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M 소극장, 그 두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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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수학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국어를 가르친다.

올해 초 부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담한 보습학원을 열었다.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쭉 학원에서 경력을 쌓아온 터라,

생소한 일도 아니었다.



둘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다.

당시 남자는 복학생이었고, 여자는 1학년 신입생이었다.

연극을 좋아하던 신입생 여자에게

연기 잘 하는 복학생 남자 선배는 우상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밤, 복학생 남자는 신입생 여자를 앉혀놓고,

밤새 연극학 개론에 대해 강의를 했다.

물론 강의는 학교 앞 낡은 선술집에서 이뤄졌다. 

남자는 '스타니스랍스키'의

<배우수업>이라는 책을 꼭 사 보라는 얘기로

그 날의 수업을 마쳤다.

신입생 여자는 바로 그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그 책을 추천해준

복학생 남자 선배를 점점 사랑하게 됐다. 



며칠 전 학원에서 한참 수학공식을 설명하고 있던 남자에게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까마득한 동아리 후배의 문자였다.

극존칭으로 가득한 문자의 내용은

동문 선배들과 함께 연극 관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거였다.

9월 1일 화요일 7시 30분, 대학로 M극장 앞..



남자는 문자의 한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연.극.관.람'..'연..극..'



남자는 한 때 배우를 꿈꿨었다.

대학 강당에서 밤새워 조명을 달고 무대를 설치할 때면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동기들과 합숙을 하며 끓여먹던 라면,

무대 위에 올라가지 전의 그 터질 것 같은 긴장감,

다 끝난 후의 빈 객석,

눈물범벅이 되어 소주잔을 비워대던 쫑파티..

아직 모든 게..남자의 가슴에 저장되어 있다.



남자가 혜화역에 내려 M극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남자는 생각한다.

연극을 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대학로에 나와 본지가 얼마나 됐던가...

그러자 남자의 가슴이 오랜만에 뜨거워졌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피하지 말라고,

뜨거웠던 시절을 꺼내보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