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을까.

박성위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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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을까.

 

 

▶ 그 남자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나를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아침마다 옷을 고르고 머리를 손질하지만

정작, 약속 없는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지.

 

오늘 길을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내가 갑자기 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내 주위의 오가는 이 많은 사람 중에

우리가 사랑했던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새삼 놀라워.

 

우리가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시절엔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아줬는데.

 

우린 서로 선물도 많이 주고받고

전화도 하루에 몇 통씩

마음도 남김없이 다 주고받았는데.

 

그런데, 헤어지고 나니까

흔적이 하나도 없네.

 

길을 걷다 보면

가끔씩 멍해질 때가 있어.

 

 

'정말 꿈을 꾼 걸까?'

그런 생각에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돼.

 

 

 

▶ 그 여자

 

은행잎이 정말 몇 장 안 남았네.

 

며칠 남지 않은 가을 거리를 보고 싶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척

정류장에서 서 있는데

하필이면 내 앞에 멈춰 서는 버스.

 

버스 속 사람들이

모두 차창으로 나만 내려다보는 것 같아서

난 괜히 전화기를 꺼내 들지.

 

이미 다 본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답장을 보내는 시늉도 하고.

 

하지만 그러다 슬쩍 고개를 들어 보면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지.

 

우리가 둘이던 시절

고개를 돌리면 늘 그 곳에 있던 너처럼

난 지금도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있을 거라

착각하며 사나 봐.

 

'아까부터 쭉 지켜봤는데요.'

그 흔한 말로

내게 처음 다가왔던 너.

 

그 때가 벌써 지난겨울.

 

니가 왔다가 떠나고

가을이 왔다가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