있는 일상의 자잘한 허물들은 이미 멀리 큰 바다로 떠내려 보낸 채로...

아프고 가슴이 시렸던 그 옛날의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는 그런 빈가슴으로 마음을 말갛게 헹구어내고서... 오후의 환한 햇살만큼이나 모처럼 밝은 얼굴로... 점점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나의 사랑스런 가족들을 큰가슴 벌려 하나씩 그렇게... 포근하게 맞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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