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 심필버그의 선물

오늘도무사히..200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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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War’와 관련한 기사들은 한국사람이라면 영화를 보았던 보지 못했던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팬으로서 한국영화를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영화를 미국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이니까 말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부끄러운 면을 정말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디워의 파급효과이다. 단순히 ‘잘했다.’와 ‘못했다.’의 두 의견으로 나뉜 디워 가치성 공방전은 감정에 치우쳐 늘 대사를 그르쳐온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잘못된 토론 습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약 87%라는 세계최대의 대학진학률을 보이는 교육에 미친 나라 한국에서 겨우 이 정도 수준의 공방들 밖에는 하지 못하나 하는 것이다. 언론은 공정한 평가 기준이 되어주기 보다는 사람들의 감정만을 조장하는 애국주의 선동적 기사들을 찍어내느라 정신이 없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과 평론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유를 내세우며 심감독의 영화 ‘디워’가 가지는 기본적인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미국 영화시장에서의 성공에는 3가지 기본요건이 따른다고 본다. 하나는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시나리오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엄청난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은 비록 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작가의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으로 이루어 낸 새로운 세계를 영화를 통해 직접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책보다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들도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둘째는 기술이다. 물론 영화를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촬영기법들도 이들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으나, 현 시대의 영화 기술은 뭐니 뭐니 해도 CG 그래픽 기술을 빼면 남는 게 없으리라. 실사와도 비견되는 CG 그래픽 기술은 현재까지 헐리웃 영화들이 세계시장에서 단 한번도 선두를 내어 준 적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들 중에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자본력을 꼽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도 탄탄한 자본력, 즉 돈이 없으면 제대로 영화화 될 수 없다. 주연배우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흥행의 정도가 틀려지는 미국 시장에서 돈 없이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 하거나, 좋은 CG 그래픽 작업을 해 낼 수는 없다. 얼마가 들었느냐가 작품성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지만, 거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미국 영화시장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가?’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어왔고 이 것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한국이 나름 오랜 영화 역사를 바탕으로 국내시장 공략 성공은 물론, 해외언론이나 영화제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작품들을 뽑아내 오면서도 단 한 번도 미국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것은, 시나리오 보다는 웅장한 스케일을 스크린에 담아낼 자본력 부족과 미국의 CG 그래픽이 가지는 월등한 우수성에 좌절 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 하고 싶은 것은 불안정한 시나리오를 가진 디워가 한국시장은 물론, 미국시장에서도 어느정도의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어 내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지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흥미 진진한 시나리오는 좋은 작가들을 많이 보유한 우리나라라면 언제든지 써 낼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디워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지금 당장 벌어들인 몇 달러의 돈들이 아니라 현재까지는 높은 위험부담 때문에 투자된 적이 없는 엄청난 자본을 국내로부터, 또 해외로부터 끌어 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제작한 CG 그래픽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기술적 의존성이 적은 영화산업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된 것도 맹점이다.

 

미국 중심의 현 세계에서 ‘Globalization’은 곧 ‘Americanization’이라는 것이 미국 내에서도 나름 지지를 받고 있는 의견이다. 물론 맥도날드를 비롯한 각종 프렌촤이즈형 대기업들이 세계를 미국화 시켜가는 것도 그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지만, 미국의 헐리웃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문화를 세계에 전한 것도 그에 못지않게 큰 이유중에 하나이다.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작품, 또 다른 헐리웃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들인 작품인 디워가 미국 시장에서 CG 그래픽 하나만으로 일정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은 심필버그가 한국에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물론 갑갑한 시나리오와 황당한 케릭터 설정등으로 한국영화에 부정적인 시작을 준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영화의 위업은 다른 예술영화들이 얼마든지 지켜나 갈 수 있다.  

 

디워를 기다린 다른 영화 팬들처럼, 난 심감독이 멋들어진 예술영화를 들고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진정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두 ‘바보’라고 놀리던 심감독이 우리에게 해준 선물을 과연 어떻게 발전시켜 더 큰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 내 오느냐 하는 것이다. Globalization의 일부분이라도 Koreanization으로 가져오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후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