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의 시간

김명기2003.05.29
조회240

좀비의 시간

납처럼 무거운 저녁
기분이라도 바꾸어 볼까나?

그날 저녁
쥴리아나의 파워 스피커.
심장이 진동하던 밤처럼,
수트를 차려입고 맨발엔 검은 샌들.
한 밤에 선글라스.
 
Jaguar XJ-6
소리없이 미끄러지며 정문에 선다.
앗 오셨어요?
웨이터 연락 할께요.
아니 나오라고 하지.

싸이키 델릭, 싸이키 델릭,
좁은 통로는 이미 화장품 냄새로 가득 채워졌다.
네온 블루의 바다에 해파리처럼
하늘 거리는 여인 몇 명.

아 형님, 왜 이리 늦으셨어요?
오늘 물 정말 좋아요.
2시부터 알바 대신 앉혀 놓았어요.
형님 아니면 제가 뭐 아쉽다고 룸 잡아 놓고 기다리겠어요?
자, 이걸로 저녁이나 먹어.
앗! 고마워요.

Jet시지요? 응.

대리석 같이 윤이 나는 곧은 종아리, 깊이 파인 가슴선,
플라스틱 같이 투명한 팔, 가늘고 긴 손가락.
무릎 근처에서 하늘거리는 Miumiu.

어머 혼자 오셨어요?
네.
무슨 일 하세요? 혹시 패션?
NO!

이런데 자주 오세요?
아니 일년에 한 번정도.
아닌 것 같은데?
동그란 눈동자, 새하얀 눈자위. 고혹적인 아이라인.
믿거나 말거나,

학생?
아니 직장인.
비행기 타는군요?
와 진짜 날나리시네. 어떻게 알아요?
화장이 그렇잖아요,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딱 써붙이고 다니면서.
세상을 녹여 버릴 것 같은 미소,
둥글게 곡선을 그리는 눈자위.

별로 말이 없으시네, 춤 추실래요?
싫은데, 그냥 술이나 한잔 하고 가요.
치 깐깐하시네,
이따가 친구들 하고 다시 와도 되나요?
맘대로...

아까부터 오고 싶었는데, 부킹이 안 끊어 지데요.
웨이터 관리 잘 하셨나봐요?
아니 쟤들은 늘 저렇잖아요. 눈치없이.
친구 분들은?
안 온대요. 가서 오빠 얘기 많이 했어요,
딱 제 코드라고. 그랬더니 재수 없다고
가서 혼자 많이 이야기 하래요.
부킹하는데 방해 된 것은 아니에요?
아니 이제 그만 갈려고 했어요.
어머 이제 겨우 12신데.

늦은 시간인데 집에서 뭐라 안 해요?
시카고 다녀 왔는데, 내일까지라고 말해 뒀어요.
와아 배 고프다. 안 그래요?
가까운 곳에 게찜 잘하는 곳있는데, 갈래요?
좋아요. 소주도 사는거죠?
이쁘게 굴면.

검은 밤거리의 네온이 차창을 핥으며 지난다.
조금 열린 차창으로 상쾌한 밤공기.

혹시 나 사랑해 줄 순 있나요?
아니 곤란해요.
무슨 이유죠?
오래 전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이젠 빈껍데기 뿐이지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나 이래뵈도 제법 순종적이라구요.
생각보다는 쓸만할 걸요?
두고 보도록 하지요. 그래도 기대는 하지 마요.
칫, 자존심 상하네. 그럼 좀비란 말이지요?
빙고! 제대로 봤어요.
일도 그만 두고 싶고, 시집이나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글렀네.

있지도 않은 사랑 같은 이야긴 그만 하도록 하고,
닉스&낙스 들러서 기네스나 마시죠.
그래요. 뭔가 시원한 것 마시고 싶어요.
근데 주변에서 굉장히 차가운 사람이라고 안 해요?
그러겠죠, 좀비니까...

봉쥬르 무슈?
여보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 컨티넨탈 이 인분 부탁해요.
수영장은 지금 사용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물처럼
햇살이 일렁이는 바닥까지 깊이 잠수,
잊고 싶은 또 하나의 저녁
심장 따위는 오래 전에 적출 되어버린 
차가운 Neonblue 좀비의 시간.

에나멜 용액 같은 이 물 속에서 떠 오를 땐,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으면...
제기랄...

 

GET THE PARTY STARTED -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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