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때문에 치한으로 몰렸던 기억

아키와나200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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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가 되지 않기 위해 달리셨다는 글에 리플 달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용기내서 판으로 옮겨봅니다 ㅎㅎ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작년 11월쯤 이었던듯..

저는 그 때 FPS에 한참 열을 내고 있었죠

낮엔 학원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밤 10시가 되면 게임방에 출근해서 5시간 정액끊고 열심히 백수생활을 즐기구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게임방에서 그렇게 보냈습니다

10시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딱 새벽3시가 되죠

그 날은 게임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김밥천당에 들렸습니다.

새벽 3시에 특별히 문을 연곳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면 학원 가기전에 먹을라고

천원짜리 김밥을 한개 샀죠

김밥 한개인데 봉지에 담아가봐야 쓰레기만 늘것 같아서 봉지에 안넣구 그냥 들고갔습니다.

늦은 가을의 밤은 참으로 깊고도 스산하더군요

날도 싸늘하고 밤거리도 으스스해서

팔짱을 꼬옥 끼구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건물 모퉁이를 휙 도는 찰나

왠 여자가 하나 불쑥 튀어나오더군요

순간 흠칫 놀랬습니다.....나도 모르게 떱; 소리가 나올만큼..

사람하나 없던 길거리에 골목에서 왠 검은 긴생머리 여자가  튀어나오니 놀라는건 당연한거겠죠

놀란가슴을 추스리는데

'털썩...'하더니

여자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곤 그대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하더군요...

아무 소리도 안내고 그대로 앉아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여자가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서럽게 울고 있는걸 보니

뭔가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내가 여자울린 나쁜놈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나)  저기요...괜찮으세요? 왜 그러세요. 일어나세요 옷 버려요'라고

최대한 선량한 투로 대사를 읊으며 여자를 일으켜 세우려는데

그 여자 내 손을 보더니 바들바들 떨면서

'(여자) 살려주세요.....' 라고 하더군요...

여자가 경계하던 내 손을 보니....

은박지로 돌돌 말려있는 김밥이 쥐어져있었습니다.

머릿속을 스치는 '28세 이xx씨 천냥김밥으로 행인 위협-막나가는 20대' 란 글귀를 뒤로한채

최선을 다해서 여자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씨 정신차리구 다시 보세요 이거 김밥이에요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고..'

떨리는 손으로 호일을 벗겨가며 여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김밥 두어개가 바닥으로 툭....떨어졌고

김밥이 떨어진 자리엔 눈치없는 시금치만 남아서 대롱거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울컥하면서 억울함과 짜증과 민망함과 온갖 감정들이 안구를 압박했고

안구에선 즙이 흘러나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여자가 정신이 들었는지 후다닥 일어나면서 뭐라뭐라 몇마디 욕과함께

'싸구려 김밥을 샀으면 봉지에 담아서 다녀라'는 식의 말을 쏘더니 번개같이 달려가시더군요...

-천냥김밥은 봉지에 담아서 운반해라-라는 교훈과 함께

나와 김밥은 잠시 동안 골목에 남겨져있었죠...

억울한 마음에 여자가 사라진 골목쪽을 향해 '신발금치!!'라는 알수없는 욕을 던져주고

눈물을 닦으며 호일조각과 김밥을 수습해서 쓰레기통에 구겨넣고...

집에 들어와서 한동안 복잡한 감정속에서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론 한 동안 게임방과 김밥을 끊었습니다.

약 1년정도가 지난 지금은 뭐 나름대로 재활에 성공해서

가끔 야근할때 천냥김밥을 사다 먹죠 ㅎㅎ(물론 이제는 꼭 봉지에 담아서 운반합니다 =.=)

김밥 먹을 때마다 생각 나네요 ㅡ_ㅜ

쓰다보니 그 때의 억울한 감정들이 자꾸 생각나서 글이 길어졌네요

혹시라도 그 여자분 이 글 보신다면....

뭔가 오해가 있으셨겠지만...저도 많이 놀라고 상처받았다는 얘길 해드리고 싶네요...

먹는거 가지구 그러시면 안돼요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