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심합니다.

종이학2007.09.10
조회191

 머릿속에 맴도는 말은 많은데 어떻게 뭐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네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미치겠습니다.

 올해로 스무살 07학번 대학생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지잡대에 다니구요. 집은 서울입니다. 집에 올라갔다가다 다시 기숙사로 올 때마다 아버지는 제가 기차타랴 버스타랴 힘들다면서 차로 태워다 주십니다. 어머니는 이 한심한 자식 용돈이라도 좀 더 쓰라고 따가운 햇빛에 장미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휴일도 없이 일 하십니다. 부모님은 제 앞에서는 늘 밝은 모습으로 "그래도 용케 대학 간 게 어디냐" , "학교 생활은 재미 있고?" 하십니다. 스무살이나 쳐먹고도 제 앞가림도 아직 제대로 못 하는 제게 매일 먼저 전화 하셔서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퉁명스럽게 툭툭 내뱉듯이 대답합니다. 먼저 전화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부모님 고생하시는 것을 뻔히 알고 속으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타야지' 생각하지만, 뭘 했는지도 모르게 설렁 설렁 하루 하루가 지나갑니다.

 

 중학교 때부터 온라인게임에 빠져서는 수능 전날까지 피씨방에서 살던 제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게 저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비록 남들이 볼 때는 지잡대지만, 저는 그 작은 선택의 폭에서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 찾아서 왔습니다. 후회는 안 합니다. 학교생활 재미있고, 학우들도 타지에서 와서 고생한다고 친절히 대해주고, 기숙사에만 쳐박혀 있는 저를 주말마다 불러내어 같이 놀아주고 시내구경도 시켜주고 그럽니다.

 

 이렇게 받는 게 많은 저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정말 복에 겹고 관심도 넘치도록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이나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딱히 해줄 게 없습니다. 오히려 가끔 주제넘게도 귀찮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그 고마움에 답하고자 약간이나마 반응도 보이고 익숙지 않아서 볼썽사나운 웃음도 짓습니다만, 불과 몇 년전까진 정말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몹쓸말 많이 했던게 가슴에 사무치도록 후회됩니다. 부모님이 비록 제 앞에서 늘 웃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가슴 아프셨을 겁니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어머니한테 오지 말라는 소리까지 한 몹쓸놈입니다. 그 때의 죄송함을 이제서 어떻게 보상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하루가 아무런 감흥도 없고, 죄책감만 쌓여가고, 그만큼 짓는 죄도 늘어가는 기분입니다. 부모님은 자식이라고는 저 하나 있는 거만 바라보고 사시는데 저는 아직까지 별다른 꿈도 목표도 못 정했습니다. 스스로가 진심으로 하고싶은게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년엔 군대도 갑니다. 전역하면 약 스물 셋이라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가 될 겁니다. 그 때까지도 '생각 없는 놈'으로 남아있을까봐 겁이 납니다.

 

 고3 시절 부모님도 친구들도 모르게 혼자 몰래 시작한 담배가 어느새 하루에 한갑씩 떨어집니다. 이것도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피우게 되는게 제 미적지근한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딱히 원하던 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누군가에게 한 번도 한 적 없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하고싶은 말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큰마음 먹고 쓴 글마저도 뒤죽박죽 두서가 없습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